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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랑에 빠진 그림

시와 사랑에 빠진 그림

: 박인권의 행복한 그림읽기

박인권 | 이룸 | 2001년 06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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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55쪽 | 153*224*20mm
ISBN13 9788987905457
ISBN10 898790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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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박인권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스포츠 서울 수습 1기로 입사하였다. 야구부, 체육부, 축구부를 거쳐 1998년부터 미술 담당기자로 재직중이다. 현재 스포츠서울 문화과학팀 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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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면 머리에
바다를 이고 오는 그 여자.

생굴이요 생굴!
햇빛처럼 외치는 그 여자.

바람 한 점 없어도
일렁이는 주름 그 여자.

손등엔 가득
먹구름 울고 우는 그 여자.

비 언제 올지 몰라......
비 언제 올지 몰라......

늘 파도치는 든든한
엉덩이 그 여자.

어둠보다 빨리
새보다 가벼이.

해님하고 같이 걷는
예쁜 예쁜 그 여자.

오늘 아침에도 생굴을 사라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인의 목소리는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목소리에 실려오는 비릿한 바다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얼마나 억척스레 일했으면 찌푸리지 않아도 이마에 주름이 깊게 팰까? 손바닥과 손등은 또 어떤가. 굳은 살이 박이고 꺼칠꺼칠한 게 꼭 장마비가 오기 전에 먹구름이 잔뜩 낀 것 같다. 풍만한 엉덩이는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어떤 시련이 와도 끄떡없이 헤쳐나갈 것 같다. 그런데도 여자의 걸음걸이는 해님처럼 예쁘기만 하다.
강은교의 시 <그 여자>에는 따뜻한 모성애가 흐른다, 강인한 여성상도 느낄 수 있다. 그 모성애는 천지를 감싸 안고 바다를 품고도 남을 정도로 따뜻한 기운으로 가득차 있다. 세파가 아무리 모질게 파도 쳐도 엉덩이를 흔들 수 없다. 여성을 상징하는 바다와 파도에 비유해 강인한 바다여인이 꿈꾸는 모계사회를 노래한 시이다.
여성 화가 한애규도 바다여인이 손짓하는 모계사회를 그림으로 그렸다. 한애규의 작품을 보면 모계사회에 대한 설명이 따로 필요 없다. 그림을 슬쩍 보기만 해도 모계사회가 무얼 말하는지 감이 온다. 그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결같이 풍만하고 우람하다.
<제주 할망>은 테라코타와 아크릴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탁월한 작품이다.
꼿꼿이 서 있는 여인의 얼굴을 보자. 다소곳한 모습. 세상 모든 시름이 상관 없다는 듯 달관한 표정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화면 아래로 눈길이 가는 순간 입이 딱 벌어진다. 가지런히 모은 두 손. 차라리 솥뚜껑만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발은 더욱 기세등등하다. 이만한 크기의 발에 밟히고도 숨을 쉴 수 있을까. 이쯤 되면 웬만한 남자도 얕보기 힘들 것이다. 떡하니 버티고 서기만 해도 기가 질린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강인해 보인다. 거센 풍랑이 오다가 오히려 도망가지나 않을까.
--- pp. 241-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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