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교육에서 개념을 이해하는 일은 한두 문장의 정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는 ‘개념’이라는 용어가 갖는 의미가 구체적이고 물질적이기도 하며, 동시에 추상적이고 비물질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개념의 복잡하고 맥락적인 성격 역시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과학 개념은 현상과 관련된 과학문화와 역사 속에서 발달해왔기 때문에 과학이라고 하는 맥락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에, ‘개념’의 부분적 정의를 검토하면서 그 실체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개념, 특히 과학적 개념의 정의에 관한 다양한 관념을 다각도로 접근하여 의심하고, 그럴듯한 이해를 위한 설명을 시도해봄으로써 개념이 무엇인지를 파악해보려 한다. --- p.10
현실세계, 특히 자연 현상에 대해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해를 하고 있다. 그 이해를 크게 나누면 일상적 관점과 과학적 관점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각 관점에 따라 지식을 얻는 방식과 내용이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무지개를 본다고 할 때, 일상적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본다면 다양한 색의 겹침과 아름다움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거나, 다양한 나라에서 전해내려오는 전설이나 신화로 그 현상의 의미나 신비로움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 반면, 과학적 관점으로 무지개를 본다면 빛이 공기 중 물방울에 의해 굴절하거나 간섭하는 과정과 그 결과로 나타난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 p.34
과학을 하나의 문화로 간주할 때, 과학을 학습하는 것은 과학 문화를 구성하는 언어, 관념, 규범, 제도, 가치 등을 습득하여 하나의 문화로 편집하는 ‘과학 문화화’를 의미한다. 과학 문화화가 총체적으로 과학이라는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면, 학생들이 과학을 배우는 것의 의미 역시 세계를 과학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과
학적 방식으로 이해하고 의사소통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과학문화는 학생들에게 낯설고 이질적이다. 예를 들면 과학 공동체가 사용하는 개념들이 학생들에게 익숙한 일상 개념과 항상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상 개념은 경험적인 반면, 과학 개념은 이론화되고 추상화되어서 일상 개념과 다른 의미를 갖는 경우가 많
다. 그런 이유로 학생들이 실제 상황에서 과학적 현상을 접하게 되면, 그들은 우선 자신에게 익숙한 일상 문화를 바탕으로 그 현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려 할 것이다. --- p.38
오개념은 당대 학문적 관점에서 그 의미가 적절치 않은 개념을 의미해왔다. 초기 개념 변화 연구에서, 과학 오개념은 유의미한 학습에 장애가 되는, 폐기되거나 과학적 개념으로 대체되어야 할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개념 변화 연구가 발전해가면서, 오개념은 학생들의 다양한 개념의 본질을 나타내기에 적절치 않은 용어로 과학교육 연구 내에서 지적되고 반성되었다. ‘틀린’ 혹은 ‘잘못된’이라는 의미를 갖는 ‘오’ 대신에, 대안(체) 개념, 다른 개념, 미니이론 등의 용어가 제안되었다. --- p.96
과거 경험은 과학 현상에 대한 개념을 생성하며, 주변에서 과거, 현재, 미래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 선례로서 영향을 미친다. 과거 경험은 형식적으로 학교 경험, 가정에서의 경험, 그리고 사회적 경험에 걸쳐 있으며, 새로운 개념과 갈등을 일으킬 때 쉽게 학습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장애가 될 수 있다. 연구 결과, 학생들은 개인적 경험에 호소하거나 교사, 방송 등의 권위에 의존하여, 과학 현상에 대한 개념을 구성하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p.12
구성주의는 과학교육 연구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기준 변화에 기여하였다. 연구를 수행한다는 것은 단순히 연구 방법을 적용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특히 교육 연구에서 연구자의 이론적 틀은 연구 과정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준다. 구성주의는 학습자를 백지 상태로 간주한 경험주의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학습관의 기준이 되었다. 즉 학습은 개인의 능동적인 의미구성 과정이며, 이 의미구성 과정은 다양한 사회적 경험에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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