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7년 05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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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2쪽 | 398g | 137*195*30mm |
ISBN13 | 9788956609386 |
ISBN10 | 8956609381 |
발행일 | 2007년 05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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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2쪽 | 398g | 137*195*30mm |
ISBN13 | 9788956609386 |
ISBN10 | 8956609381 |
구단주 안퐁맨 카리스마 직업 면장 선거 |
국내에도 많은 팬을 두고 있는 오쿠다 히데오이지만 내가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추천으로 우연히 읽게 된 <공중그네>가 어찌나 재밌던지 시니컬한 그의 유머와 탁월한 전개 방식에 금세 매료되고 말았다. 책을 다 읽기도 전에 말이다. 나는 한동안 다른 책은 거들떠도 보지 않은 채 오직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만 찾아 읽었다. <남쪽으로 튀어!>, <나오미와 가나코>, <무코다 이발소>, <꿈의 도시> 등 그의 소설은 꽤나 많았다. 때로는 <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와 같은 수필집도 함께 읽었다. 그는 언제나 현실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풍자는 그저 소설의 맛을 살리는 데서 그칠 뿐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식의 훈계조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어찌 보면 그가 어떻게 인기 작가로서의 위치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이라는 공간적 배경에 대한 이질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이따금 크게 실망한 작품도 더러 있었다. <꿈의 도시>는 내가 읽었던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 중 가장 크게 실망한 작품으로 기억된다. 그럼에도 내가 오쿠다 히데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시니컬한 그의 유머 감각 때문이다. <면장 선거>를 읽게 된 것도 아마 그런 맥락에서 비롯되었지 싶다.
"아무래도 이번 작품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작중인물, 즉 환자 계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면장 선거>를 제외하면 일본 사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누구나 다 아는 유명인이 주인공이다. 다시 말해 유명인 패러디 편 내지 매스컴 편인 셈이다." (p.306 '옮긴이의 말' 중에서)
표제작인 '면장 선거'를 비롯하여 '구단주', '안퐁맨', '카리스마 직업' 등 네 편의 단편이 실린 이 소설집은 <공중그네>의 주인공인 의사 이라부가 등장하는 작품으로서 이라부 시리즈 3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제1편 <공중그네>, 제2편 <인 더 풀>, 제3편 <면장 선거>로 이어지는 이라부 시리즈는 각각의 작품이 서로 닮은 듯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준다.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함께 등장하는 미녀 간호사 마유미를 내세운다는 점은 앞의 두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두드러진 점은 간호사 마유미의 파격적인 행보에 있다. 록밴드 멤버로 활동하며 수당을 챙기기 위해 열심히 주사를 놓는 그녀의 활약상은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유미, 부탁이 좀 있는데, 방 잠깐만 빌릴 수 있을까?"
구미가 한 손으로 합장하는 시늉을 했다. 가오루가 안을 들여다보니 마유미라고 불린 간호사는 벤치 의자에서 기타를 치고 있었다. 흰색 미니스커트 가운 아래로 넓적다리가 다 드러나 있었다. 간호사는 나른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더니, "뭐?" 하고 낮게 중얼거렸다. (p.152 '카리스마 직업' 중에서)
천방지축의 정신과 의사 이라부는 의사라기보다 차라리 환자에 가까운 기괴한 행동을 보여준다. 또한 육감적인 몸매로 환자를 유혹하여 폭력적 주사를 놓는 마유미의 행동 역시 만만치 않다. 이라부와 마유미의 이러한 돌출 행동은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강박증을 순화하는 역할을 한다.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여러 증세의 강박증에 시달리는 현대인이 이라부의 치기어린 행동과 마유미가 놓아 주는 포도당 주사 한 방이면 금세 씻은 듯이 낫게 될 것이라고 믿게 된다.
야쿠자, 베테랑 곡예사, 인기 작가 등 특정 분야의 전문인이 환자로 등장했던 <공중그네>와는 달리 <면장 선거>에서는 거대 기업인 신문사 사주, 잘 나가는 벤처 기업가, 인기 중년 여배우 등 우리 주변의 유명인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작가는 요미우리 신문사 대표인 와타나베 쓰네오를 모델로 '구단주'의 주인공인 다나베 미쓰오를 설정했고, '안퐁맨'의 주인공 안포 다카아키는 '일본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젊은 기업가, '라이브도어'의 대표이기도 한 호리에 다카후미를 모델로 쓴 작품이다. 게다가 '카리스마 직업'의 주인공 시로키 가오루는 영화 <실낙원>의 여주인공 구로키 히토미가 모델이다. 표제작인 '면장 선거'를 제외하면 모두가 실제 인물을 모델로 삼았다는 게 이 소설집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권력과 부를 거머쥐었으나 코앞에 닥친 죽음에 대한 공포로 패닉 장애를 일으키면서도 현직에서 떠날 줄 모르거나, 젊은 나이에 재계의 스타가 되었으나 지나친 효율성 추구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미모와 젊음을 유지하는 중년의 여배우가 미용과 다이어트에 병적으로 집착하거나 하는 등 현대인이 앓고 있는 다양한 강박증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과 혼란은 이라부가 2개월간 임시 부임해간 외딴 섬에서 치러지는 면장 선거의 회오리를 통해 융화되고 희석된다.
