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를 만난 지 얼마 뒤였다. 나는 침대에 누워 있다가 예전처럼 몸 속에 갇힌 듯한 기분을 느꼈다. 몇 년째 아무 탈없이 지내왔던 터라서 무척 놀라고 혼란스러웠다. 나는 몸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런 사이에 또다시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 어린 시절 나의 우울한 영혼을 위로해주었던 사랑의 안내자는 이렇게 속삭였다.
'이젠 여기 편안히 있어도 돼. 다시는 헤매지 않아도 될 거야.'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때 나는 내 사랑, 서로 깊이 이해하고 보살피며 언제나 함께 할 사람이 마침내 나를 찾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158
"자넨 아마 직장에서 유능한 사람일 게야. 그러나 가정에선 정반대지. 그래서 뭔가 실마리를 찾으려고 하는데 뜻대로 안 풀린단 말이야."
"예, 맞습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 노인이 구걸이나 하며 떠돌아다니고 있을까. 날카롭게 쏘아대던 그의 눈빛이 어느새 부드럽게 변해 있었다.
"길거리에서 흙먼지나 먹고사는 늙은이지만 한마디 조언을 하겠네. 주위를 둘러보게나. 세상에 완전한 사람이 있는지. 그러니 자네도 항상 강한 척 할 거 없어. 아니, 오히려 지금 자네는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야. 자네 마누라의 사랑이 절실히 필요한 상태란 말일세."
노인의 말은 내가 환자들한테 곧잘 해주는 말이기도 했다. 서로의 필요성을 상기시키면서 사랑하는 사람한테 위안을 구하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임을 일깨울 때마다 나는 늘 그런 말을 건네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 충고를 정작 나 자신한테는 적용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남자로서의 어설픈 자존심 탓이었을까. 아니면 아내의 사랑을 가볍게 여기거나 소중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일까.
"난 자네 같은 사람을 잘 알지. 똑똑한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아. 사랑은 서로 나누는 건데도 그걸 모르니 말이야. 독선적이고 오만해서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멍청이라구. 그래서 자신도 쓸쓸하고 상대방도 외롭게 만들기 십상이거든."
나는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예사롭지 않은 노인의 정체가 궁금했다. 그는 이미 내 마음을 읽은 듯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자네가 나처럼 사랑에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네. 그러니 어서 집에 돌아가 마누라한테 말하게나. 당신의 사랑이 필요하다고."
지금까지 나는 그처럼 뛰어나고 실제적인 심리 치료 수업을 결코 받아본 적이 없었다.
'길거리 강의'를 마친 노인은 계단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털고 자리를 떠났다. 나는 떠돌이 노인이 인과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그저 멍하니 그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캐시, 미안해."
나는 서둘러 집에 돌아와 사과하며 용서를 구했다.
"지금까지 내가 당신을 멀리했던 거……정말 미안해."
"갑자기 그게 무슨 뜻이죠?"
캐시는 영문을 몰라했다.
"난 당신의 사랑이 필요해. 하지만 어리석게도 내 안의 진실을 무시해왔어. 그래, 난 바보였어. 그 어떤 상황에서든지 나는 항상 도움만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거야. 수 백 번도 넘게 당신의 사랑과 위로가 필요했지만 당신을 부르지 않았지. 왜 당신한테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을까."
오랫동안 쌓인 갈등에서 비롯된 고통과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듯했다. 나는 울먹이며 겨우 말을 이었다.
--- p.108~110
"자넨 아마 직장에서 유능한 사람일 게야. 그러나 가정에선 정반대지. 그래서 뭔가 실마리를 찾으려고 하는데 뜻대로 안 풀린단 말이야."
"예, 맞습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 노인이 구걸이나 하며 떠돌아다니고 있을까. 날카롭게 쏘아대던 그의 눈빛이 어느새 부드럽게 변해 있었다.
"길거리에서 흙먼지나 먹고사는 늙은이지만 한마디 조언을 하겠네. 주위를 둘러보게나. 세상에 완전한 사람이 있는지. 그러니 자네도 항상 강한 척 할 거 없어. 아니, 오히려 지금 자네는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야. 자네 마누라의 사랑이 절실히 필요한 상태란 말일세."
노인의 말은 내가 환자들한테 곧잘 해주는 말이기도 했다. 서로의 필요성을 상기시키면서 사랑하는 사람한테 위안을 구하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임을 일깨울 때마다 나는 늘 그런 말을 건네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 충고를 정작 나 자신한테는 적용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남자로서의 어설픈 자존심 탓이었을까. 아니면 아내의 사랑을 가볍게 여기거나 소중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일까.
"난 자네 같은 사람을 잘 알지. 똑똑한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아. 사랑은 서로 나누는 건데도 그걸 모르니 말이야. 독선적이고 오만해서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멍청이라구. 그래서 자신도 쓸쓸하고 상대방도 외롭게 만들기 십상이거든."
나는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예사롭지 않은 노인의 정체가 궁금했다. 그는 이미 내 마음을 읽은 듯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자네가 나처럼 사랑에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네. 그러니 어서 집에 돌아가 마누라한테 말하게나. 당신의 사랑이 필요하다고."
지금까지 나는 그처럼 뛰어나고 실제적인 심리 치료 수업을 결코 받아본 적이 없었다.
'길거리 강의'를 마친 노인은 계단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털고 자리를 떠났다. 나는 떠돌이 노인이 인과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그저 멍하니 그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캐시, 미안해."
나는 서둘러 집에 돌아와 사과하며 용서를 구했다.
"지금까지 내가 당신을 멀리했던 거……정말 미안해."
"갑자기 그게 무슨 뜻이죠?"
캐시는 영문을 몰라했다.
"난 당신의 사랑이 필요해. 하지만 어리석게도 내 안의 진실을 무시해왔어. 그래, 난 바보였어. 그 어떤 상황에서든지 나는 항상 도움만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거야. 수 백 번도 넘게 당신의 사랑과 위로가 필요했지만 당신을 부르지 않았지. 왜 당신한테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을까."
오랫동안 쌓인 갈등에서 비롯된 고통과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듯했다. 나는 울먹이며 겨우 말을 이었다.
--- p.108~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