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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여인

철의 여인

和수목 | 오후 | 2015년 08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9 리뷰 15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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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8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440쪽 | 128*188*30mm
ISBN13 9791185687278
ISBN10 1185687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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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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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꾹 닫은 여자는 대답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쪽을 해칠 생각 없습니다.”
불신. 여자는 민철의 말을 믿지 않았다.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민철은 여인경의 반응을 살폈다. 고작해야 5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숨소리가 조금씩 거칠어진 여자의 동그스름한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정신력으로 버티던 여자의 몸도 한계에 도달한 듯했다. 초점이 흐릿해지는 눈동자가 다시 의식을 놓을 것처럼 위태로웠다.
“우선, 좀 쉬십시오.”
민철이 몸을 일으키자 여자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민철은 그대로 뒤돌아섰다. 등 뒤로 여자의 시선이 닿는 것이 느껴졌지만, 문을 열고 문턱을 넘었다. 이 문이 바깥에서 잠긴다는 것을 한 달이나 이 방에서 지낸 여인경이 모를 리 없었다.
탁.
민철은 문을 닫고 서서 기다렸다. 문고리는 정확히 문을 닫은 지 30분 만에 지루하도록 느리게 돌아가다 멈췄다. 여자는 문이 잠겼는지 확인만 하고 나오지는 않았다. 어차피 나와도 민철이 1층에 있는 한 도망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여자는 인지하고 있었다. 만약 민철이 여자였어도 확인만 하고 집이 빌 때까지 기다렸을 터였다.

(중략)

“아직 움직이면 안 됩니다.”
여인경이 민철을 올려다보며 살짝 몸을 뒤로 물렸다. 민철은 여자를 놓아주며 당부했다.
“당분간은 조심해야 합니다.”
“……네.”
고양이가 여린 음성으로 야옹야옹하고 울었다.
“치료는 하십시오. 한동안 찜질을 하셔야 합니다.”
여인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깨가 빠진 적은 처음이라 어떻게 치료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럼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
민철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여자가 할 말이 있는 듯한 여운을 남겼다. 민철은 가만히 서서 여자가 말을 잇기를 기다렸다.
“……제가…….”
“습관성 탈구가 되지 않으려면 적어도 두 달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여인경은 어깨가 탈구되었을 때의 통증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곧 돌아오겠습니다.”
여자와 고양이를 등졌던 민철이 되돌아섰다. 두 쌍의 맑은 눈동자가 민철을 올려다보았다.
“죄송합니다.”
비록 무의식중에 한 행동이라 해도 여인경이 다친 것은 민철의 책임이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민철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사과한 뒤 방을 나왔다. 정중하고 교양 있는 언변과 태도에는 빈틈이 없었다. 여자의 시선이 등에 닿았지만, 어제와는 다른 감정이 섞여 있었다.
1층으로 내려온 민철은 그가 가지고 있는 팔걸이와 뜨거운 찜질팩을 준비해서 2층으로 올라갔다. 똑똑.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여자가 처음으로 민철에게 화답한 순간이었다.
“들어가겠습니다.”
민철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여인경과 고양이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 앉았다.
“외투를…….”
여인경도 찜질을 하려면 두껍게 껴입은 겉옷을 벗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집 안이 전처럼 춥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옷을 벗지 않았던 것은 마음에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던 탓이었다. 남자 앞에서, 비록 외투라 할지라도 옷을 벗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머뭇거리는 여인경에게 민철은 재촉도, 강요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는 듯 그저 묵묵히 찜질 방법과 유의사항을 설명해 줄 뿐이었다.
“가능하면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뜨겁다 싶으시면 수건을 덧대시고, 15분 정도 찜질하신 뒤에 팔걸이를 착용하십시오. 이쪽이 앞으로 오도록 하시면 됩니다. 길이는 이것으로 조절하시면 되고요. 이 정도면 적당할 겁니다.”
여인경은 민철의 성의를 더는 무시할 수가 없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민철이 돌아서 나가기 전에 겉옷을 벗기 위해 팔을 움직였다.
“으읏!”
그러나 저도 모르게 앓는 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통증의 수위만 낮아졌을 뿐 욱신대는 아픔은 계속되고 있었다. 저만치 물러났던 민철이 여인경 곁으로 다가와 어깨를 살폈다.
“괜찮으십니까?”
“네…….”
대답은 그렇게 했어도 이마에 식은땀이 맺힐 정도의 통증은 결코 괜찮은 것이 아니었다. 통증이 잦아질 때까지 숨을 고르며 기다렸다. 혼자서는 도저히 옷을 벗지도, 입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제가, 도와드려도 되겠습니까?”
여인경은 주춤주춤 고개를 끄덕거렸다. 민철은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여인경을 도와주었다. 손이 닿지도 않았고, 여인경이 불쾌하거나 불편한 상황도 없었다.
잠시 후 민철은 적당히 식은 팩을 치우고 팔걸이를 여인경에게 채워 주었다.
“불편하시더라도 이편이 어깨에 부담이 덜 갈 겁니다.”
“……네.”
팩을 들고 일어서는 민철을 따라 일어서려던 여자가 무릎 위에 있는 고양이 때문에 멈칫 동작을 멈췄다.
“그냥 쉬십시오.”
미련 없이 돌아서서 나오는데 문이 닫히기 직전 여자가 나직하게 속삭였다.
탁.
문이 닫히고 민철은 서늘하게 변한 시선으로 방문을 응시했다. 귀를 기울여야 겨우 들을 수 있는 크기였으나 머뭇거림은 없었다. 여자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라고.
덫에 걸려들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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