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 프리드리히는 아버지 몰래 베를린의 어느 은행에서 4천 탈렌트를 얻었다. 그렇게 얻은 빚으로 베를린의 후미진 거리에 낡고 허름한 집을 한 채 얻었다. 그리고 거기서 이중생활을 즐겼다.
고급 황태자 복을 스스로 ‘죽음의 수의’라고 욕하며 벗어던졌다. 그리곤 몰래 맞춰두었던 평상복으로 갈아입고는 보통 사람들처럼 지내는 평범한 시간들을 즐겼다. 궁중생활이 너무 엄격하여 지겹고 괴로운 나머지 황태자의 지위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아무리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인 황태자란 지위도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그 마음을 알 수 없는 것인가 보다. ---「프리드리히 대왕」중에서
그런데 친구들이 갑자기 시키지도 않았는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제히, 경건하고 엄숙하게 그 흉측한 흙덩이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렸다.
손 문은 울화통이 치밀었다. 방금 전까지 제법 진보적인 의견들을 피력하던 녀석들이 갑자기 무식한 미개인처럼 행동하는 것이었다. 손 문은 친구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너희들 뭐 하는 거야? 그게 뭐하는 짓들이냐고?”
“아니, 넌 몰라서 묻는 거야? 이 북제신은 우리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란 걸 모른단 말이야?”
“뭐? 수호신!” ---「손 문」중에서
“뭐 저런 지독한 녀석이 다 있어?”
“저렇게 공부만 해서 얼마나 높은 자릴 해 먹겠다는 거야?”
“두더지가 땅만 파듯 평생 책만 파라고 내버려 둬!”
“공부하는 자여, 그대는 평생 공부만 하라!”
“가엾다, 불쌍한 청춘이여!”
친구들이 비웃은들 어떠랴! 그런 아데나워의 집념이 결국 일국의 수상에까지 오르게 하지 않았는가! ---「콘라드 아데나워」중에서
탄트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 적도 있다.
“탄트의 유년 시절을 회상해 보면 그를 벌주어야 할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학창시절에도 그는 태만하거나 으스대거나 들뜨지 않고, 항상 점잖고 과묵하였다. 한 번도 신앙심을 잃는 일 없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충실히 지켰고, 자기 자신에게도 매우 엄격하였다.
그의 수업 태도는 단정했으며, 성적도 단연코 우등이었다. ---「우 탄트」중에서
그 물레방아에는 몇 개의 톱니가 서로 맞물려서 작은 맷돌이 돌아가게 조작되어 있었다. 실험은 멋지게 성공했다. 아이들은 탄성을 질렀다. 뉴턴은 으쓱해졌다. 그때 반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는 반장이 뉴턴의 앞으로 나서며, 질문했다.
“너, 어째서 물레방아가 도는 힘으로 맷돌이 돌아가고, 맷돌이 돌면 왜 밀알이 밀가루가 되는지 설명해 봐. 설명할 수 있니?”
뉴턴은 말문이 막혔다. 물건을 만지작거리다가 그저 생각나는 대로 만들어냈을 뿐 원리나 이유는 몰랐다.
“몰라?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이지? 그냥 뚝딱뚝딱 만들기만 하면 그게 무슨 발명이야? 또 그게 무슨 연구냐? 그냥 하찮은 목수지. 안 그래?” ---「아이작 뉴턴」중에서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기어코 에디슨은 선생님께 내몰리며 어머니 앞에 나타났다. 선생님의 말은 이랬다.
“에디슨은 골이 비어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면에서도 지능이라곤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죽은 듯이 가만히 앉아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겠는데, 그것도 아닙니다. 수업 중에 꾸벅꾸벅 졸지 않으면, 한눈을 팔아 다른 아이들의 수업에 방해만 되고 있습니다. 이 아이는 다른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만 끼칠 뿐입니다. 그래서 학급의 평판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더 이상 가르칠 수가 없습니다.” ---「토마스 에디슨」중에서
그러나 마리는 더 이상 진학의 꿈을 가질 수 없었다. 아버지의 박봉으로는 오빠의 학비 조달도 어려운 판국이었다. 향학열 때문에 고심하던 마리는 궁리 끝에 언니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브로니아 언니! 이렇게 하면 어떨까? 언니가 먼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해. 내가 학비를 벌어서 댈게. 그 다음 언니가 졸업하고 자리 잡으면 내 학비를 대 줘.”
