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07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303쪽 \| 480g \| 15222330mm
ISBN13	9788958772057
ISBN10	895877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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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이 허안병(許晏騈)으로, 1922년 중국 절강성 항주에서 태어났다. 항주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삼국연의』와 『홍루몽』 등 고전소설 연구에 몰두하다가 1946년 대만으로 이주하여 중앙일보(中央日報)와 중화일보(中華日報)의 주필을 역임했다.

1951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1962년 연합보(聯合報)에 역사소설 『이왜(李娃)』를 연재하면서 일약 유명작가로 명성을 날리게 되었으며, 청나라 말의 거상 호설암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소설 『호설암(胡雪巖)』의 발표로 『영웅문』을 쓴 김용(金庸)과 쌍벽을 이루며 중국 문단에 확고한 지위를 구축했다. 그가 쓴 소설 『호설암』은 대표적인 기업소설로 중국과 대만, 홍콩 등에서 수 십년 동안 가장 많이 팔리는 작품이다.

‘마을에는 고양(高陽)이 있고, 우물에는 김용(金庸)이 있다’는 말처럼 김용이 무협과 같은 환타지의 창을 통해서 중국 역사를 그리는데 반해 고양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실존인물을 통해 사실성이 강한 역사를 재현하는데 탁월하다.

역자 : 김태성

1959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 졸업. 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호서대학교 중국어과 겸임 교수로 재직하면서 중국학 연구공동체인 한성문화연구소(漢聲文化硏究所) 대표를 겸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대학원과 한국외국어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 등에 출강하고 있다. 역서 및 저서로 『중구사 뒷 이야기』, 『상경』, 『변경』, 『노신의 마지막 10년』, 『양자강을 가로질러 중국을 보다』등 40여 권이 있다.

