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클로드 무를르바 인터뷰
독일어 교사, 희극 배우를 거쳐 지금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 세 가지 직업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공통점은 이 직업으로 인해 나와 다수의 타인 사이에 긴밀한 유대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선생과 학생, 배우와 관객, 작가와 독자로 말이다. 선생일 때는 지식을 나눴고, 희극 배우일 때는 웃음을 나눴으며, 작가로서는 이야기와 감동을 나눈다.
당신의 소설에는 여행과 모험, 탐구에 대한 의문으로 가득하다. 특히 『거꾸로 흐르는 강』 『한나』 『바다 아이』와 같은 작품은 일종의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당신 소설에 쓰이는 이 '출발' '떠남'의 모티프는 청소년기, 즉 유아기를 떠나 성인의 문턱으로 가는 과도기에 대한 상징인가?
나는 언제나 똑 같은 상처에 손가락을 갖다 댄다고나 할까. 그 상처는 말하자면 노스탤지어와 멜랑콜리다. 떠난다, 문을 열고, 자기 등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는다. 하나의 존재로서 죽고 다른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이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점점 뚜렷한 실루엣으로 다가오는 다른 이들을 본다. 과거, 어린 시절, 불확실성,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서조차 벗어나고 싶은 때. 그러나 생명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이 모든 것이 강렬하게 응집돼 있는 것이 바로 청소년기다. 나는 아직도 청소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소설 속에서 이런 것들을 끊임없이 되풀이해 그리고 있다.
『거꾸로 흐르는 강』은 전설과 신화의 색채가 짙으며 신비롭고 마술적인 요소가 많다. 이런 취향은 당신 어린 시절에 형성된 것인가?
나는 설화의 세계를 꽤 늦게 접했다. 나의 어린 시절은 책보다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실제 자연이 지배하는 세계였다. 아주 어릴 때부터 밤의 캄캄함, 수북수북 쌓이는 눈의 조용한 소리, 봄을 재촉하는 시냇물, 숲의 깊고 깊음을 느꼈다. 이 모든 것이 동화와 설화를 장식하는 요소들인데, 나는 나중에야 이 모든 것에 이야기가 따라붙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설화를 아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설화에서 상상력을 일깨우는 자유를 발견하곤 한다. 설화는 미화되고 단순화된 세계이기 때문에 오히려 판타지와 꿈, 불가능한 일들이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거꾸로 흐르는 강』과 『한나』는 나 이전에 많은 작품을 써주고, 나에게 상상의 세계를 양식으로 준 수많은 작가들에게 빚지고 있다. 나는 문학이라는 위대한 유산에 작은 조약돌을 하나 보탰을 뿐이다.
소설을 구상할 때 어디서 영감을 얻는가?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 한번도 제대로 답을 못한 것 같다. 나에게도 이건 큰 미스터리다. 수많은 이야기 중에 왜 이 이야기를 쓴 것일까? 나를 스쳐가는 수만 가지 상념 중에 왜 저것이 아닌 이것을 택했을까? 나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의 경우 앞으로의 이야기를 나을 모태가 될 단 하나의 장면에서 이야기를 시작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거꾸로 흐르는 강』을 구상할 때는 머릿속에 이런 이미지가 떠나지 않았다. 300여 개의 작은 서랍이 빼곡히 들어찬 작은 잡화점, 그리고 회색 앞치마를 두른 소년. 가을에 남쪽을 향하는 야생 기러기 떼를 보며 자기가 떠날 것이라는 것을, 세상을 보러 나갈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는 소년의 모습. 바로 이 이미지에서부터 모든 게 비롯됐다. 그렇다면 이야기의 원형이 된 이 이미지는 어디서 온 것일까? 나의 유년기(거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와 유아기(기억하고 있는 것이 거의 없는)인 것 같다. 이 두 시기는 내가 끊임없이 영감을 퍼 올리는 깊은 우물과 같다. 토멕의 잡화상은 여섯 살 때 자주 갔던 우리 마을 가게의 이미지가 남아 생겨난 것이다. 난 그때 반짝반짝한 종이에 싸인 하트 모양 과자를 사먹곤 했다. 아마 그 가게를 처음 방문했던 바로 그날, 내가 <거꾸로 흐르는 강>을 쓸 운명이라는 것이 결정됐는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노래를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선택을 할 수 있었다면 주저하지 않고 가수가 됐을 것이다. 빌리 홀리데이 같은. 로스트로포비치가 되어 첼로를 연주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겠다. 목소리와 음악은 즉각적이고도 강렬하게 감정을 일깨운다. 우리의 가장 예민하고 가장 은밀한 것을 직접 건드린다. 반면, 글은 음악에 비해 감각을 일깨우는 속도가 느리고 어느 정도 고심을 해야 몰입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글쓰기는 내게 큰 위안이고 기쁨이다. 나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야기를 선물하기 위해 글을 쓴다.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은?
카프카와 『성』
폴 오스터와 『우연의 음악』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몰리에르와 『돈 주앙』
콜로디와 『피노키오』
베케트와 『고도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