어머니의 빈자리를 대신해 부엌살림을 맡아 하고 있었지만, 브로니아도 마리 못지않게 공부하고 싶어 했다. ---「마담 퀴리」중에서
그래도 예외 없는 예외는 없다고, 한 사람 쯤은 공부에 미쳤을 것이다. 그렇게 공부에 미친 사람이 바로 라이프니츠다. 독일의 철학자인 그는 누가 억지로 시키지도 않았는데 공부를 몹시 좋아했다. 말하자면 공부의 신이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어찌나 많은 책을 읽고 지식을 습득했던지, 사춘기 시절엔 이미 만물박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모든 분야에 통달해 있었다.
그는 벌써 네 살 때부터 읽기와 쓰기를 완전히 다 할 수 있었다. 구태여 학교를 다닐 필요도 없었다. ---「빌헬름 라이프니츠」중에서
자연히 온 가족의 사랑은 집안에서 하나뿐인 남자인 니체에게로 쏟아졌다. 온 가족이 불면 날아갈까, 쥐면 꺼질까, 금이야 옥이야 떠받들며 키웠다. 그래서 그런지 니체는 요상한 성격의 소년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귀엽게만 자란 아이들은 대개 버르장머리가 없고, 이기적이고,(……) 니체는 달랐다. 귀족적인 전통에 길들여진 탓인지 그 반대였다.
행여 사소한 실수라도 저지르면, 그래서 싫은 소리를 들을 것 같으면, 어디엔가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 아예 종적을 감추어버렸다. 그리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고개를 숙인 채 용서를 빌거나 하였다. ---「프리드리히 니체」중에서
그러다가 아폴드라는 귀족 청년을 알게 되었다.
“자넨 장차 뭐가 되고 싶은가, 알렉상드르?”
“글쎄, 뭐가 되는 게 좋을까? 그러는 자넨 뭐가 되고 싶나?”
“난 시인이나 작가가 되려하네. 가능하면 셰익스피어 같은.”
“셰익스피어가 누군가?”
아폴드는 무식하긴 하지만 순진한 뒤마에게 호감을 가졌다. 그리고 햄릿을 구경시켜 주었다. 햄릿을 보고난 뒤마는 갑자기 자기도 작가가 되겠다고 나섰다. ---「알렉상드르 뒤마」중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렇게 회상한다.
“내 성격도 성격이었지만, 어머니나 아버지는 의심이 많아 도대체 친구 사귀는 걸 허락지 않으셨다. 내 친구가 우리 집 울타리 안으로 들어 온 것은 딱 한 번뿐이었다. 우리 집은 밀폐된 전설 속의 성(城) 같았다. 나는 단 한 번도 혼자서 외출을 허락받은 일이 없었다.”
“이봐, 저 어수룩한 친구는 매일 기숙사 방구석에 처박혀 뭘 한다니?”
“그러게 말이야. 저 녀석은 꼭 습지식물 같아. 어둡고 통풍도 잘 안 되는 방구석에서 무슨 일을 꾸미는 건지.”
“저 녀석 혹시 바보 아니야? 춤도 출 줄 모르고, 체육도 싫어하고, 어떨 땐 움직이는 동작마저 서툴고 우스워.”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중에서
“오! 헤르만! 어떻게 된 거야? 어디 있었어? 어디서 뭘 했어? 이 자식아 어딜 가려면 간다고 말을 하고 가야지! 얼마나 찾은 줄 알아? 빠져 죽은 줄 알고 요 너머 강물 속까지 다 뒤졌단 말이야.”
급우들은 그가 살아 돌아온 것을 반가워하며 주위로 몰려들어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러나 헤르만은 그에 대한 반응이 없었다. 멍청한 표정을 띤 채 ‘죽고 싶어, 죽고 싶을 뿐이야.’ 라고 중얼거리기만 했다. 급우들은 그런 헤르만을 쳐다만 볼 뿐, 무엇이 그로 하여금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는지 아무런 짐작도 할 수 없었다. 헤르만이 죽음을 생각해야할 이유가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헤르만 헤세」중에서
이런 속박을 파가니니가 견딜 재간은 없었다. 섬세한 사춘기 소년은 아버지의 억압과 구속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 탈출을 열망하게 된 더 큰 이유는 사랑에 대한 동경이었다.