역자 : 정미화

경기도 광주에서 출생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BK21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중국 현대문학 번역에 매진하고 있으며, 역서로는 『유가의 지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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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열강들의 침탈과 농민반란 등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던 청나라 함풍제 초, 두 명의 청년이 매화비라는 항주의 허름한 찻집에서 자주 마주친다. 나이 든 청년의 이름은 왕유령이었고, 어린 청년의 이름은 호설암이었다.
어느 날, 호설암은 왕유령에게 싸구려 차나 마시며 빈둥거리는 이유를 물었고, 왕유령은 관직을 예약해 놓고도 돈이 없어 발령을 받지 못 하고 있다고 털어 놓는다. 왕유령의 딱한 처지를 안 호설암은 다음 날 현금 5백냥을 마련하여 아무런 조건 없이 건네주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잘 알지도 못하는 친구로부터 뜻밖의 도움을 받은 왕유령은 그 돈을 가지고 북경으로 가 정7품 관직인 지현(知縣) 찾던 중 어릴 적 친구였던 하계청이 강소 학정이라는 고위직에 있음을 알고 놀란다. 하계청은 왕유령 집안이 부유했을 당시 문지기를 하던 하인의 아들로, 머리가 명석하여 부친이 글공부를 시켰기 때문이다.
왕유령은 하인의 아들이었지만 지금은 과거에 급제해 고관이 된 하계청을 만나 정중한 예를 올린다. 왕유령은 집안의 몰락으로부터 호설암이라는 청년에게서 받은 도움으로 여기까지 오게 된 사연을 말하고, 하계청은 어릴 적 왕유령 부친에게서 받은 은혜를 생각하고 그를 동기동창인 절강 순무 황종한에게 추천한다. 하계청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황종한은 왕유령을 조운을 담당하는 해운국 좌판으로 임명한다.
한편 왕유령에게 5백냥이란 거금을 마련해 준 호설암은 공금을 유용했다는 누명을 쓰고 직장인 신화전장에서 해고된다. 그 5백냥은 회사에서 포기했던 악성채무를 받아 낸 것이었고, 또한 왕유령의 이름으로 차용증까지 써준 것이라 양심에 꺼릴 것이 없어 해고가 억울할 법도 했지만, 호설암은 이 기회를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는다. 그는 항주 거리를 돌아다니며 민심과 정세변화 등을 살피며 상인에게 필요한 실천적 시장 감각을 익혀 간다. 이 때 왕유령이 나타나 호설암을 찾는다.
이때부터 관직이라는 힘을 가진 왕유령과 천부적 사업 재능을 타고난 호설암이 본격적으로 손을 잡는다. 호설암은 왕유령의 참모 역할을 하며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감과 동시에 자신이 직접 전장이라는 금융업을 개업하기로 결심한다. 호설암은 왕유령으로 하여금 신화전장을 찾아가 예전에 빌린 5백냥을 상환하게 함으로써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세금으로 거둬들인 조세미를 무사히 북경으로 운송해 해운국 책임자인 왕유령의 위상을 강화한다. 그리고 해운국의 지불보증 자금 5만냥으로 ‘부강’ 전장을 개업한다.
호설암은 부강 전장을 기반으로 항주와 상해 금융업을 확장해 가는 한편, 당시 서양 상인들에게 인기있던 생사를 대량 거래함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남기며 사업을 발전시켜 나간다. 이런 와중에 호설암은 아주, 부용 등 미녀들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지만 거상으로서의 본분을 잃지 않는다. 호설암은 전란의 특수를 겨냥에 ‘호경여당’이라는 약방을 설립해 실리와 명예를 추구하는 한편, 서양 상인들과의 무기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상해로 향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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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설암, 중국의 거대 시장을 노리는 CEO들에게는 낯익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아직 낯설다. 설암(雪巖)이란 이름 그대로, 하얀 눈으로 덮힌 장엄한 바위처럼 살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호설암. 맨손으로 일어나 거대한 부(富)를 일궈 중국 대륙을 지배한 그를 가리켜 중국의 대문호 노신(魯迅)은 “부유하되 인색하지 않았고, 나라와 백성을 먼저 보살폈으며, 의로운 일에는 전 재산을 기꺼이 베풀 줄 알았던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상인이다”고 평했다. 소설은 호설암이 항주에 있는 ‘매화비’라는 싸구려 찻집에서 ‘왕유령’이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긴 여정을 시작한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부재한 가난뱅이 수금사원과 서생은 싸구려 차를 마시면서 서로를 탐색한다. 그러다 어느 날 호설암이 왕유령에게 ‘사지가 멀쩡한 젊은 양반이 왜 허구헌날 죽치고 사냐고’ 묻자 왕유령이 ‘관직을 예약해 놨으나 돈이 없어 답답해서 그렇다’고 대답하며 돈이 없으면 권력을 얻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한다. 이때부터 우리에게는 없는 호설암만의 1% 매력이 독자들을 강하게 빨아들인다. 그는 수금사원의 절대금기인 ‘공금유용’을 감행, 거금 500냥을 마련해 왕유령에게 건네준다. 왕유령이 이유를 묻자 호설암은 ‘평지에 떨어져 개에게 물려 죽을 호랑이’이가 떠올라서라며 해맑게 웃는다. 그리고 처음으로 공식적인 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이름을 말한다. 이런 기이한 인연으로 호설암이란 금력(金力)과 왕유령이란 권력(權力)은 혼란기의 중국대륙을 평정할 채비를 갖추게 된다. 왕유령이란 권력자를 등에 업은 호설암은 더 이상 허(虛)한 빈손이 아니다. 그는 상도(商道)와 권도(權道)는 같은 원리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간파한다. 절강순무 황종환, 강소학정 하계청, 민절총독 좌종당은 호설암에게 수많은 ‘사업기회’를 제공한다. 