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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그래프 monograph No.1 최현석

모노그래프 monograph No.1 최현석

모노그래프-0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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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260g | 166*225*20mm
ISBN13 9791195325870
ISBN10 1195325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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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스리체어스 편집부
I had three chairs in my house; one for solitude, two for friendship, three for society.
- Henry David Thoreau 《Walden》

2014년 7월 언론인, 광고인, 국회 보좌진이 모여 설립한 ㈜스리체어스는 세상에 없던 가치를 창출하는 미디어 스타트업입니다. ㈜스리체어스가 만들어 갈 가치란 ①당신과(one for solitude), ②당신의 친구와(two for friendship), ③당신이 속한 사회를(three for society) 보다 윤택하게 만드는 가치를 뜻합니다.

스리체어스는 격월간 [biography]와 [monograph] 발행은 물론 인문사회 서적 출간, 인물 브랜딩, 각종 문화 행사 기획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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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od & life’ 中
도시락 반찬은 늘 같았다. 계란말이가 아닌 날을 꼽는 게 더 빨랐다. 질릴 법도 했지만 한식집 찬모였던 어머니에겐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손맛이 있었다. 날마다 계란, 계란, 계란이었지만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 중학교 2학년 자율 학습 시간, 몰래 도시락을 까먹는데 선생님이 들이닥쳤다. “야, 너 이리 나와, 입 벌려.” 쩔쩔매며 벌린 입엔 계란말이와 밥이 한가득이었다. 순간 커다란 손바닥이 날아들었다. 정신없이 뺨을 맞다가 코피를 주룩 쏟았다. 복도에 꿇어앉아 계란과 눈물과 핏물이 엉긴 밥알을 우물거렸다. 이런 제길. 그 와중에 그게 또 맛있었다. 목구멍으로 밥을 넘기며 생각했다. ‘이놈의 계란말이는 수치심을 넘어선 맛인가.’--- p.43


“몇 밤 자면 아빠 와?” 어머니는 명란을 준비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아버지가 제일 좋아하는 반찬이었다. 똑 닮은 부자에게 유일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입맛이었다… 명란젓이 왜 맛있는지 어릴 적엔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저런 건 고양이나 먹는 거지.” 그랬던 음식이 이젠 가장 좋아하는 반찬이 되었다… 아버지처럼 총주방장이 된 지금, 최현석은 아버지가 썼던 긴 모자의 무게를 실감한다. 왜 그렇게 집에만 오면 다리를 주물러 달라고 하셨는지도. 그리고 거짓말처럼 아버지 입맛을 꼭 닮아 간다.--- p.44


주방장은 손재주가 뛰어난 최현석을 특별히 예뻐했다. “맛을 알아야 만든다”며 각종 드레싱과 치즈를 한 숟가락씩 퍼서 먹였다. 주방장은 쓰레기통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달걀 껍데기는 겹쳐서 버려라, 도마 물기 닦아라, 물 아껴 써라, 세제 많이 쓰면 한강 물고기 다 죽는다...” 습관, 습관, 습관. 최현석은 스승 덕분에 하나부터 열까지 요리의 기본을 익혀 갔다. 스승은 뭐든 한 번 보여 주면 귀신같이 따라하는 제자를 편애하지 않을 수 없었다. --- p.51

- 오감에 대한 단편 [우울氏의 1日] 中
맛이란 뭘까. 삼겹살, 제육볶음, 아귀찜, 빌어먹을 꽃게탕... 이런 음식 말고도 우리는 ‘맛이 있다’는 표현을 곧잘 쓴다. 김광석의 노래에 담백한 맛이 있다고들 하듯. 나는맛이라는 현상이 미각 세표의 화학 반응으로만 일어난다고 여기지 않는다. 광의의 맛은 고차원적 정신 작용의 산물이다. 사라하는 여인의 입술이 달콤한 까닭은 거기에 땅콩버터를 발라 놓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렇다면 손 한번 잡아 보지 못한 짝사랑 그녀와 뜨거운 입맞춤을 나누면서 내 왼발을, 그러니까 엄지발톱을 뽑은 왼발을 세게 밟으면 어떤 느낌일까. --- p.73