그는 어느 날 부모님 몰래 집에서 도망을 쳐버렸다. 그리고는 소도시를 순회하면서 자기 맘대로 연주회를 갖곤 했다. 다행히도 그는 가는 곳마다 열광적인 박수갈채를 받았다. 따라서 자기 몫의 돈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피는 속일 수 없는 것인지, 그는 아버지의 도박에 대한 열정마저 이어받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기 스스로 도박에 빠져버렸다. ---「니콜로 파가니니」중에서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에 빠진 청춘들은 다 똑같은 모양이다. 결국 클라라는 슈만을 향한 지극하고도 갸륵한 사랑 때문에 끝내 아버지에게 돈 한 푼 못 받고 쫓겨나고 말았다.
맹목적인 어버이의 사랑은 격한 감정에 휩쓸리게 되면, 그토록 사랑하는 자식에게조차 끔찍하고 잔인한 행동을 나타내는 모양이다. 클라라의 아버지 비이크 씨는 이제 클라라는 물론 클라라가 접하는 사람들까지도 미워하기에 이르렀다. 슈만과 친분이 있는 로이타 박사가 다녀가기라도 하면, 계모에게 클라라의 소지품과 주머니까지 검사하게 했다. 혹시 슈만의 편지라도 전달하는 건 아닌가 하고. ---「클라라 슈만」중에서
이윽고 모든 응시자들의 접수를 끝내고 마지막으로 혼자 남은 마리안에게 백인 소녀는 이렇게 말했다.
“넌 무슨 일로 왔지?”
“무슨 일로 오다니! 뻔히 알면서도 묻다니…….”
마리안은 끓어오르는 분노와 굴욕감을 삭이며 애써 부드럽게 말했다.
“성악과에 입학 원서를 접수하러 왔어요.”
그러자 그녀는 얼음보다 더 차가운 눈초리로 마리안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그리곤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말했다.
“우리 학교에서는 유색인은 뽑지 않아, 이 깜둥이야!” ---「마리안 앤더슨」중에서
“내가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사소한 우연 때문이었다. 내 다리가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나는 결코 화가 따위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로트렉은 선천적인 난장이였을까? 태생부터 기형아였을까? 아니면 왜 그런 불구의 몸이 되었을까?
그것은 아니었다. 선천적인 기형이 아니었다. 로트렉의 키가 작은 것은 소년 시절에 입은 골절상 때문이었다. 한창 클 나이에 그는 두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그는 혈통 좋은 명문가의 외아들이었다. 명문귀족의 자제답게 생김새가 고상하고 품행이 의젓했다. 어렸을 적엔 쁘띠 비쥬 즉 작은 보석이라는 애칭으로 불릴 만큼 멋진 녀석이었다. 그는 온 집안의 사랑과 인기를 독차지했다.
그런 그가 다리병신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것은 열네 살 때의 일이었다. ---「로트렉 몽파」중에서
“엄마가 보자는데 왜 자꾸 감춰?”
“…….”
“이리 내 봐!”
어머니는 단호한 명령을 내렸고, 클레는 어쩔 수 없이 그리던 그림을 어머니 앞에 내놓았다. 여자 나체 캐리커처였다.
어머니는 기겁을 했다.
“아니, 이게 뭐야!”
어머니는 나체 그림이라고 해서 무조건 멸시할 만큼 그림에 대해 문외한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보고 있는 클레의 그림은 너무 도가 지나쳐 아연실색하고 말았던 것이다. 자기가 사랑하는 아들이 이렇게 엉큼한 그림이나 끼적거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웠기 때문이었다. ---「파울 클레」중에서
게다가 그녀들은 이브 몽땅을 보기만하면 ‘당나귀 귀’, ‘코쟁이’라고 놀려댔는데, 그는 그럴 때마다 냅다 후려치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그녀들이 그렇게 놀리지 않아도 이브는 자신의 외모에 대해 심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미용실에 혼자 있을 때는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못생긴 얼굴에 상심하곤 했다. 특히 그를 절망하게 하는 것은 아궁이라는 별명이 붙은 자신의 입이었다. 아궁이란 떡 벌리면 오렌지 반개를 단번에 삼킬 수 있는 커다란 입과, …… ---「이브 몽땅」중에서
선생에 대한 이사도라의 반항은 교장에게까지 보고되었고, 끝내 학부형을 호출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그래도 이 소녀는 끝까지 잘못을 빌지 않았다.
결국 이사도라는 굴욕을 참을 수 없어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리곤 근처의 꼬마들을 불러다놓고 어린이 무용을 가르쳤다. (……) 호평을 받았다. 그래서 약간의 수입도 생겼고, 그 수입은 식구들의 밥줄이 되었다.
---「이사도라 던컨」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