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뮨이란 ‘함께’, ‘묶음’ 등을 뜻하는 ‘com’과 ‘선물’을 뜻하는 ‘munis’가 결합된 것이다. 즉 선물을 주는 방식으로 결합된 관계가 바로 코뮨인 것이다. 선물의 본질은 ‘타인에 대한 배려’고, 선물을 주는 사람은 그러한 배려를 통해 자신의 기쁨을 얻는다. 또한 그것은 그러한 배려를 통해 자신을 배려한다. 코뮨주의란 이처럼 타인과의 상호적인 배려, 아니 심지어 되돌아오는 결과에 대한 계산 없이 일방적으로 선물을 줌으로써 상생적인 삶을 추구하는 관계를 지칭한다. 이는 이미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함께 생산하고 함께 소유한다”는 의미의 공산주의에 갇혀버린 코뮤니즘에서 벗어나 코뮨적 관계, 상생적 삶을 추구하는 관계를 표현하는 개념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공산주의와 좀더 명확하게 구별하기 위해서 우리는 commune-ism이라는 용어를 거꾸로 ‘코뮨주의’라는 개념에서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 pp.382~383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선다는 것은 인간에게 인간 아닌 다른 생물의 입장에서 사고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포함하는 순환계의 입장에서 인간의 문제에 접근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인간의 문제를 외면하고 다른 생물의 문제, 다른 ‘환경’의 문제에 접근하는 그런 태도를 뜻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것은 다른 생물의 문제도 사실은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또 다른 궁지로 우리를 몰고 갈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항상 앞서서 자연적인 순환계를 교란시키고 그것을 화폐의 권력 아래 복속시키며 순환을 교환으로 바꾸어놓는 인간의 문제를 제껴놓고선, 어떠한 ‘환경’문제도, 어떠한 생태계의 문제도, 어떠한 다른 생물의 문제도 해결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인간’이야말로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될 문제인 것이다!
--- p.378
나는 이 책의 불온함이 이 책을 읽는 분들의 또 다른 불온함을 촉발하고 증식시키길 바란다. 그것이 또 다른 종류의 불온한 사유를 생산하길 바란다. 그 불온한 사유가 다시 내게 다가와 또 다른 사유의 길이 있음을, 또 다른 삶의 방향이 있음을 알려주고 촉발하길 기대한다. 그리하여 불온한 사유가 이 불모의 땅에 새로운 삶/생명으로 퍼져나가, 우리가 발딛고 선 대지 전체를 다시금 불온하게 뒤흔들게 되기를 기대한다.
--- p.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