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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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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휘 | 미디어글림 | 2001년 07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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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75g | 153*224*30mm
ISBN13 9788988953068
ISBN10 8988953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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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전휘
부산에서 출생하였고 추계예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였다. 『하늘 도둑』의 작가로 이미 오래 전부터 유령작가로 활동해 오고 있다. 『하늘 도둑』과 영상소설 『쿠』, 크랭크 인 예저인 영화 『쿠(COUP)』시나리오 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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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살리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고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선 간간이 아내 곁을 떠나 있어야 했다.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아내와 만난 날을 계산해 보았다. 사천 칠백일, 난 그 13년 동안 아내를 위해 한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어쩌다 일년 동안 써내는 중 단편 두 세편으로 벌어들인 돈은 보석처럼 여겼지만 아내가 아픔을 숨겨 가면서까지 벌어온 돈은 싸구려 구리반지 대하듯 했다.

'당신이 미륵이라면 오기는 오는 겁니까? 좀 더 빨리 와서 내 고통을 거두어 갈 수는 없는 것입니까? 내 착한 아내에겐 당신이 필요합니다. 이 간절한 기도가 들리지 않습니까? 오로지 이 못난 중생을 위해 평생을 바친 여인입니다. 겁의 세월 동안 지옥의 불바다에서 매일 그 고통을 느껴야 한다고 해도 좋으니 네 아내만은 살려 주십시오. 제발, 저의 이 간절한 고통을 들어 주십시오.' 나는 바닥에 엎드린 채 일어설 줄 몰랐다. 아니 일어설 수 없었다.

천천히 아내에게 다가들었다. 그리곤 눈물에 젖은 입술 위에 내 입을 맞춰주었다. 내 손에 아내의 힘이 강하게 느껴졌다. 영원의 세월 동안 잊혀지지 않을 입맞춤이었다. 아내에게서 멀어져 아내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내는 지금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사랑해, 사랑해.'
--- p.24---p.246---p.288
목련의 잎사귀 옆으로 파란 망울이 잡히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꽃을 피우겠다는 징조였다. 그 망울을 본 순간 난 연수의 죽음도 그날 내가 걸었던 행로도 그리고 그날 만났던 김정숙도 신문의 한 귀퉁이에서 본 일처럼 그들에게 무덤덤해질 수 있었다. 지난 얼마동안 내게 태양과 대지와 하늘은 모두 무의미했다. 니체의 말들이 떠올랐다. 태양조차도 그 빛을 맘껏 누리는 사물들이 없다면 태양의 존재는 무의미하여 행복할 수 없다고 했다.

내게 태양과 하늘과 대지가 그랬다. 하지만 지금 달랐다. 목련의 꽃을 피우기 위해 그것들은 무엇보다 내게 소중했다. 나는 손을 가리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안방 창가에 서성이는 처제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손을 들어보였다. 아내가 고통으로 기절했을 때 얼마나 놀랐을까. 그녀의 얼굴은 밤사이에 반쪽이 되어 있었다. 처제의 전화를 받고 달려왔을 땐 이미 병원에서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아내의 고통이 이젠 견딜 수 없을 만큼 깊어졌다는 사실만 확인해주고 돌아갔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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