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경험·신문 기사·책 등 가리지 말고 닥치는 대로 메모하고 모으세요. 그러고 나서 모은 자료를 하나의 시각으로 재배열하세요. 자료와 자료 사이에는 틈이 있을 겁니다. 이를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하세요. 그럼 한 편의 스토리가 나오는 겁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 자료를 모으고 연결할 때 자기 자신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나의 시선이 들어가야 합니다. 나의 욕망이 투여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저절로 창의적인 스토리가 완성됩니다. 김정운 소장의 표현을 빌리면, 편집해야 합니다. 누가 편집합니까? 바로 내가 합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편집할까요? 내가 추구하는 것, 내가 욕망하는 것을 기준으로 편집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자료를 내가 선택하여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편집해야 합니다. 편집에는 편집자의 욕망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과는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나의 시선을 갖고 편집해야 나만의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나만의 스토리라야만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습니다. --- p.18
창의적이고 감동적인 스토리를 구성하고 싶은가요? 그렇다면 자료도 모으고, 수집한 자료에 욕망을 투여하여 편집하세요. 자료와 욕망, 두 가지가 창의적 스토리의 필요조건입니다. 그런데 자료 수집과 욕망은 동전의 앞뒤와 같습니다. 욕망이 있어야 자료도 수집하고, 자료를 모아야 욕망을 투여할 것 아니겠습니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됩니다. --- p.30
다음으로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구성하기 위한 전략을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막상 스토리를 만들려면 막막하지요? 자료와 자료를 연결하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쩌자는 거냐는 불만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꾸준히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 자기만의 방법이 터득되기도 하겠지만, 아까 말씀드렸듯이 조금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서사학(narratology)을 빌려 설명할 작정입니다. --- p.31
서사 이론에 적용하여 디자인을 생각해보니 어떤가요? 물론, 디자인에서 스토리를 추론할 수 없다고 하여 나쁜 디자인이라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스토리를 담은 디자인이 소통에 유리하고, 사람들의 뇌리에 오래 남으며, 감성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 p.57
위의 작품에 스토리를 담아서 좀 더 강한 자극을 주는 보디카피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세 가지 목록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구체화하면 됩니다. 먼저 일상을 성실히 꾸려나가는 특정 인물을 등장시킵니다. 그리고 이 인물이 했음직 한 일을 하나하나 나열합니다. 혹여 일상에서 어떤 일을 해나갔는지 구체적인 일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주변 사람의 행동을 차근차근 떠올려보세요. 그래도 찾기 어렵다면, 포털사이트의 도움을 받으세요. --- p.68~69
전시회 도록에서 작가 노트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했듯이 ‘배경 ? 기획 의도 ? 조형 기법’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배경’에서는 이야기를 담아 흥미를 유발해야 하고, ‘기획 의도’에서는 왜 그 소재를 선택했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조형 기법’에서는 구도나 색채 등 디자인을 구현한 방법에 관해 말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세 요소를 똑같은 비중으로 다룰 필요는 없습니다. 세 요소를 모두 균등하게 쓸지, 차등을 둘지, 셋 중 하나를 선택하고 집중할지는 디자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작가 노트에 세 요소를 모두 똑같이 갖출 필요는 없습니다. --- p.77
그런데 무엇으로 독자(클라이언트)를 유혹할 수 있을까요? 논리 또는 감성일까요, 아니면 통계자료나 주도면밀한 분석력일까요? 무엇이든 동원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이용해야 합니다. 이 책에서는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를 강조하고자 합니다. 유기성이나 명석한 분석이 근거로 작용해야겠지만, 무엇보다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큰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만약 여러분의 기획제안서가 강력한 스토리로 시작한다면 기선 제압은 그만큼 수월해질 겁니다. 요즘 말로 ‘감성 마케팅 전략’이라고 할까요? 그럼,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 p.86
이러한 원칙을 지킨다면, 뜻을 온전히 전달하되 읽기 쉬운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까다로운 클라이언트도 설득하기 훨씬 수월해질 겁니다. 원칙, 간단하죠? 그런데 실전에서는 말처럼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학생들에게 수없이 강조해도, 과제를 받아보면 모든 것이 헛수고라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백날 미주알고주알 떠들어봤자 소용없다! 학생이 직접 쓴 글을 갖고 대화하자”입니다. 그러니 여기에서도 여러분과 비슷한 처지의 디자인과 전공생의 글을 제시할 테니, 눈여겨보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애써 만든 디자인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잘 읽히는 글을 써야 합니다. 글 때문에 디자인에 쏟아부은 땀이 헛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 p.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