품목정보
발매일 | 2006년 04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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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무게/크기 | 1500g | 크기확인중 |
발매일 | 2006년 04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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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무게/크기 | 1500g | 크기확인중 |
시나위, 그 이름을 떠올리자마자 화려한 수식어들이 순식간에 따라 붙는다. 이제 시나위라는 이름은 대한민국 록씬에서 전설이 되어간다. 하지만 “현재"의 가치가 최우선이어야 할 대중음악에서 전설이 되어간다는 것은 어떤식으로든 “과거”에 속하는 일이다. 가장 최근 작품인 (최근이라고 해도 벌써 7년 전 일이지만) 이 9집 앨범을 들어보면, 시나위는 전설 속에서 빠져 나와서 현실세계에 발을 내딛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반인반신 데미갓이다.
시나위 혹은 신대철이 원한 것은 현재진행형 뮤지션이지 전설 속의 영웅은 아닐 것이다. 대중들이 시나위에 거는 기대는 언제나 크다. 그런 유명세가 음악활동에 분명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때로는 굴레가 되어서 신대철의 음악 여정에 큰 장애물이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시나위는 “그냥 헤비메탈 밴드”가 아니라 “음악적인 변신을 거듭한 헤비메탈 밴드”다. 좋게 말하면 음악적인 변신이고 나쁘게 말하면 아직도 자기 음악을 찾지 못하는 방황이다. 대중음악가에게 음악적인 변신이란 변화무쌍한 유행을 따르면서 대중들의 취향에 더 가까이 가는 행위이기에, 그게 자발적이지 않다면 결국 방황이 된다. 물론 그 음악적인 변신도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다만.
근성의 세계인 록에서는 음악적 변신이란 "변절"로 통할때도 많다. 록을 하다가 대중적인 팝으로 돌아선 경우는 명명백백한 전향이라서 변신을 논할 필요도 없겠고, 자기가 하던 록음악에 여러 장르의 음악을 접목하는 것을 두고 “창조적인 시도”인가 아니면 “유행을 따르는 변절”인가 하는 것은 록씬에서는 끊이지 않는 담론이었다. 그러고 보면 록, 너 참 대책 없이 심각한 음악이다. 음악적 변신을 시도한 록밴드는 언제나 팬들의 청문회 자리에 불려간다. 서구에서도 헤비메탈의 마지막 보루 메탈리카가 90년대에 그런지를 도입한 Load 와 Re-Load 앨범을 내놓자 "음악적인 변신" 과 "시대에 영합한 변절" 사이를 오가는 논란이 일었다. 상대적으로 변신을 하지 않은 경쟁자 메가데쓰는 쓰레쉬 메탈의 자존심을 지킨 밴드로 거듭났다. 잉베이 맘스틴처럼 앨범을 열 몇 장을 내도 그 음악이 그 음악처럼 들리는, 능력이 모자라서 변신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AC/DC는 그 중에서도 또 다른 예외다. AC/DC는 앨범 열 몇 장이 하나같이 똑 같은 음악이라도 신기하게도 늘 신선하고 새롭게 느껴져서 변신이 필요 없는 대가다. "끊임없는 창조의 행위"를 업으로 삼는 예술가들에게 변신이란 필수적이다. 다만 어떻게 변신하느냐 혹은 왜 변신하느냐가 중요하다. (뭐든간에 벌레로만 변신하지는 말자 by 카프카)
너무 돌아다녔다. 집중하고 다시 리뷰. 시나위는 80년대 헤비메탈 밴드로 멋지게 출발했다. 하지만 그런 시나위도 90년대 그런지의 유행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그래! 이왕 큰 맘 먹고 변신한거, 계속 그런지로 갔어도 좋으련만 아무래도 신대철 음악의 뿌리가 그런지가 아니다 보니 오래 정착할 수 없었나 보다. 한 가지 장르로는 밥 벌어 먹기 힘든 우리나라 록씬의 부실한 저변도 이러한 변신을 계속
부추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전설이라는 시나위가 이런 상황인데 안전설 밴드들은 오죽하리오. 싸이키델릭(7집), 그리고 그런지와 메탈을 오가는(8집) 어수선한 행보를 보이다가 마침내 이번 9집에서는 훵키funky한 재즈록으로 션~하게 변신했다. 시나위가 부활이나 김경호 같은 말랑말랑한 팝취향의 록밴드가 되지 않는 다음에야 이 9집이 가장 색다른 모습의 시나위일지도 모르겠다.
8집의 무지막지한 심각함을 떠올려 본다면 그에 비해 9집은 한층 가볍다. 가사든 연주든 가볍게 들을 수 있는 “날 잊지 말아줘”를 첫 곡으로 올리고, 우아한 재즈록 발라드 “작은 날개”를 그 다음 곡으로 올려두었다. 시작부터 명명백백하게 ‘이보시오들 이번 시나위 음악은 이런 요상한 것이오~ 푸하하!(혹은 메롱)’하는 것이다. 좀 더 세게 나간 곡 "가면"이나 "모기지론"은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훵키록이 되었다. 마지막 곡인 “뛰는 개가 행복하다”는
제프 벡을 떠올릴 정도로 기가막힌 재즈록 연주곡이다. 앞으로 더 이상 변신이 없다면 시나위는 이 “뛰는 개가 행복하다”처럼 재즈록 밴드로 계속 가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뛰는 연주가 참 행복하다. 달리는 남자는 행복하다.
그래도 재미있는 것이 시나위가 변신을 거듭할 때도 앨범마다 초기의 메탈릭한 색깔을 완전히 지우지는 않는다는 거다. 이번에도 훵키한 연주 사이사이에 메탈적인 진행이 불쑥불쑥 나오고, 무지막지한
메탈 솔로도 여전히 주인공이다. 앨범 뒤로 가면 아예 메탈적인 곡을 몇 곡 집어 넣는데 “널 원하지 않아”나 “미인”이 그렇다. 신대철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어떤 아우라가 되었을 곡 “미인”은 가장 헤비메탈 시나위 다운 색깔로 해석이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시나위의 아쉬운 부분은 가공할 연주력에 비해서 작곡 능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다. 좋은 리프를 만들고 멋진 기타솔로가 있지만 곡의 멜로디가 평이해서 전체적으로 상승효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귀에 익은 명곡 “미인”이 앨범에서 더욱 빛난다.
잘 내지르듯 싶다가도 신대철 안 볼 때 살짝살짝 간드러지게 부르는 보컬도 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