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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등

외등

박범신 | 이룸 | 2001년 05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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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67쪽 | 546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7905440
ISBN10 898790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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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박범신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 당선. 1978년까지 문예지 중심으로 소외된 계층을 다룬 중ㆍ단편을 발표, 문제작가로 주목을 받았으며, 1979년 장편 『죽음보다 깊은 잠』『풀잎처럼 눕다』등을 발표, 베스트셀러가 되어 70~80년대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활약했다. 1993년 당시 문화일보에 소설을 연재하다가 돌연 절필을 선언, 3년여의 강고한 침묵 끝에 1996년 문학동네에 중편 「흰 소가 끄는 수레」를 발표, 작품활동을 재개했다. 단편집 『토끼와 잠수함』『향기로운 우물 이야기』등이 있고, 장편으로 『죽음보다 깊은 잠』『풀잎처럼 눕다』『불의 나라』『침묵의 집』등 다수를 출간했다. 현재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에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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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그 황혼이 생각나.

그가 불현듯 말했다.

그 황혼? 어떤 황혼? 그녀는 무심히, 그러나 즐겁게 반문했다. 그의 기분이 호전되었고, 자신에 대한 그의 감정도 회복되었다고 그녀는 느꼈기 때문에, 그가 말 속에 어떤 함정을 숨겨놨으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잊은거야?

섭섭한 듯 그가 이마를 찡그렸다.

… 어떻게 그걸 잊을 수가 있니?

상규 씨도 참, 그냥 황혼이라고만 하면 어떻게 알아듣겠어? 매일 오는 게 황혼인걸.

그 황혼은 매일 오지 않아.

완연히 기분이 상한 얼굴로 그가 포크를 놓았다.

그제야 그녀의 머릿속에 어떤 날의 황혼이 떠올랐다. 그래, 그날의 황혼이야. 가회동집 시절이었다. 그녀에 대한 열화 같은 사랑으로 날마다 편지까지 써보냈던 그가 언젠가, 하교길의 그녀를 가회동 어귀 빵집으로 친구와 후배를 시켜 끌고 들어오게 한 적이 있었다. 가을이어고, 또 황혼이었다. 이 쌍년아, 하고 그이 후배 중 한 사람이 그녀에게 퍼붓던 폭언이 생각났다. 그가 이 폭언에 화를 내며 마구 후배를 구타하던 장면도 선연했다. 내가 그의 뺨을 쳤었지. 그는 난폭한 학생이었지만, 그녀는 그 순간만은 그가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그에 대한 분노와 모멸감이 머리 꼭대기까지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이 짐승아, 라고 소리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단호하게 뺨을 맞고서, 충격을 크게 받은 듯 일순 스톱 모션이 되어 그녀를 바라보다가, 잠시 후 제과점 문을 박차고 나갔던 그를 그녀는 떠올렸다. 황혼 무렵의 가회동 골목은 기와지붕 그늘에 덮여 있었으며, 그는 그 그늘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뚜벅뚜벅, 걸어 사라졌다.
--- pp.250~251
사람도, 삶도, 절대로 변하지 않아. 나는 두 손 모아 잡고 중얼거렸다. 무엇보다 사랑조차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나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가회동집이라는 배경에 모든 씨앗이 콱 박혀 있었다. 시작할 때 그대로였다. 시간은 그저 우리를 스쳐 지날 뿐이었다.우리가 시간을 통해 변화한다고 느끼는 것은 현상으로서의 겉가죽이나, 시시때때 바꿔 입는 외투에 불과했다.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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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등』은 1993년 〈문화일보〉에 연재하다가 칼로 무 썰듯이 뚝 끊고만 바로 그 소설이다. 겨울비에 젖고 있는 섣달 어느 새벽, "연재를 중단하며"라는 짧은 글을 써들고 신문사로 찾아가던 황량한 청계천 어귀의 그 빈 거리가 지금 떠오른다. 아무도 출근하기 전이라 신문사는 비어 있다. 비 젖은 거리 맞은편에선 새벽찻집이 셔터문을 삐익, 올리는 소리가 나고, 시청 앞 광장을 거슬러온 차들이 빗물을 튕기면서 밤새 뜬눈으로 지낸 내 발 앞을 쏜살같이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권총을 뒤꼭지에 대고 쓰라고 해도 오늘부터는 단 한 문장도 쓸 수 없습니다."
막 여명이 트기 시작한 새벽찻집에 마주앉은 채 내가 당시의 문학담당기자이자 시인인 S씨에게 말하고 있다. 천리만리 쑥 들어가고 유리창 깨지듯 세세히 갈라진 내 눈빛을 보고, 섬광 같은 직관으로 글쓰는 이의 고통 다 헤아려, 함께 울어준 S씨의 따뜻한 눈물도 잊을 수 없다.
내 주인공들은 그때 막 멀고먼 태평양 연안의 도시로 숙명적 증오와 맞닥뜨리고 말 신혼여행을 떠나고 있다. 그것이 끝이다. 돌아보면, 작가와 함께 삶이 멈추어버린 내 주인공들의 하얀 사기찻잔이 여전히 오래 전의 문화일보 맞은편 어느 새벽찻집에 놓여 있는 게 눈에 환하다. 커피는 식어 독약만큼 검다.

그로부터 8년여.
1700여 매까지 쓰다가 미완성으로 쳐박아둔 것을 꺼내든 지난 겨울, 처음엔 그저 막막하기 이를 데 없었다.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그 굴곡 많았던 상처투성이 현대사를 관통해 온 인물들의 30여 년에 걸친 잔인한 사랑, 끈질긴 증오, 오르가슴보다 더 통절한 죽음이 묵은 활자 속에 화석처럼 갇혀 있는 걸 나는 보았다. 그들은 갇혀 있었지만 아주 죽은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결단코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고 내 인물들이 말했다.

책으로 내자니 부끄러웠고 버리자니 마음이 아팠다. 오냐, 이 불쌍한 것들, 유난히 길고 추웠던 지난 겨울, 나는 자의반 타의반, 내 어두운 자의식의 골방에 그들을 불러들여 함께 놀았다. 1700여 매에서 700여 매를 무참히 솎아내고 300여 매를 새로 쓸 때, 창밖엔 매일매일 폭설이 내렸다. 겨울이 끌날 때쯤 비로소 나의 인물들이 폭설 속으로 슬프고 아름답게 떠나가는 것을 나는 보았다. 잘 가라, 나의 지난 전근대여, 라고 나는 어느 새벽 눈 쌓인 뜰을 서성거리며 혼잣말을 했다.

봄이 전령처럼 급히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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