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구매비, 보험료, 월 주차권 구매비는 모두 고정비용이다. 이 비용은 통행자가 하루에 1마일을 다니든지 200마일을 다니든지 차이가 없다. 결과적으로 이 고정비용을 내고 나면, 통행자는 자동차 운행을 많이 할수록 마일당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으므로 자동차를 많이 운행하면 할수록 지출한 화폐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된다. 따라서 만약 이들 고정비용을 카셰어링, 운행 거리 비례 자동차보험, 시간당 주차비 등의 방법을 통해서 변동 비용으로 바꾼다면 자동차 운행은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p.37
대중교통계획가로서 기억해야 할 유일한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특정 기술을 소유하고자 하는 열망이 아닌, 대중교통 서비스에 대한 요구를 기반으로 기술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주객을 전도하는 일을 피하고, ‘날아다니는 자동차 증후군’에서, 즉 맥락과 무관하게 미래가 우리에게 멋진 기술을 찾게 해줄 것을 약속해왔고, 우리는 그것을 가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궁극적으로 이것이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어떤 차량으로 할 것인지에서 출발하지 말고, 서비스해야 할 시장, 목적, 관련된 성능 측정치는 무엇인지 등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면, 적합한 수단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p.163
자동차의 실용성보다 자동차가 우리에게 미치는 더 큰 영향은 우리의 감정을 형성하는 능력이다. 운전대를 잡고 앉아 있으면 마치 단단한 갑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자동차는 단순히 우리가 이용하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확장이다. 자동차는 단순한 보호용 갑옷이 아니라, 권력과 매력을 나타내는 수단이다. 우리에게 자동차는 마치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나타내기 위해 입는 양복과도 같다. 우리는 가난하다고 해도, 자동차를 타고 있으면 부유해진 것처럼 느낀다. 우리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그럴듯하게 외부를 장식한 자동차에 올라 적절한 스테레오 음악에 채널을 맞추고, 적당히 꾸불꾸불한 고속도로 위를 달리면, 우리는 마치 나만의 우주 중심에 앉아 있는 황홀한 느낌을 얻을 수 있다.--- p.206
많은 지식인은 그동안 미국인들의 자동차 ‘중독’ 문제에 대한 정책이 마약 중독자들을 위해 주사 바늘을 교환해주는 프로그램과 매우 흡사하게 현상 유지 또는 미미한 손상 감소를 위한 정책의 변경 등으로 대처해왔음을 개탄해왔다. 사실 많은 사람은 자신의 자동차에 대해 감정적 애착을 느낀다. 우리 대부분은 자신의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파탄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내연녀를 대하는 것처럼 비합리적으로 행동한다.--- p.206~207
우리가 운전자들에게 더 많이 운전하도록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어떻게 교통 체증과 대기오염에 대해 불평할 수 있겠는가? 만약 정부가 국가 차원의 아이스크림 무료 제공 프로그램을 갑자기 중단한다면 아이들은 불평할 것이다. 이와 매우 유사하게 운전자들이 당장 자동차 운영비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면 역시 불평할 것이다. 따라서 운전자들에게 운행비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새로운 세금 항목이나 수수료의 형태보다는 세금 정책의 변경을 통해 시행해야 한다. 아울러 지금처럼 재산세와 소득세 수입으로 차량 운행을 보조하는 정책은 비효율적이며, 사회적으로 부당하다는 점을 운전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p.211
서구 자본주의에서는 소련 공산당을 모방해 모든 시민을 위한 무료 주택이 아니라 모든 자동차를 위한 무료 주택, 즉 무료 주차장을 보장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사실 미국에서는 64만 명의 시민이 노숙자로 남아있는데도 주차면은 정부 지시에 따라 자동차 1대당 3.5~8개를 제공한다. 비록 우리는 음식, 의복, 주택을 포함한 모든 기타 ‘사회적 재화’에 대해서는 자유 시장적 접근을 택하는데도 우리 사회에서는 시민이 아니라 자동차가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p.260
