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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 내리는 비

개성공단에 내리는 비

문학의전당 시인선-21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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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30쪽 | 214g | 153*224*10mm
ISBN13 9791158960001
ISBN10 11589600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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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 내리는 봄비

경칩(驚蟄)도 춘분(春分)도
삼월의 빗속에 있다

개성공단 안
이해가 되다가도 이해가 안 되어
짠하게 지낸 아주 긴 며칠
메마른 가슴 속에
봄비가 쌓인다

이른 아침 출근하는
녀성 동무들의 우산 행렬 위에서
재잘거리는 봄비

노여움을 푸시라요
찻잔을 들고 와
미안해하는
녀성 동무 마음속에도
저 봄비가 내리리라

멀리 또 가까이 보이는
민둥산에도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톱이 울다

첼로만 사랑하던 활대가
날카로운 톱날 위에 흐느끼듯
온몸을 떨고 있다

말총의 격렬한 몸부림
연주자의 손목을 타고 오른다

흔들리는 무릎 사이
활이 뿜어대는 숨결에
톱날이 춤을 춘다

수많은 나무를 베어낸 저 사납던 톱날
악기 되어 속죄하듯 쏟아내는
등 굽은 저 소리

뼈 마디마디 부서지듯
마음속 열고 들어오는
사명이란 찬양곡
귓속이 애절하다

박수가 뜨겁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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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 안개 그 속으로 희망을 나르는 백노진 시인은 절쑥거리며 세상을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고향을 지척에 두고도 바라만 보아야 하는 것도 ‘절쑥’이며, 어긋나버린 신체의 한 부분 때문에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는 기울진 세상을 볼 수 있는 것도 ‘절쑥’이다. 시인에게 시는 실향민의 가지 못하는 고향이고 부모이고 신앙이며 바닥이다. 그 바닥엔 목숨 내건 민들레 사명이 있다. 개성공단에서 시인은 활짝 웃는 민들레 사명으로 고향을 사수하고 있다. 톱의 사명감으로 톱도 운다고 말하는 시인, 톱이 연주하는 사명은 시인의 애끓는 기도이다. 백노진 시인에게 시는 사명이요 사역이자 또다시 본향의 길로 인도하는 밝은 푯대다. 안개 속 안개 그 속에서 천상의 시를 쓰는.

이우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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