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의 여왕
카드 앞면에 할인 혜택이 큰 항목의 ‘이름’을 붙인 거야. 자세한 혜택은 카드 뒷면에 깨알처럼 메모를 했지. 예를 들면, 커피 값 할인 혜택이 큰 카드에는 ‘커피 값’, 주유 할인이 큰 카드에는 ‘주유비’라는 식으로 이름을 붙였어. 이렇게 ‘이름 붙인 카드’를 석 달 정도 가지고 다니다 보니, 자주 쓰는 카드와 그렇지 않은 카드가 자연스럽게 나눠졌어. 결과적으로 ‘챙길 혜택’과 ‘버릴 혜택’도 알게 됐지. 많을 때는 10장도 넘었던 체크카드가 자주 쓰는 5장으로 줄었어. --- p.56
카드 공부를 마스터했다면, 이젠 친구들의 고정지출 항목과 대조하는 작업이야. 만약 고정지출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면, 밥값 할인 혜택이 큰 카드를, 주유비 지출이 많다면 주유비 할인 혜택이 많은 카드를 주 사용 카드로 쓰는 거야. 그러니까 카드 혜택과 고정지출의 교집합이 큰 걸 찾아야 해.
중요한 건 취업, 결혼, 출산 등 생애 주기에 따라 고정지출이 변한다는 거야. 아직도 대학생 때 발급받은 신용카드를 그대로 쓰는 사람들 있지? 대부분 한번 발급받으면 습관적으로 계속 쓰잖아. 하지만 그러면 안 돼. 신용카드도 생애주기가 바뀔 때마다 주기적으로 바꿔줘야 해. 카드사들도 고객들의 생활에 맞게 항상 새로운 카드를 출시하거든. 요즘 잘 나가는 카드가 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 p.71~72
만기가 ‘언제 돌아오느냐’도 신경을 써야 해. 특정 시기에 적금을 한 번에 가입해서 한 달에 3번씩 만기가 돌아오는 건 좋지 않아. 이것도 언니의 경험에서 나온 거야. 갑자기 필이 꽂혀서 한 달에 적금을 3개씩 가입한 적이 있었는데, 만기가 한꺼번에 돌아오니 통장을 쪼갠 의미가 없더라고. 그 다음부터는 시간을 두고 두세 달에 한 번씩 들려고 노력해. 이왕이면 만기도 분산해 놓는 게 안정적이야. --- p.101
이렇게 매달 60만 원씩 같은 방법으로 적금을 부을 경우 5년 차엔 509만 638원, 6년 차엔 644만 7,094원, 7년 차엔 784만 846원씩 매달 만기가 돌아오게 돼 . 특히 8년 차부터는 복리가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해. 매달 927만 2,918원씩 거의 1,000만 원이 만기로 돌아오니까. 어때? 월 60만 원의 기적 같지 않아? 결정적으로 재미있어지는 시기는 7년 차부터야. 그러니까 7년만 쭉 참고 버티면 적금으로도 부자가 될 수 있다고. --- p.129
언니가 가입한 유형은 개인이 마음대로 운용할 수 있는 퇴직연금인 ‘확정기여(DC·Defined Contribution)형’이야. 나중에 수령하는 연금의 액수에 개인이 ‘기여(Contribution)’한다는 의미지.
DC형은 기업과 근로자가 반반씩 나눠서 적립금을 내. 그 다음 운용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근로자가 지게 돼. DB형은 퇴직금 수준이 미리 정해졌지만, DC형은 근로자의 운용실적에 따라 달라져. 개인이
운용을 잘하면 잘할수록 더 많은 퇴직금을 받는 거지. 어때? 솔깃하지 않아? --- p.206
원래 월 30만 원씩 변액보험을 내는 고객이 있어. 처음에 15만 원으로 계약하고 추가 납입으로 15만 원을 더 넣는 거야. 어때? 사업비가 얼마나 줄까? 똑같은 30만 원을 내더라도 사업비가 절반으로 줄겠지? 그러면 적립금으로 쌓이는 원금이 늘어날 테고, 처음부터 쌓이는 원금이 많아지니까 운용 수익률도 좋아지겠지? 저축성 보험 상품에 가입할 때는 추가 납입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돼. 대부분 보험설계사들은 추가 납입 제도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아. 설사 설명을 하더라도 자기네들한테 유리한 쪽으로 하지.
