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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주겄지

해주겄지

이인환 | 이레 | 2001년 07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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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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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1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14쪽 | 402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5599436
ISBN10 8985599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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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인환
작가이자 바둑평론가. 1952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고, 서라벌 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중퇴했다. 구수하고 푸근한 이야기로 사람들의 팍팍한 가슴에 웃음꽃을 선사하고, 때로는 재치있는 풍자로 세태를 꼬집는 작가의 태도에서 청빈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저서로는 『이솝씨, 양수리에 오다』『심심풀이로 읽는 별』『우주의 과학』『대표기사걸작선』『꼼수퇴치법』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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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사는 데 불편한 점을 들라면, 주변 사람들의 동작이 굼뜨다는 것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어떤 때는 슬로 비디오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인데, 이곳에 처음 이사 와서 동네 우체국에 들렀을 때는 거의 악몽 수준이었다.

서울에 중요한 시간 약속을 해놓고 나가는 길에 우체국에 들렀다. 보통이라면 '이거, 빠른등기'하면, '우편료 얼마' '넵,여기' '자, 거스름돈. 내용물은?' "책' '자,등기확인증' '넵, 수고' '안녕' 하고 끝나는 일이고, 시간적으로는 길어야 2,3분인데, 그날은 약간 달랐다.

우체국에 뛰어 들며 "이거, 빠른 등기" 했는데, 우체국 안의 유일한 직원인 50대 아저씨는 내미는 우편물은 쳐다보지 않고 유일한 손님이자 처음 보는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기부터 시작했다.

우편물을 내밀고 있는 팔이 아플 대쯤 해서 "어서 오슈"하는 인사말에 이어 신발 고쳐신기, 의자 당겨 앉기, 자세 바로잡기, 저고리 단추 채우기, 안경 고쳐쓰기, 필기도구 확보하기, 코밑 훔치기가 천천히 진행되었고, 드디어 우편물에 손을 내밀었다.

우편물을 받아든 그 아저씨는 신중하게 우편물과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일단 얼마나 나가는지 양손으로 받쳐들고 무게를 가늠해 보고는, 아래위로 몇 번씩 비틀어보아 내용물의 안부를 물은 다음, 전후 좌우로 몇 번씩이나 되돌리며 포장상태를 살피고, 그러고는 주소에 오자, 탈자는 없는지 꼼꼼이 훑어본 다음 나를 다시 바라보았다. 여유이쓴 눈길이었다.

나는 그날 시간이 아주 빠듯한 형편이라 토끼발이 되어 있었으나 지렁이 허리 같은 말을 막을 수가 없었다.
--- p.79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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