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42쪽 \| 243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8086735
ISBN10	8988086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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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이생진 이동 관심작가 알림신청

전설을 남겨놓을 몇몇 사람이 있지만 그들은 차츰 입이 무거워 지고 그것을 들은 젊은이도 하나 둘 뭍으로 빠져나갔다 지금 80이 넘은 추씨 노인은 그것을 의식하고 입을 연 것이다

임진왜란(1952년) 하고,

지금으로부터 407년 전. 자기는 80인데도 기억하고 있다는 의미로 '407년'에 힘준 것이다 추씨 노인이 두 사람 이상 모이면 아무데서나 시작하는 말이다

그때 마을 사람들은 왜놈들이 밀려오는 바람에 바닷가에서 둥근 돌을 짊어지고 산으로 올라가 무더기로 쌓아놨던 것이 지금은 풀밭이 되어 보이지 않다가 이제 나타났는데 그것은 왜놈들에게 던지기 위한 돌이었다고 그걸 아는 사람은 자기밖에 없으니 잘 들었다가 전하라고 말했다

이 섬은 기러기가 청산으로 날아가는 형국이어서 청산엔 인물이 나도 이 섬엔 인물이 나지 않는다며 담배를 끄더니 그러나 이 섬에 살면 밥은 굶지 않는다소 덧붙인다 그 소리 듣고 보니 보리밭에 보리가 풍성하고 논에 물이 그득하다

--- p. 129

- 아주머닌 왜 루주 안 발라요?
'루주가 뭔데요?'
- 입술에 빨갛게 칠하는 것 있잖아요
'그걸 바르면 동백이 웃지요'
나는 그제서 동백꽃이 웃는다는 것을 알았다
-<루주와 동백꽃, 여서도 30>전문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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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진 시인은 평생을 섬으로 떠돌면서 섬에 대한 시를 써왔다. 우리나라 섬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섬사람들의 고독은 물론이요, 야생화의 고독, 심지어 곤충의 고독까지 시로 써낸 시인이다. 『혼자 사는 어머니』역시 섬에 관한 시집이다. 이 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여서도, 청산도, 대모도, 소모도 등 크게 4개 섬에 관한 연작시들이 실려 있고, 그 연작시들에는 그 섬들의 생리와 그곳 사람들의 호흡이 꾸밈없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서도 연작시에서는 시인 김만옥에 대한 이야기가 눈길을 끌고 있다. 시인 김만옥은 여서도가 잉태한 시인이다. 반면 그는 여서도의 정서에 질식한 시인이기도 하다. 아버지를 수평선에서 잃고, 자신도 그 수평선의 업을 벗지 못하고 결국에는 자살하고 만……. 청산도 연작시에서는 섬의 조그마한 암자 백련암에서 맞는 달밤의 정취와 여자 스님의 따뜻한 마음에 대해 언급한다. 또한 대모도 연작시에서는 집을 나간 며느리를 기다리고 있는 민박집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소모도 연작시에서는 봄마다 피었다 지면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쓸쓸한 학교 운동장을 묘사하고 있다. 『혼자 사는 어머니』에 나오는 연작 시편들에서는 한 가지 공통점이 느껴진다. 다름 아닌 시 전편에 흐르고 있는 쓸쓸함의 정조가 그것. 그것은 바로 원초적 고독과 그리움에 사무쳐 사는 섬사람들에 내려진 천형이기도 하다. 이 시집에 등장하는 섬들에 젊은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저 나이 든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하나같이 섬을 떠난 자식들의 안위와 그리움이 정을 섬에 붙박은 채 살고 있는……. 이 시집의 제목 '혼자 사는 어머니'는 섬에서 그렇게 혼자서 살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생진 시인의 시는 친근하고 읽기 쉽다. 특히 그의 시는 단순하면서도 평이한 어조, 마치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시행의 전개, 그리고 일체의 과장도 장식도 없는 삶의 관조 등이 돋보인다. 이번 시집『혼자 사는 어머니』의 연작시들에도 예외 없이 그러한 특징이 잘 드러난다. 또한 평생을 섬에서 섬으로 떠돌아다닌 시인에게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는 그리움과 고독 역시 고스란히 나타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시인의 초연한 시선과 자신의 삶을 조용히 반추하는 내적 고백 등과 함께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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