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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최후의 환쟁이

금강산, 최후의 환쟁이

유채림 | 새움 | 2006년 06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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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07쪽 | 490g | 153*224*30mm
ISBN13 9788988537787
ISBN10 8988537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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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유채림
1960년 인천에서 출생하여 1989년 문예지 『녹두꽃』에 장시 「핵보라」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는 장편 서사시 『쑥대 설렁이는 해방산 저 기슭』(1990), 장편소설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녘에 날개를 편다』(1993), 『그대 어디 있든지』(1996), 『서쪽은 어둡다』(20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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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마른 옷을 입고, 한은 검붉게 타오르는 관음연봉을 읽었다. 치솟아 오를 듯이 창끝처럼 뾰족하기로는 상중하 관음봉이 모두 같았다. 하기사 이름만으로도 모양새를 가늠할 수 있는 게 금강산 봉우리들이 아닌가. 머리통이 둥그스레한 것은 지장봉이고, 몸뚱이가 푸짐하고 웅대한 것은 석가봉이고, 철갑을 두른 듯한 바위로 된 것은 미륵봉이다. 넓적하면서도 솟을 듯이 드높은 것은 가섭봉이고, 가늘면서 솟을 듯이 드높은 것은 옥녀봉이고, 기름하게 생겨 높게 올라앉은 것은 사자봉이다. 그런 금강산의 봉우리들은 서두르지 않는다. 인간이 산 속에 들면 산조차 서두르나 금강산은 서두르지 않고 참으로 넉넉했다.

그에게 남은 마지막 열정이라고는 정한이와 딸애를 향한 그리움의 열정뿐이다. (……) 담당 직원은 한복 차림의 사진 한 장과 또 다른 사진 한 장을 내놓았다. 정한이 모녀의 사진과, 가정을 꾸렸는지 딸애의 가족사진이었다.
“따님 가족은 평양에 살고 있답니다. 부인되시는 분과 그분 어머니는 원산에 살고 있다는데, 불행히도 선생의 아버님은 지난 71년 초에 사망하셨답니다.” 아버지의 죽음, 먹뱅이의 생존, 꿈이 지나는 것 같고, 잡히지 않는 먼 세계가 스스로 흘러가는 것만 같다. 그는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
무엇이 떠오르는가.
단 하나의 상도 정히 뚜렷이 포착되는 것은 없었다. 그저 떠오르다간 흐르고, 떠오르다간 흐르고, 그렇게 반복될 뿐이었다.
---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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