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이의 선물도 화려한 상자 안에 담겨 있었다. 윤정이의 선물은 화장품이다. 옅은 분홍색부터 붉은 색까지, 그림물감을 짜는 팔레트 같은 작은 통에 립글로스가 들어 있었다. 그 옆에는 앙증맞은 크기의 붓도 있었다. “와, 이거 신기하다!” 친구들의 관심은 조금 전 수제 비누보다 뜨거웠다. 막 개봉한 선물만 아니었다면 너도나도 발라 보겠다고 달려들 태세였다. “립글로스야. 설마 너희 입술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 건 아니겠지?” 윤정이는 립글로스 통을 들고 흔들며 눈을 찡긋거렸다. 그러고 보니 오늘따라 윤정이의 입술이 다른 아이들보다 탐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윤정이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더 예쁘고 꾸미고,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풍겼는데, 다 이런 화장품 덕분이었나 보다.
“아, 이 여드름을 어떡하지? 나도 서현이처럼 예뻐지고 싶은데.” 그러고 나서 여름이는 자기도 모르게 한 말에 깜짝 놀랐다. “어머, 내가 지금 뭐라고 말한 거야?” 여름이는 자기 방에서 혼잣말을 한 것이지만, 서현이를 부러워한 것이 창피했다. 지난번 이상형 월드컵을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우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 게다가 얼굴에는 여드름까지 나서 울긋불긋하니 더 자신감이 없어졌다. 그런데도 점점 동우를 향한 관심이 커지는 것 같아서 여름이는 어쩔 줄을 몰랐다. 거울 공주가 된 여름이는 과연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까?
“어, 이거 봐라!” 비비크림을 바르자 울긋불긋하던 이마는 마치 피부색처럼 변했다. 여드름의 붉은 색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여드름이 났다는 것을 모를 정도였다. 여드름의 붉은 자국이 가려지자 여름이는 이마를 가리기 위해 내린 앞머리에 신경이 덜 쓰였다. 앞머리가 조금 흩어지더라도 괜찮을 것 같았다. 여름이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요리조리 뜯어보았다. 사라진 여드름, 그리고 반짝이는 입술. “아, 정말 이래서 화장을 하는 거구나.”
“아니, 너 얼굴이 왜 이러지?” 아침에 일어난 여름이를 보고 엄마가 놀라서 말했다. “왜, 왜 그래?” 아직 잠이 덜 깬 여름이는 무슨 일인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름이를 본 식구들의 반응은 모두 똑같았다. “어머, 언니 얼굴!” “여름아, 어디 아프니?” 봄이와 아빠도 여름이를 보고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엄마는 여름이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더니 점점 걱정에서 화가 난 얼굴이 되었다. “너 요새 화장을 하는 거 같더니. 이거 화장독 같은데?”
여름이는 동우의 솔직한 대답보다 서현이가 야구를 좋아하고 솔직해서 사귀었다는 말에 더 놀랐다. 아이들은 모두 서현이가 귀엽고 예뻐서 동우가 사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동우에게는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여름이는 외모만 가꾸면 동우가 자신을 좋아하게 될 거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이유가 꼭 외모 때문만은 아니다. 여름이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중략) 여름이는 문득 화장품으로 여드름을 가리려고만 한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솔직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여드름이 난 것을 인정하고 제대로 치료하거나 받아들였어야 했는데 화장으로 덕지덕지 가리려고만 했다.
일 년 내내 손꼽아 기다린 여름이의 생일! 여름이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친구들이 집으로 찾아왔다. 친구들보다 더 반가운 건 다름 아닌 생일 선물. 여러 선물 중에서 여름이와 친구들의 눈에 번쩍 띈 것은 절친 윤정이가 선물한 화장품이다. 바르면 입술이 예쁘게 반짝거리는 립글로스에, 연예인처럼 뽀얀 피부로 만들어 준다는 비비크림까지 있다. 선물이 마음에 쏙 든 여름이와 여자 친구들은 수다를 떨다가 같은 반 남자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상형 월드컵을 하기로 한다. 동우를 좋아하는 여름이는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하지만 눈치 빠른 윤정이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이성과 외모에 관심이 생기는 사춘기에 접어든 여름이에게 어느 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엄청난 사건이 일어난다. 아침에 눈을 뜬 여름이의 이마에 떡 하니 자리 잡은 얄미운 여드름! 동우에게도 잘 보이고 싶고, 동우와 사귀는 서현이보다 더 예뻐지고 싶은 여름이에게 여드름은 불청객이다. 앞머리로 여드름을 가리기에 급급한 여름이에게 화장품 박사 윤정이는 신기한 화장의 세계를 소개해 준다. 여드름을 감쪽같이 가려 주는 화장품에 폭 빠진 여름이는 그 매력에 점점 더 빠져 드는데…….
《내 보물 1호는 화장품》는 이성과 외모에 호기심이 왕성한 사춘기 아이들에게 화장하는 것에 대한 이해와 아이답게 예뻐지는 법을 알려주는 생활 동화책이다. 요즘에는 초등학생 가방에서 화장품이 들어있는 파우치를 찾는 게 신기한 일이 아니다. 한참 성장할 나이에 독한 화장품을 바르고 어른처럼 예뻐지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화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책은 어른들이 왜 어릴 때 하는 화장을 반대하는 지, 아이답게 예뻐지는 것이 무엇인지 여름이의 이야기를 통해 재미있게 알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