흰 바다표범을 연상시키는 우스꽝스러운 용모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돌출행동으로 환자들의 혼을 쏙 빼놓고 독자들의 웃음보를 터뜨리는 이라부. 육감적인 몸매로 환자들을 홀리는 마유미. 두 주인공의 상반된 이미지는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 가공의 인물이지만 도대체 정신과 의사나 간호사의 처방 치고는 어이없을 정도로 과장된 게 아닌가 싶은 두 사람의 웃음 치료는 작가에 의해 철저히 계산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쩌면 이라부가 향하는 외딴 섬은 꽉 막힌 제도나 끝도 없는 인간의 욕심에서 한발 비껴난 이상적인 공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비록 난장판의 모습으로 보일지라도 날것의 건강함이 살아있는 그런 곳 말이다. 지나친 욕심과 과도한 경쟁으로 지치고 힘겨울 때면 나 역시 모든 걸 내려놓고 그런 곳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이라부가 향한 그런 외딴 섬으로.
"료헤이는 가슴이 뜨거워졌다. 어느 쪽이 이기든 이 섬은 아무 문제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단. 이해는 서로 대립될지 모르지만, 섬을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았다." (p.304 '면장 선거' 중에서)
오쿠다 히데오의 이라부·마유미 콤비 시리즈는 내가 참 좋아하는 책들 중 하나이다.
자기 세계 강한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시크한 간호사 마유미가 다양한 인물들과 그려내는 에피소드가 배꼽을 잡게 하기 때문이다.
보통 속편은 재미가 없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신기하게도 면장 선거는 그렇지도 않다.
오쿠다 히데오 특유의 시원스러운 전개와 탁월한 유머로 읽는 내내 질리지 않게 한다.
이라부·마유미 콤비 시리즈가 앞으로 더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나온다면 꼭 읽고 싶다.
아주 오래전 읽었던 #공중그네 의 #블랙코미디 에 푹 빠져 #오쿠다히데오 에 대한 관심이 생겼던 시절이있다. 물론 20대의 나는 지금처럼 여러 장르의 책들을 접하기 보다 실용서를 주로 읽었기 때문에 시간상 나머지 책들은 과감히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우연히 방문한 중고서점에서 만난 #면장선거 는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을 읽던 그 때 그 시절을 생각나게 했다.
두 번 생각하지 않고 3천원도 되지 않는 저렴한 금액에 만난 <면장선거>를 읽고 난 후에 난 왜 이제서야 이걸 읽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중그네>의 코미디가 참 좋았던 나였기에 또한 여전히 이라부 라는 종횡무진 캐릭터가 수많은 세월 잊혀지지 않은터라 이번에 읽은 <면장선거>에서 역시 이라부가 등장한다는 것을 알고 난 후 꽤나 기뻤던 기억이난다.
이번 편에서는 전작과 다르게 실제 인물들을 모델로 하고 있다는데 내가 일본사람이 아니다보니 실제 인물들을 대비하여 읽을 수가 없어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물론 해당 인물을 모른다고 하여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알았으면 더 재미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이 늘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면장선거> 역시 <공중그네>에서 보여줬던 호쾌한 글솜씨가 일품이다.
뭔가 가벼운 듯, 힘 빼고 쓰인 글은 참 잘 읽히는 법이다. 눈을 뗄 시간 조차 주지 않고 책의 시작부에서 그 끝에 다다른 것을 보면 말이다. 오쿠다 히데오가 좋았던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가벼움, 끝도 보이지 않는 가벼움 속에는 깊고 풍부한 블랙 코미디 만의 진한 맛이 있다. 가볍기에 더 무겁게만 느껴졌던 이 책에서 예전과 다름없이 활약해준 이라부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캬라멜 팝콘 같은 치명적 매력의 사나이 이라부, 타고나기를 고상과는 거리가 멀고 경박하다 못해 천박해 보이기 까지한 이 캐릭터는 말할 때 마다 과도한 콧소리를 킁킁 대며, 나름의 투철한 직업 정신으로 환자의 혼을 쏙 빼놓고 만다.
그 여전한 이라부라서 좋았다. 결코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될 여지가 없어보이는 이라부는 여전히 오쿠다 히데오의 책 속에 살아 숨쉬며 특권층만의 허위허식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유쾌, 상쾌, 통쾌한 이라부와 환자들의 이야기. 코미디도 이만하면 예술의 반열이라 할 수 있겠다.
원래도 블랙 코미디 장르를 참 좋아하지만 오쿠다 히데오는 블랙 코미디 안에서도 자신만의 장르를 개척한 것처럼 느껴지는 요소들이 많아서 좋다. 당연히 오쿠다 히데오의 <면장선거>에서 헛웃음을 빼놓을 수 없겠지만 그렇게 웃으면서도 이 씁쓸한 세상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 부족함 없이 드러난다는 것에 더 큰 감동이 밀려오는 책이다.
나온지가 한참 된 책이라 독서를 취미로 하는 분들은 대부분 읽었겠지만 만약 나처럼 아직도 읽지 않은 분이 있다면 굉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물론 블랙 코미디를 싫어한다면 패스해도 좋다. 만약 블랙 코미디에 관심 있다면 <공중그네>와 <면장선거>는 꼭 읽어봐도 좋을 책이니 기회가되면 읽어보시기를 바란다.
여담으로 중고서점에 갔을때 함께 구해온 오쿠다 히데오의 다른 책들이 몇권 있는데 그 중엔 장편 소설도 있다. 아직 접해보진 못했지만 과연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벌써부터 기대 반, 설레임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