--- p.260
결혼보다 월세
무엇보다도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건 ‘스스로 돈 모을 자신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정말이지 도대체 내 월급으로 부자가 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수백억 원대의 부자를 꿈꾼 것도 아니었다. 그냥 지금보다 매달 100만 원만 더 벌어도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내 명의로 된 집 한 채만 있어도 평생 결혼 안 하고 혼자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받는 월급으론 번듯한 집 한 채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었다. 방법은 두 가지였다.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든지, 아니면 돈 잘 버는 직업으로 바꾸든지. 이도 저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쓰레기 같은 양아치가 내게 일깨워준 것은 나의 ‘경제적 무능력’이었다. 스스로 돈 벌 자신이 없다는 현실 앞에서 ‘인간 성선화’의 자존심도 말라비틀어진 껌 딱지처럼 쪼그라들었다.
---「경제적 무능력, 인간을 비참하게 만드는」중에서
프로젝트 초기엔 내가 살 만하거나 살 수 있을 것 같은 집을 봤다면, 이제는 관점이 완전 바뀌었다. 이제 더 이상 아파트의 ‘외모’를 따지지 않았다. 수익형 부동산의 본질인 ‘수익률’만 따지게 된 것이다.
부동산의 겉모습이 아닌 본질을 읽어내는 안목!
석 달 가까이 투자 물건들을 보면서 드디어 내게도 물건을 보는 혜안이 생긴 것이다. 나도 겉이 아닌 속을, 외모가 아닌 성격으로, 부동산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겼다.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부동산의 화려한 겉모습에 현혹되어선 곤란하다. 물건의 본질을 꿰뚫는 안목이 필요하다.
---「지방 아파트, 유종의 미를 거둔」중에서
이렇듯 경제력이 인간에게 주는 자유는 큰 것이다. 프로젝트 이후 내 명의로 된 부동산이 늘어나면서 일종의 경제적 해방감을 느꼈다. 무어라 딱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경제력에서 나오는 안정감이라고나 할까?
생각해보니 이젠 ‘집 없는 남자’라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처럼 남자의 조건에 연연하지 않고 사람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경제력이 오히려 사람을 순수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이것이 내가 지금의 남자보다는 일에, 돈벌이에 더 집중을 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내가 경제적으로 오롯이 설 수 있을 때, 원하는 남자도 만날 수 있다.
---「월세 통장, 싱글의 자유를 허락해준」중에서
그는 젊은 싱글 여성들이 빚을 지는 이유는 ‘외로워서’라고 꼬집었다. 빚을 지는 사람들은 단순한 돈 문제 이외에도 분명히 다른 ‘마음의 상처’가 있다는 것이다. 순간 정답을 찾아 돌진하던 나의 ‘취재 엔진’이 멈춰 섰다. 뭉클하게 무언가 손에 잡히는 듯했다. 뿌옇고 흐릿하던 시야가 확트이는 느낌이었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젊은 여성들이 돈을 쓰는 이유가 외로워서일 수 있겠다.’
뿔뿔이 흩어졌던 퍼즐이 맞춰져 하나의 메시지로 정리됐다.
‘모든 소비에는 이유가 있다!’
---「외로움, 여성들을 빚쟁이로 만드는」중에서
어언 10년 차를 앞둔 ‘기자 성선화’의 모습은 최고는 아니어도, 그럭저럭 봐줄 만했다. 남들 보기에 부러워할 만한 구석도 조금 있었다. 하지만 정작 나는, 미치도록 행복하지 않았다. 여전히 내 삶은 수습기자처럼 팍팍했고, 무언가에 쫓기는 듯 여유가 없었으며, 살얼음판처럼 불안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 그냥 인생이 원래 행복하지 않은 것이라 치부했다. 가끔씩 죽도록 힘이 들었지만, 남들도 다 그런 거라 여겼다.
그러나 내가 몰랐던 진실이 있었다. 사회적 성공만 바라봤던 나는,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온전치 못한 반쪽이었던 것이다. 두 다리로 제대로 뛰는 것이 아니라, 접질린 한쪽 다리를 끌고 절뚝거리며 피를 흘렸다.
---「내일은 없다, 우리들의 영원한」중에서
거의 1년 만에 다시 만난 그는 억대 스포츠카를 끌고 나타나 돈 자랑을 했다. 하지만 한 달에 1억 원씩 번다는 그의 자랑질이, 억대의 스포츠카를 끄는 그의 모습이, 내겐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이런 거 타고 나가면 여자들이 껌벅 죽니? 근데 난 별로야. 차라리 난 나만 바라보면서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 더 좋아.”
내가 부자여서가 아니다. 돈을 잘 벌어서는 더더욱 아니다. 돈때문에 누군가를 선택하지 않을 정도로 벌 자신은 있었다. 그랬다. 돈이란 결국 ‘자격지심’의 문제였다. 별것도 아닌 돈에 그토록 내 자신이 초라했던 이유는, 진짜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돈을 벌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난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가난한 자신감’이었다.
---「내일은 없다, 우리들의 영원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