주차 공간을 잘 활용하면서도 여유 주차면을 확보하기 위한 주차 요금 정책을 이끌어온 도시들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할증 요금제’보다는 시간대별로 주차 요금을 달리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할증 요금제란 가로변 노상 주차장의 회전율을 높일 목적으로, 오래 체류하는 운전자에게 더 높은 주차 요율(예를 들어 처음 1시간은 시간당 1달러, 그다음 1시간은 시간당 2달러 등)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회전율은 고객이 고려하는 핵심 사항이 아니다. 고객들은 가용성만 고려한다. 고객들은 그들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그 부근에서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싶어 한다. 이용할 수 있는 주차 공간이 있기만 하면,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그 블록에 얼마나 오랫동안 주차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p.281~282
임대주택이든 판매 주택이든 간에 관계없이, 주차 요금을 구분해 부과하는 방식을 통해서 모든 주차 비용은 주택 비용과 분리해야 한다. 이 정책은 소유하는 승용차 중 1대를 없애기를 원하는 가구로서는 재정적 보상을 받는 것이 되고, 가구당 1대만을 소유하거나 자가 승용차가 없어도 불편 없이 지낼 수 있는 대중교통-중심적 근린 주거지역에 살기를 원하는 가구들을 상대로는 이러한 틈새시장에 관심을 두도록 유인할 수 있다. 주차 비용을 분리하면, 주차는 필수 구입 사항에서 선택 사항으로 바뀌고, 그러면 각 가구는 그들이 원하는 주차면을 자유롭게 임대해 사용할 수 있다. 차량 보유율 면에서 평균 이하에 속하는 가구들에는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실질적인 재정적 혜택이 될 수 있다. 즉, 주차 비용을 분리해 부과하는 것은 이러한 가구들이 이용할 수 없거나 감당할 수 없는 주차 공간에 대한 비용을 더는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p.294~295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도심을 관통하는 고속도로인 ‘US101’이 베이 브릿지와 만나는 도심 한가운데 구간의 혼잡을 의도적으로 내버려둔다. 이는 도심에 운전해서 들어오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게 만드는 효과가 있으나, 도심을 관통하는 것은 오히려 어렵게 만든다. 결국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은 혼잡을 이용해서 의도적으로 통과하는 통행을 어렵게 만들고자 했으며, 이는 역설적으로 도심으로 들어오는 통행을 수용하기 위한 도로 용량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결과적으로 샌프란시스코 시는 이렇게 함으로써 고속도로로부터 가장 큰 경제적 이득을 얻는다고 할 수 있다.--- p.356~357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다른 도시들의 경험을 보면, 자전거도로에 대한 투자가 자전거 통행을 현저히 증가시키지만, 이러한 자전거 통행의 증가는 승용차 통행이 아닌 카풀, 보행, 대중교통을 이용한 통행의 희생으로 얻어진 것이었다. 비록 자전거도로에 대한 투자가 승용차 통행을 자전거 통행으로 어느 정도 전환한다고 하더라도, 이 때문에 생긴 도로의 여유 용량은 곧바로 유발 수요가 채우고 만다.--- p.360
새롭게 확장된 도로가 개통되면, 피크 시간대에는 전혀 승용차로 통행하지 않았던 운전자들이 어느 순간 승용차로 통행하기로 결정한다. 고속 대중교통 노선의 경우에도 동일하다. 즉, 새롭고 더 빠른 대중교통 경로의 존재 그 자체가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통행 패턴을 바꾸게 만든다. 그러므로 이러한 현상은 모형에서 고려하지 못했던 새로운 통행 수요를 유발하는 것이 된다. 결과적으로 볼 때, 도로 확장 프로젝트 때문에 유발된 수요로 비롯된 추가적인 지체가 차로 증설로 말미암아 절감한 시간보다 오히려 더 큰 경우도 있었다.--- p.361
미국 문화는 ‘열린 도로’를 갈망하는 데 몰두한다. 사실 미국 대법원은 헌법에서 정한 권한과 면책특권 조항을 ‘국민이 50개 주를 자유롭게 여행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으로 해석해왔다. 그러나 많은 미국인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권리와 어떠한 직접적인 비용을 내지 않고 무료로 이동할 수 있는 권한을 동일시하는 것 같다(즉, 도로를 이용할 때 이용자 요금을 직접 내기보다, 세금을 통해 간접적으로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p.382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은 도로 이용자 요금 징수를 준비하는 동시에 혼잡을 관리하기 위한 또 다른 도구로 주차에 혼잡 요금을 부과하는 계획을 실행했다. 즉, 통행 그 자체에 요금을 부과하는 대신에 통행의 종점에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는 운전자들이 도로 이용에 대한 요금을 내는 것을 불편해하는 반면에, 주차 요금은 직감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데에서 출발했다. 무엇보다도 주차는 확실히 보이는 것이다. 즉, 야외 주차장과 주차 건물은 개발 가능한 토지를 차지하며, 누군가는 이들을 건설하고 관리해야 한다. 도로는 공원 및 학교처럼 좀 더 공유재산처럼 보이며,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통적 자원’이다.
--- p.3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