호설암은 그 대가로 그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조세미 운반’ ‘반란군 투항’ ‘무기수입’ 등 난제들을 능수능란하게 해결해 준다. 호설암은 사업에 있어 ‘권력’을 가장 중요한 변수로 보고 그 움직임을 자신에 유리하도록 끊임없이 관리한다. 소설 『호설암』의 독자들은 이 지점에서 호설암의 삶과 경영철학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심을 품을 수 있다.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상인’이 아니라 ‘중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정경유착’이 아닐까 라고. 21세기의 잣대로 호설암의 삶을 재단하면 그 의심은 정당하고 합리적이다. 권력과 금력의 결합은 혐오스러운 것으로, 척결대상 1호기 때문이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대에도 많은 CEO들이 비리 혐의로 처벌받는데, 그 비리의 본질은 정경유착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도 국가경영이라는 큰 틀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권력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경유착은 인간사회와 그것을 통제하는 권력이 있는 한 없앨 수 없는 필요악이고, 호설암은 그 필요악을 적절하게 활용해 큰 부를 일궈 국가와 백성들에게 되돌려 주었다고. 판단은 독자들의 몫일 터이지만, 다음과 같은 호설암의 말을 유념할 필요는 있다. “작은 장사를 하려면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 순응하면 되지만, 큰 장사를 하려면 먼저 나라의 안정과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 세상이 태평해지면 무슨 장사인들 못 하겠는가? 그때가 되면 내가 나라를 도운 것처럼 나라도 내게 보답을 할 것이다.” 경영철학의 시비(是非)를 떠나 장사 혹은 사업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소설 호설암을 읽으면서 꼭 배워두어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첫째가 그의 넓게 보는 사업 안목(眼目)이고, 두 번째가 기회를 잡으면 민첩하게 움직이는 역동성이고, 세 번재는 사람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용인술(用人術)이다. 왕유령, 유경생, 아주, 유불재, 진세룡 등 그를 만났던 사람마다 자기발전을 이루어 성공했다. 소설 『호설암』의 독자들도 그럴 것이다. 호설 『호설암』은 독자들에게 또다른 재미를 선사하는데, 『상도』의 주인공 임상옥(林尙沃)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삶과 경영철학이다. 『상도』가 한국의 베스트셀러라면 『호설암』은 중국(대만, 홍콩 포함)의 기업가들이 가장 즐겨 읽는 장기 스테디셀러다. 고양(高陽)과 최인호란 작가 레벨도 비슷하다. 두 주인공이 살았던 시기도 30여년(1823-1855)이 겹쳐 있다. 각각의 국민들로부터 열렬히 추앙받고 있다는 점도 닮았다. 의주와 항주라는 지방도시에서 맨손으로 일어나 조선과 중국이라는 시장을 평정한 결과도 같다. 이제 독자들은 이런 상상을 해볼 수도 있겠다. 호설암과 임상옥은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까. 두 거상이 시장 경쟁을 했다면 승자는 누구였을까. 호설암이 영국 상인들을 상대로 생사(生絲) 거래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을 때, 임상옥은 중국 상인을 상대로 인삼 거래에 의주 상단의 운명을 건다. 거래 상대방의 담합으로 생사와 인삼 가격이 폭락한다. 두 물품 모두 해를 넘겨 재고로 쌓아둘 수 없다. 두 거상에게 시간은 인내와 동의어다. 어찌할 것인가. 호설암은 선박회사 등 정보망을 총 가동한다. 일종의 정보전으로, 영국 상인들이 반드시 생사를 매입할 수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생사 가격 인하를 계속 요구하자 그는 두말하지 않고 다른 곳에 팔겠다며 배에 다시 싣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젊잖게 한 마디 한다. 다시는 중국 땅에서 생사를 살 생각일랑 말라고. 거래는 처음 약정한 가격에 성사되고, 호설암은 그들에게 손해배상액을 탕감해 주는 대신 신뢰를 얻는다. 임상옥은 인삼을 불태우기 시작한다. 전쟁으로 비유하면 일종의 청야전술(淸野戰術)이다. 임상옥의 벼랑 끝 전술에 놀란 중국 상인들이 기겁해 불타버린 것까지 배상해 주고 인삼을 매입한다. 권력에 대한 두 거상의 입장은 어떨까. 두 사람 모두 나라로부터 관직을 재수받았다. 호설암은 절강순무 왕유령이라는 권력을, 임상옥은 이조판서 박종경이라는 권력을 사업에 활용했다. 임상옥이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 원칙에 충실한 반면 호설암은 권력자들을 끊임없이 후원했다. ‘홍경래’ ‘태평천국’의 난이라는 난세를 바라보는 두 거상의 시각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호설암이 ‘자본 유통’ 전문가인 반면 임상옥은 ‘물류 유통’ 전문가란 점도 흥미롭다. 수금사원으로 사회에 첫 발을 디딘 호설암은 현금 흐름을 매우 중시했다. 호설암은 송금이체법-어음을 제시하면 전국 어디서나 현금 인출이 가능한 송금 제도-을 적극 활용해 보유한 양보다 몇 배의 투자 효과를 거뒀다. 임상옥이 전문인 인삼, 비단, 생선 등 물류 유통이 독과점 이익이라면 호설암이 전문인 자본 유통은 회전 이익이다. 호설암은 자본의 회전이 빠를수록 이익도 커진다는 점을 이용 ‘매공매공(賣空買空-실물 거래가 아닌 장부상의 거래)’하기도 하며, 더 큰 자본 거래를 위해 서양 은행에서 막대한 돈을 차입하기도 한다. 임상옥으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일 터이다. 호설암은 결국 거대한 자본의 압력에 파산하지만 허허롭게 말한다. “나는 빈손으로 사업을 일으켰지만 마지막에도 빈손이었다. 그 대신 나와 함께 일했던 모든 사람들이 거부가 되었고 인생에 성공했다. 이들을 얻은 이상 나는 잃은 것이 없다. 잃은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동안 먹고, 쓰고 움직인 것이 모두 번 것이나 다름없다. 죽지만 않는다면 나는 언제든지 빈손으로 사업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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