- ‘deep talk’ 中
“요리는 감성적인 거예요. 아무리 훌륭한 요리라도 기분이 우울할 때 먹으면 맛이 없죠. [냉장고를 부탁해]의 재료들이 참 열악해요. 어쨌든 전 거기서 쨍하게 만들어 내거든요. 테크닉 면에서는 훌륭할 수 있어요. 그런데 홍석천 형한테 진단 말이에요. 그분이 저보다 요리 잘하겠어요? 그때 많이 느꼈죠. 아무리 캐비어가 비싸도 모르는 사람이 먹으면 ”이렇게 비린 거 왜 먹어?“ 하는 거예요. 비싼 재료나 테크닉이 전부가 아니란 걸 느꼈어요. 감성을 건드리는 게 가장 중요하죠.”--- p.89


“처음에 외국 간 게 파리였는데 ‘어쩌면 이렇게 풍경이 다 엽서 같을까. 조상들이 남긴 걸로 후손들이 풍성하게 먹고사는구나.’ 싶었어요. 요리도 좋고. 그러다가 에펠탑을 봤는데 와이프에게 너무 보여 주고 싶은 거예요. 몇 번을 갔지만 갈 때마다 매번 느껴요. 다음에 와이프 데리고 꼭 다시 와야지. 일 말고 쉬는 걸로.“--- p.106


“어떤 셰프들은 비싼 칼 쓰고 칼 가방도 좋은 걸 들고 다니는데, 전 일부러 허름한 헝겊 같은 데다 뚤뚤 말아서 묶어 가지고 다녀요. ‘바람의 파이터’처럼. 하하. 진짜 고수가 누더기 같은 데서 척 꺼내는 식의 그런 느낌이 좋더라고요.” --- p.108


“소주 한 병 반을 먹고 진짜 고생한 적이 있어요. 열아홉 번 오바이트 하고, 물만 먹어도 소주 맛이 났어요. 냄새도 못 맡고. 그런 상태에선 요리를 할 수 없죠. 주방에 술 먹고 출근하는 직원들, 아침에 입에서 술 냄새나면 처음에는 그냥 욕했다가, 두 번째는 더 심한 욕 하고, 세 번째는 잘라요. 담배는 절대 못 피우게 하고. 기호고 나발이고 내 주방에서 담배 냄새나는 거 싫으니까. 담배는 후각을 무디게 해서 요리하는 하면 안 돼요.”--- p.111

- ‘냉장고와 텃밭’ 中
줄곧 남의 냉장고만 여는 그의 냉장고엔 뭐가 있을까. 그는 집에선 요리를 하지 않는다며 배달 음식과 냉동식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집의 주방은 아내의 영역이라 했다. 안 된다는 그를 설득해 냉장고 문을 열었다. 인스턴트가 잔뜩 있을 줄 알았는데 반전이었다. 막상 문을 열어보니 몸에 좋은 발표 음식이 가득했다. 평소 건강식을 즐겨 한다는 아내의 요리 스타일을 느낄 수 있었다.--- p.121

- ‘즐거운 취미생활’ 中
짜장면이 250원 하던 시절, 아버지는 7천 원짜리 ‘스타징가’ 로봇을 사 주셨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리울 때마다 그 녀석을 만지작거렸고, 얼굴이 미묘하게 다른 버전으로 여섯 세트를 사들엿다. 그때부터 로봇에 대한 집착이 시작됐다. 상자까지 다 있는 완품이라야 가치가 있었다. 에반게리온 시리즈와 태권V, 마징가의 여친들은 ‘레어템’이다. 경매에서 수백만 원에 거래된다. 주방에서 한껏 예민해져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집에 와서 녀석들을 보면 입꼬리가 올라가는 게 느껴진다. 그에게 로봇은 간직하고 싶은 순수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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