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SJ)의 전공은 유체역학이다. 그런데 1992년, 은사이신 서울대학교 조선공학과의 임상전 교수님 회갑 기념 세미나에서 ‘재료역학과 고체역학: 유체역학자의 관점에서’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한 바 있다. 학생 때 대학교에서 임 교수님께 재료역학과 고체역학을 배우기 시작했던 이래로 가지고 있던 의문, 재료역학과 고체역학의 다른 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유체역학과 관련하여 기술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역사로 배우는’ 시리즈로 이미 유체역학, 동역학, 공학수학 등, 세 권의 책이 세상에 나왔는데, 다음으로는 선박유체역학을 저술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실험실 제자들의 생각을 물어보니 의외에도 재료역학에 관한 책을 쓰는 것이 좋겠다는 답이 돌아왔고, 또한 송기수 사장님으로부터도 같은 부탁을 듣게 되었다. 학생들의 가장 큰 불만은 현재 대학에서 제일 많이 쓰이고 있는 Gere의 재료역학이 1000쪽이 넘을 정도로 너무 두껍다는 것이었다.
이에 갈릴레오(Galileo)로 시작되는 ‘역사로 배우는 재료역학’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필자의 전공이 유체역학인 점이 염려되어 같은 과의 노인식 교수와 공저로 작업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노교수의 흔쾌한 승낙을 얻어 이 책의 집필이 시작되었다.
필자(SJ)는 재료역학이 갈릴레오의 ‘Discourses on two new sciences(1638, Two New Sciences)’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갈릴레오는 위의 저술에서 많은 오류를 범하고 있으나, 동시에 최초로 재료역학과 관련하여 수많은 질문을 본격적으로 제기하였고, 또 바른 해들도 주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Two New Sciences’는 4일 동안 세 사람, 저자를 대변하는 Salviati, 기존의 학설에 능통하지만 그에 만족하지 못하고 저자의 견해를 경청하는 Sagredo, 그리고 기존의 학설을 거의 맹신하는 그 당시의 학계를 대표하는 Simplicio의 대화를 정리한 형태로 되어 있는데, 처음 이틀은 재료역학, 나중 이틀은 동역학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본문의 1장에서는 ‘Two New Sciences’의 내용 중, 둘째 날의 내용을 기본으로 하여 갈릴레오가 재료역학과 관련하여 제기했던 질문, 그리고 그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그가 아직 가지고 있지 못했던 개념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다음 장들에서는 그와 같은 개념들이 차후 어떤 사람들에 의해 정확한 방법으로 확립되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재료역학이 되었는지에 대해 기술하고자 한다.
통상 재료역학에서는 구조용 부재의 기능적 특성에 대해 몇 가지 근사적인 가정을 도입하여 문제를 간단히 하고, 실제 구조 설계에서 그 결과를 활용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정확한 해를 얻고 있다. 한편 근자에는 유한요소법이 대부분의 구조 설계 분야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 재료역학에서 요구하는 근사적인 가정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탄성론에 입각하여 그리 어렵지 않게 근사해를 구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재료역학적 지식을 사용하여 얻어지는 해와 고체역학 또는 탄성론을 사용하여 얻어지는 해 사이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를 최소한 한 문제에 대해 보이고자 하였다.
그와 같은 시도를 통해 재료역학과 고체역학이 어떤 관계에 있으며, 재료역학적 지식이 어떠한 한계 내에서 활용될 수 있는 지를 기술하고자 하였다. 또한 필자(SJ)로서는 학생 때부터 가지고 있던 의문인 재료역학과 고체역학의 관계에 대한 해답을 우리 학생들은 재료역학을 배우는 초기부터 확실히 이해하고, 차후 실제 문제에 그 지식을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갈릴레오는 베네치아(Venezia)의 국립조선소였던 아르쎄날레(Arsenale)의 기술고문 역을 1593년부터 상당 기간 동안 수행하였다. 그는 이때의 경험이 재료역학에 대한 그의 질문을 성립시키는 기초가 되었다고 기술하고 있으며, 이제 시간과 장소는 다르지만 조선공학자들에 의한 재료역학 교재가 작성되어 학생들에게 전해짐에 있어 그의 science와 engineering에 대한 정신이 우리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다면, 필자들로서는 그 이상 바랄 바가 없다.
책의 원고를 초기부터 읽고 보다 훌륭한 책이 될 수 있도록 여러 모로 도와준 기계연구원(KIMM)의 김재동 박사에게 깊은 고마움과 우정 어린 존경을 표한다. 원고의 준비와 관련하여 항상 도움을 아끼지 않은 우리 학과의 선박유체역학 및 선체구조역학 연구실의 대학원생들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책을 쓰는 동안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 시간을 이해해 준 필자들의 가족들에게 깊은 사랑을 보낸다. 이 책에 포함된 오류에 대해 동도 제현의 기탄없는 지적을 기대하며, 이제 걱정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이 책을 세상에 내어 보낸다.
유성에서 이승준(SJ), 노인식. 2015년 3월
---저자 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