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입을 열었다. “아이버슨 씨를 인터뷰하고 싶은데요.”
론그렌 원장이 말했다. “그 사람은 괴물이에요. 그런 작자가 자기가 한 짓을 두고 우쭐하게 놔둘 수는 없지요. 기독교인으로서 이렇게 말하기는 좀 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사람이 그냥 자기 방에 머물다가 조용히 죽었으면 좋겠어요.” 론그렌 원장은 자기가 한 말에 놀라 움찔했다. 그런 말은, 생각은 하더라도 입 밖으로 내면 안 되는 것이다. 특히 오늘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는. ---「1장」중에서
체포당했을 때 칼 아이버슨은 신발을 신지 않은 상태였다. 그의 맨발 사진을 보았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사진 속에서 그는 불타버린 창고의 잔해를 지나, 대기 중인 경찰차로 끌려가는 찰나였다. 두 손은 등 뒤에서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어깨는 앞으로 축 처져 있었다. 사복경찰과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각기 그의 팔을 하나씩 잡고 있었다. 아이버슨은 아무 무늬 없는 흰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이었고, 구불구불한 짙은 색 머리카락은 잔뜩 눌려 머리 한쪽 옆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침대에서 막 끌려나온 것 같았다. (……)
나는 인터넷에서 칼 아이버슨의 이름을 검색하는 것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수천 건이 검색됐지만, 그중에서도 눈길을 끌었던 건 칼 아이버슨 사건을 다룬 항소법원 판결문을 인용해둔 사이트였다. 전문적인 법률용어를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덕분에 살인이 일어난 날짜는 알 수 있었다. 1980년 10월 29일. 살해당한 여자아이의 이니셜이 C. M. H.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 정도 정보만으로도 신문에서 관련 기사를 찾아내기에는 충분했다. ---「4장」중에서
“자네가 나한테 관심을 갖는 건 내가 감옥에 갔다 왔기 때문이 아니잖나? 하겐 살인사건 때문이지. 그 일 때문에 나랑 이야기하고 있는 것 아닌가? 괜찮으니까 말해보게. 이 얘기를 쓰면 성적이 잘 나오겠지, 안 그런가?”
“그 생각도 안 해본 건 아닙니다. 그런 일이…… 그러니까 제 말은, 사람을 죽인다는 게, 뭐랄까, 매일 있는 일은 아니니까요.”
“아마도 자네 생각보다는 자주 있는 일일걸. 이 건물 안에만도 사람을 죽여본 사람이 열에서 열다섯 명은 될 거야.”
“할아버지를 빼고도 이 건물에 살인자가 열 명이나 더 있다고 생각하세요?”
“사람을 죽여본 사람이? 아니면 살인자가?”
“그게 다른가요?”
(……)
칼의 입술이 잠시 멈추었다. 그의 시선은 눈앞에 보이는 풍경 저 너머의 무언가를, 단어에 깃든 미약한 떨림을 찾고 있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입 밖으로 털어놔야 하네. 그 옛날 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누군가에게는 사실을 말해야 해. 내가 한 일에 대해서 누군가에게는 진실을 말해야 한단 말일세.” ---「6장」중에서
그는 여태까지 본 것 중 가장 건강한 모습이었다. 칙칙한 파란색 가운 대신 빨간색 플란넬 셔츠를 입고 있었고, 쑥 들어간 두 뺨은 새로 면도했다고 자랑이라도 하는 듯했다. 그는 뜨뜻미지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파티장에 갔다가 옛날 여자친구를 우연히 만났을 때 짓는 것 같은 미소였다. 우리가 오늘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지 알고 있는 듯했다. 이제는 그가 고백할 차례였다. 작문 과제 중간 제출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칼의 인생을 바꾸어놓은 큰 사건에 대해 써서 일주일 안에 제출해야 했다. 이제는 그가 묻어둔 시체를 파헤칠 때였고 그도 그 사실을 알았다. 칼은 자기 옆에 있는 의자로 나를 손짓해 불렀다.
---「22장」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