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그러면 제가 페피타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입니까? 그녀의 아름다운 두 눈을 보며, 그녀의 하얗고 부드러우며 정갈한 피부의 아름다움을 보며, 웃을 때면 환하고 가지런하게 드러나는 진주알 같은 잇속의 아름다움을 보며, 붉은 입술의 아름다움을 보며, 매끈하고 온화한 이마의 아름다움을 보며, 그리고 하느님이 그녀에게 부여한 수많은 아름다움을 보며, 모른 척 두 눈을 감아야 한다면 좀 우스꽝스럽지 않을까요?
--- p.55
‘아름다움은 하느님의 예술 작품이다. 오래 유지될 수도 있고, 순간 사라지는 찰나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름다움의 이데아는 영원한 것이어서 사람들의 마음 안에 한번 새겨지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 오늘 내 앞에 드러나는 이 여인의 아름다움은 짧은 세월 안에 사라질 것이다. 우아한 몸매와 조화로운 이목구비, 어깨 위에 오뚝 솟아 있는 우아한 목과 머리, 이러한 모든 아름다움 또한 구더기의 먹이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만약 물질이 형식으로 변하고, 예술적 사고로 바뀌고, 아름다움 자체로 승화된다면 누가 그것을 파괴할 수 있을 것인가. 바로 그것이 신령한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닐까. 내게 받아들여지고 내가 인정한다면, 내 영혼 안에 늙지도 죽지도 않으면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닐까’하고 말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을 풀어나갔습니다. 그러자 제 영혼은 차분해졌고, 숙부님께서도 이미 잘 알고 계신 제 고민이 다소 풀려나가는 듯했습니다.
--- pp.65~66
저는 어떻게 해서라도 그녀에 대한 사랑을 멀리하려 애를 씁니다. 그녀의 영상에 끔찍하고 불결한 이미지를 덧씌우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떻게 된 영문인지 마치 두 개의 영혼과 두 개의 생각하는 능력, 두 개의 의지, 그리고 두 개의 마음을 가지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제 스스로가 이제 막 확신했던 내용을 부인하며, 순수와 욕망이라는 사랑의 두 얼굴을 하나로 합쳐보려는 노력에 미친 듯 빠져들곤 합니다. 심지어 그녀 곁에 머물면서 계속 그녀를 사랑하며, 성직에의 종교적 열정과 헌신을 포기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이란 조국이 되었건 인류가 되었건 아니면 학문이나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것이 되었건 그 대상에 대한 사랑이 순수하고 영적이라면 그 어떤 사랑도 배재하지 않기에, 저의 이러한 사랑 또한 용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저는 그녀에 대한 저의 마음을 모든 선하고 아름다운 이미지와 알레고리, 상징으로 삼으려 합니다. 그녀는 저에게 단테의 베아트리체이고, 조국의 형상이고 상징이며, 지와 미의 상징입니다.
--- pp.96~97
“[……] 저는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의 영혼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몸과 그 몸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와 물 위에 비친 영상, 당신의 성과 이름, 혈관을 흐르는 피와 돈 루이스 데 바르가스라는 존재를 규정하는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 당신의 목소리, 손짓, 걷는 습관, 그리고 무엇을 더 말해야 할까요. [……]”
--- p.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