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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2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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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리로 만든 배』로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405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4980419
ISBN10 898498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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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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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의 늦여름에 나는 폐렴에 걸렸다. 숨이 차고…… 기침을 계속했고 가래가 끓어오르고 현기증이 났다. 간호원이 엑스레이 사진을 집게로 고정시키자 의사는 가느다란 봉으로 염증이 있는 부위를 가리켰다. 하얗게 드러난 빗장뼈의 왼쪽 검은 폐 부분에 연기 같기도 하고 거품 같기도 하고 지혈솜 같기도 한 것으로 희부옇게 채워진 부분이 문제였다. 폐렴은 지나친 흡연과 영양실조와 관계가 있다고 했다. 나는 슬픔과도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내가 슬픔에 빠진 것을 알아보았다. 식당 여자와 2층집 여자, 노파와 가겟집 여자들, 택시 기사들과 백화점 점원, 버스 안의 남자들……. 모두들 일제히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잠시 뒤에 내가 울기 시작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나의 주머니마다 초콜릿이 가득 들어 있다는 것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내가 속옷조차 제대로 차려 입지 않았다는 것처럼 의심스럽게 쳐다볼 뿐이었다.

노파는 나를 일으켜 자주 산으로 데리고 갔다. 슬플 때는 높은 곳을 올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노파에게 떠밀려 헉헉대며 산을 올랐다.
---pp.161~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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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린의 소설은 도덕적 율법에 길항하는 정열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사람 저마다의 운명의 완성이라는 비범한 덕목과 연관시킨다. 정열의 삶에 관한 그녀의 소설적 변론은 우리 여성작가들이 이제까지 남긴 어떤 불륜의 로망스보다도 급진적이라고 생각된다. 혹자는 그러한 정열의 급진주의가 내포하는 몰윤리적 맹목성에 염려를 느낄지 모르지만, 그것이 그저 ‘본데없는’ 천격의 방종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를 확인하려는 열정임을 알아보는 일은 중요하다.
- 황종연(문학평론가)

전경린 소설의 인물들은 자기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생의 관습적인 고리를 끊기 위해 필사적으로 ‘가출’과 ‘탈주’를 감행한다. 일상의 균열을 파고드는 ‘불가해한 환상’에 의해 내면을 지배당하는 극중의 여성들의 심리는 정신분석학적으로도 흥미로운 구석을 보여준다. 라캉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전경린 소설의 인물들은 아버지의 질서에 아직 편입되지 않은 상상계의 불안하고 흔들리는 위치에 놓여 있다. 그들은 이미 기존 질서에 편입한 성인일지라도 무의식 속에 파묻혀 있던 ‘유동적이고도 불안한 광기의 시간’을 끊임없이 그리워한다.
- 백지연(문학평론가)

그는 마음이 약하다. 그래서 더 행복하다. 전경린이 약하다고?
그는 맵짜고 강렬하다. 한번 본 사람은 쉽게 그 눈빛을 잊지 못한다. 그런데 사실 그의 표정은 차갑기도 하고 또 정신이 혼미해질 만큼 다정하기도 하다. 도무지 끝간 데를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정말이지 그는 몇 가지 불가사의한 기운을 갖고 있다.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무늬를 동시에 지닌 나비 같기도 하다. 그 점이 전경린을 진짜 행복하게 하는 요소일지도 모른다.
- 고두현(시인)

전경린은 매력적인 소설가다. 그의 소설은 언젠가는 거대한 불을 뿜어내며 폭발할 화산의 내부처럼 음험하고 불길하다. 그의 인물들은 자신을 둘러싼 운명 속으로 깊이 침잠해 들어감으로써 그 운명의 늪 밑바닥에서 자유에 이르는 길을 뚫는다. 그들은 중도에서 멈추는 법이 없다. 운명의 끝에 놓인 것을 보고야 말겠다는 오기, 때론 불온한 독기가 되고 때론 귀기가 되기도 하는 강렬한 눈빛이 그들에겐 있다. 그래서 전경린의 매력은 심지어 마력적으로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그 마성이 온전하게 불길하지 않을 때, 그것은 대책 없는 치기나 허황된 감상으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 마성의, 혹은 귀기어린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릴 때에도 한편으로는 땅에 견고하게 뿌리박고 있어야만 하는 것, 그것이 우리 삶의 진실이며 또한 소설의 진실이다. 자기 안의 마성을 끝없이 일상 안에서 그리고 소설 속에서 풀어내야 할 전경린은 이 점에서 주목되는 작가인 동시에 위태로워 보이는 작가이다.
- 황도경(문학평론가)

많은 여성작가들이 자기 경험 속에 자리잡고 있는 남성들에 이끌린 나머지 그들에 어떤 뚜렷한 원형적 이미지를 부여하는데 실패하는데 반해 전경린의 남자들은 현실보다는 몽환 속에 인위적으로 존재하므로 처음부터 뚜렷이 구별되는 서로 다른 인간형으로 나타난다. ‘유경’과 ‘이진’의 관계란 말하자면 자기에의 의지를 고집하는 에고이스트와 의지를 부정하는 퇴폐주의자의 그것이다. ‘은령’은 두 남자 사이를 오가는데 그것은 그녀가 두 인간형 모두로부터 결핍을 느낌을 의미한다. 그녀는 두 인간형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를 두려워한다. 그것은 그녀가 그 어느 하나로 충족되지 못하는 영원한 갈망형의 여인이자 그 누구와도 완전한 합일에 이를 수 없는 예외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땅의 모든 딸들이 친부에게서 양부의 속성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면, 또는 친부의 양부적 속성에 노출되어 있다면 사랑이란 충만하지 않다……. 사랑은 육친애 이상이어야 한다. ‘선모’의 곁을 떠나 ‘문유경’과 ‘이진’ 사이를 오가는 ‘은령’의 사랑을 통해 그녀가 말하고자 한 것이 평속한 습속과 제도를 떠난 사랑의 추구였다면, 의붓 동생을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여 남자 없이 키워가는 ‘은령’의 삶을 통해서는 그녀는 혈연공동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참된 가족애를 꿈꾼 것이라 할 수 있다.
- 방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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