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나온 포와로는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어 보았다. 치료받는 동안 다소 볼품없게 된 그의 콧수염을 매만지기 위해서. 그가 만족스럽게 콧수염을 가다듬었을 때, 엘리베이터가 다시 내려오더니 전혀 음정도 맞지 않는 휘파람을 불면서 사환 애가 홀의 뒤편에서 나타났다. 포와로를 보자마자 그 소년은 황급히 입을 다물고 포와로가 나갈 수 있도록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문을 나서자, 택시 한 대가 병원 앞에 멈춰 섰다. 택시의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의 한쪽 발이 밖으로 나왔다. 포와로는 은근한 호기심으로 그 발을 살펴보았다. 미끈한 발목에 고급스런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못생긴 발은 아니라고 포와로는 생각했다. 하지만, 신발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은 번쩍거리는 커다란 버클이 달린 새로 나온 가족구두였다. 그는 설레설레 머리를 가로저었다. '세련되지는 않았어 - 아주 촌티가 나니 말이야!'하고 포와로는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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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내 구두를 채워라
셋, 넷, 문을 닫아라
다섯, 여섯, 막대기들을 주워서
일곱, 여덟, 똑바로 정돈하라
아홉, 열, 보기좋게 살찐 암탉 한 마리
열하나, 열둘, 남자들은 찾아다닐 것
열셋, 열넷, 하녀들은 구애를 하고
열다섯, 열여섯, 하녀들은 부엌에 있고
열일곱, 열여덟, 하녀들은 기다리며
열아홉, 스물, 내 접시가 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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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프리드는 초조함과 들뜬 마은, 그리고 그 모든 일로 혼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속에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가 이곳에 고용된 지는 이제 겨우 달포가 지났는데 그 동안 그는 줄곧 변함없이 일을 서툴게 해왔었다. 그래서 계속 야단만 맞다 보니까 주눅이 들어 있었다.
'몰리 선생님은 평소 보다는 약간 더 화나신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고 앨프리드는 대답했다.
'하지만 그 밖에는 별로 생각나는 것이 없어요. 저는 몰리 선생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답니다.'
포와로가 중간에 끼어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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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시 한 번 거침없이 그 고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죽은 여자의 발에서 구두를 벗겨냈다. 구두가 벅겨지지 않아 꽤 애를 먹긴 했지만, 마침내 포와로는 구두를 시체의 발에서 벗겨낼 수 있었다. 그는 구두의 장식 버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것은 서투르게 꿰매져 있었다. 에르큘 포와로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모양일세!'
제프가 의아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뭘 하려고 하는 겁니까?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려는 건가요?'
'바로 그거야.'
제프가 말했다'
'버클이 달린 에나멜 가죽 구두, 도대체 뭐가 잘못됐다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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