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스마트’한 성장의 핵심은 기술 혁신이다. 그러나 ‘포괄’적인 성장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익 분배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리스크는 혁신 과정에 내재되어 있다. 어떤 기술이 아이폰과 같이 성공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로 변환되면, 이 혁신 과정에서리스크를 부담한 사람에게는 큰 보상이 주어진다. 이는 혁신의‘축적’되는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의 혁신은 어제 혁신에 더해지게 된다. 그러므로 혁신 사슬에 있는 생태계의 주체들은 자신이 혁신에 기여한 만큼의 보상만 얻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혁신 곡선에 해당하는 전체의 몫을 차지할 수 있다. IT, 바이오기술 같은 분야에서 성공한 투자가들은, 국가가 이 분야의 큰 리스크를 감당하며 자본집약적인 기술에투자 한 뒤 수십 년이 지나서야 투자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곡선에 해당하는 전체의 몫을 차지하며, 자신들의 기여도에 맞지 않는 터무니없이 큰 수익을 얻었다. 하지만 기술의 성공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에 대한 잘못된 통념 때문에 그들이 이렇게 큰 수익을 얻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 따라서 애플사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해볼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애플의 특이점은, 기업의 경영진과 주주만이 아이팟, 아이폰과 아이패드 같은 혁신적인 제품 개발의 위험을 부담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제5장에서 이야기했듯이, 애플 기술개발의 성공은 오히려 1960년대에서 70년대 미국 정부의 통찰력 덕분에 가능했다. 미국 정부는 전자제품과 통신 분야에서의 급진적인 혁신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기초과학과 기술투자 리스크의 도전과제를 극복하고자 나선 것은 애플의
경영진이나 주주들이 아니었다. 그 누구도 나서려들지 않을 때 미국 정부가, 특히 미국 군대가 과감하게 리스크를 부담했고 결국 엄청난 성공을 이끌어 냈다. 애플사는 국가가 씨를 뿌리고 가꿔서 열매를 맺게 한 기술을 점점 발전시켜 지속적으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개발해
나갔다.
애플에 대한 미국 국가의 투자는 원래 국가 안보 문제를 다루고자 시작된 것이었다. 훗날 애플은 기술개발을 상업적으로 적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일자리 창출, 경제 경쟁력과 관련한 이슈로 부상했다. 애플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전자/휴대기기 파악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창의적으로 시장을 개척했고, 정부가 남긴 다양한 긍정적 외부효과로 승부를 보았다. 그러나 이렇게 성장한 오늘날의 애플은 성공가도를 달리며 자사의 점수만 매기고 있고, 최종 점수 역시 자사에게만 유리하게 조작하고 있다.---「다시 애플로 : 미국 정부는 투자를 통해 무엇을 얻었나」중에서
애플은 기술과 지식 측면뿐 아니라 노동시장 전략에 있어서도‘신경제’기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라조닉이 강조한 ‘신경제사업모델’과‘구경제사업모델’간의 차이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경제 사업모델은 제2차 대전 직후부터 1980년대까지 미국 기업 환경을 지배했다. 이 모델은 상하 구조 기업의 안정적인 고용기회와 적당하고 공평한 수입, 그리고 의료보험 지원과 퇴직 후 혜택 보장에 중점을 둔다. 구경제사업모델에서는 일자리 안정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이직률이
낮았다. 반대로 IT 개발 분야의 최첨단 기업들이 차용하는 신경제사업모델에서는 안정적인 일자리, 기술 숙련 구조, 수익성 높은 커리어 같은 요소에 가치를 두지 않는다. 근로자들은 한 직장에서 평생 커리어를 쌓으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이직을 하면서 얻는 혜택에 큰 가치를 둔
다. 구경제모델과 비교했을 때‘신경제사업모델’에서는 조직에 대한근로자와 기업 모두의 책임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노동력의 세계화는 정보와 통신기술개발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신경제사업모델의 결과이기도 하다. 기업은 더 이상 자국이나 지역 내에서 저임금 고기술의 근로자들을 찾는 데 매이지 않게 되었다.
애플은 판매량과 기업의 재정건전성으로 주목받는다. 2012년 8월 애플의 시장 가치는 6,23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1992년 기술주 전성기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세워놓은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유명세와 성공에는 대가가 따른다. 현재 애플은 엄청난 감시를 받고 있다. 애플은 세금면제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으면서, 자국이아닌 해외에서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 또한 애플은 당사가 자국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 내 일자리 및 제조업 비중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애플은 엄청난 감시와 비난의 중심이 되었다.
애플은 당사에서 직간접적으로 30만 4,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주장한다. 이 숫자와 약 21만 개의 애플스토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 관련직을 더하면, 총 약 51만 4,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애플의 이런 주장은 Analysis Group이라는 기업의 보고서를
근거로 한다.
애플은 자사가 고용 시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을 의뢰했다. 현재 첨단 기술 관련 기업들이 국내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기여 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이 보고서의 수치는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애플은 자사에서 창출했다고 주장하는 30만 4,000개의 일자리 중에서 약 4만 7,000여 명의 인원을 직접적으로 고용한다. 2만 7,000명 이상의 근로자가 미국 44개 주에 위치한 246개의 애플 판매점에서 일한다.
그러나 애플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30만 4,000명의 근로자 중에 몇 명의 근로자들이 제조업에 종사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이것은 Foxconn 같은 외국 제조업 기업으로 인해 창출된 일자리인지 아닌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없다). 대신 이 숫자에는 애플과 관련된 각종 일자리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Fedex 직원에서부터 의료보험 관계자도 애플 근로자로 합산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면에서 애플이 미국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언론은 이런 애플의 주장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려들지 않았다. 오히려 언론은 애플의 매력적인 신제품을 소개하면서 애플 제품에 대한 맹목적인 마니아층 형성에 기여해왔다. 언론은 애플이나 애플 제품의 미래에 대한 예측과 루머 일색이었다.
뉴욕타임즈 기자 데이빗 시걸은 2012년 6월 23일자 기사에서 애플의 소매분야 확장과 이로 인한 새 일자리 창출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애플은 전국적으로 점점 더 많은 매장과 데이터센터, 콜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직 시장에서 애플의 수요는 소매부문과 기타 서비스
부문에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아마존 같은 온라인 쇼핑몰 등장으로 인해 소매업이 하향세를 보이며 많은 매장들이 문을 닫고 온라인 판매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애플은 소비자들을 면대면으로 만나 제품을 판매하여 매출을 늘린다. 이렇게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애플은 꾸준히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시갈은 이런 애플의 소매업으로 인한 소득과 고위급 경영진들의 소득 간에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내용을 다뤘다. 그는 애플은 커리어 전망도 낮고, 상위 포지션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도 비교적 제한적이라는 내용도 다루고 있다. 비록 기업 이미지 때문에특정 연령층에게는 애플이 좋은 직장으로 비춰질지 모르겠지만, 급여측면에서 애플은 월마트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애플은 매장 직원들에게 판매 수수료나 스톡옵션을 제공하지 않는다. 확산은 혁신의 핵심이다. 보상의 확산도 혁신의 핵심일 것이다. 그러나 소매업 근로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기여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
---「애플의 일자리 창출 속설 : 모든 일자리가 동등하지는 않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