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바로 세우기를 하겠다는 문민정부에서조차 물꼬를 터놓지 않으면 친일파 문제는 영원히 숨겨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후손과 가족들이 떵떵거리며 사는 탓도 있고 세월이 흐를수록 친일자료 확인이 어려워지는 이치 때문이기도 하다. 한번 상상해 보자. 만약 국립묘지를 참배할 때, 많은 독립유공자들 사이에 섞여 있는 친일파의 명복을 빌게 되었다면 견딜 수 있을지를.결국 진돗개 소리까지 들어가며 억척스럽게 물고 늘어져, 해방 50년사 최초로 독립유공자로 위장한 다섯 명의 친일파를 색출 공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건 첫 삽 뜨기에 불과한 것이다. 사회 곳곳에 숨겨진 친일파를 가려내는 작업이 시작되었다는 징후일 뿐이었다. 자랑스럽기보다는 앞으로 남은 과제가 내 가슴을 더 무겁게 했다.
--- <의원배지 안 달고 전용출입문 안 쓴 까닭> 중에서
내 대표작으로 꼽히는 『인간시장』을 집필할 때는 걸핏하면 판매금지요 협박 아니면 공갈에 시달렸다. 체제에 대한 도전이라는 소리를 신물이 나게 들어야만 했다. 수없는 협박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단번에 역사상 최초의 1백만 부 돌파라는 기록 때문이었을 것이다. 후에 관련자들에게 들으니 “구속해서 빅스타 만들지 말고 다른 방법으로 협박하라”라는 고위층의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빨갱이 소리 들은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빨갱이 소리를 듣곤 한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며 법안에 서명하고 당과 마찰하는 과정에서 ‘노동당 이중대’니 ‘빨갱이 의원’이니 하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은 껄껄 웃으며 우리들끼리 먼저 “노동당 모여”라는 말로 기선을 제압하는 연출까지 해버렸다.
--- <시대의 사명, 국가보안법 폐지> 중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는 분명하다. 미국의 일방적인 입김에서 벗어나 남북 당사자가 주인이 되어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분류하고 있는 미국의 시각이 교정되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 또한 미국을 추종하는 일방적인 외교정책이 아니라 우리 상황과 독자적 판단에 따른 실용적이고 독립적인 외교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이런 노력을 통해 미국과 우방이라는 사실만으로 우리까지 테러의 대상이 되는 상황의 전개는 막아야 할 것이다.
--- <독자적인 외교정책이 절실한 때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