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웬 띠 랑(Nguyen Thi Lang) 여, 24세, 암호명 : 에이.엘(A-L)
월남 외무성 고위 간부인 응웬 반 지안 씨의 딸. 아버지가 외교관으로 서울에 오래 근무한 인연으로 어릴 때부터 한국어에 능통하다. 사이공 대학 역사학부 3학년 때 학생 동원령이 내려지자 주월 한국군 사령부 정보요원으로 취업하게 된다.
대학에서 미인 중의 미인으로 뽑힐 만큼 빼어난 용모와 어머니의 철저한 가정 교육으로 유교적 가치관이 뚜렷한 여자. 미군 홍보 영화 출연 제의와 온갖 유혹도 다 뿌리치고 한국군 사병 이찬진을 사랑해서 아이까지 낳지만, 3년만에 다시 만난 사랑하는 사람은 전쟁 후유증으로 기억을 잃어버려 사람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패망으로 치닫는 조국에 대한 충정과 혼자된 아버지에 대한 효심, 그리고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고민하면서도 겨울 달처럼 냉염한 모습으로 꼿꼿하게 버텨낸다.
이찬진 남, 27세. 주인공.
소심한 성격과 지나치게 양심적으로 행동하려는 의지 때문에 도덕성과 윤리관에 융통성이 거의 없는 남자. 다섯 살 어린 나이에 6.25를 겪게 되는데, 어느 날 외할아버지와 자신을 아껴주던 머슴이 인민재판에서 대창에 찔려 죽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마저 충격을 받아 투신 자살해버리자 고아 아닌 고아가 되어 외롭게 자란다.
그러나 그의 가슴에는 대창에 찔려 피를 울컥울컥 토하며 죽어가던 머슴 판돌이 아저씨의 생생한 모습이 각인 되어 하루도 잊혀지지 않고 그를 괴롭힌다. 대학생이 되어 "전쟁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으며, 누구에게도 사람을 죽이거나 죽이라고 명령할 권리는 없다!"라는 자각적 결론을 내리게 되고 비로소 그 굴레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그 결론을 양심으로 실천하려 노력하지만 살육이 난무하는 전쟁 앞에서 그의 양심은 여지없이 짓밟혀버리고 만다. 베트남 외무성 고위 간부의 딸 응웬 띠 랑을 만나 동정과 순결을 주고받으며 애틋한 사랑을 꽃피우지만 그것도 한순간, 안케패스 작전에서 충격을 받고 실신, 본국으로 후송되고 만다. 그리고 의병 제대를 한 뒤 전국을 구름처럼 떠돌며 끝까지 자신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지만 끝내는 알콜중독자로 전락해 심인성 기억상실증까지 걸려 과거를 잃어버린다.
강상욱 남, 26세, 이찬진의 친구.
어머니의 원수를 갚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는 남자. 아버지 강상규가 6.25 때 한마을에 사는 홍대중을 대신해서 부역에 나갔다가 행방불명이 된다. 홍대중은 혼자된 강상욱의 어머니를 능욕하고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강상욱은 홍대중을 암살하려다 실패, 고향을 도망쳐 나와 시골 장터에서 장돌뱅이로 전전하며 숨어살게 된다.
그러다 복수를 하기 위해 살인 연습을 한다며 월남전에 참전하지만, 이찬진을 만나면서부터 마음이 조금씩 순화되어 파멸을 면한다. 그 뒤 김남철과 함께 찬진이를 찾아 서울에 온 랑을 돌보며 친구를 위해 헌신한다.
김남철 남, 26세, 조직 폭력배 보스.
여순반란 때 부모를 잃은 고아. 서울 영등포 양남동 로터리를 중심으로 한 조직 폭력배 박쥐파의 보스. 이웃 문래동 작두파의 농간으로 살인 누명을 쓰고 구속, 우여곡절 끝에 누명은 벗었지만 조직을 스스로 해체해야 하는 운명을 맞고 자신은 군에 강제로 끌려간다.
작두파에 의해 월남까지 쫓겨가게 된 김남철은 이찬진과 강상욱을 만나 깊은 우정을 나눈다. 위문공연 단원으로 취업, 자신을 면회 온 조직원 고재임에게 세 가지 특명을 줘서 내일의 복수를 기약한다.
고재임 여, 22세, 조직 폭력배 중간책.
여고 1학년 때 계모만 감싸고도는 아버지가 미워 가출, 유흥가에서 도망치던 도중 박쥐파 조직원에게 구출돼 김남철의 수하가 된다. 박쥐파 내에서 유일한 여자 중간책. 예쁘고 영리한 아가씨.
조직이 와해되고 사모하는 보스 김남철이 월남까지 쫓겨가게 되자, 위문단에 참가하여 전쟁터까지 면회를 가는 다부진 여자. 그곳에서 김남철의 밀명을 받아 "천궁"이라는 새로운 여자 조직을 만들어 작두파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면서 남철이가 제대하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
차재천 남, 27세, 육군 중위.
주월 한국군 사령부 첩보국 근무. 응웬 띠 랑의 직속 상관. 사관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미국 정보 학교 유학을 다녀온 엘리트 장교. 랑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줄다리기를 한다.
파리 평화 회담이 조인되어 우방 군이 모두 철수한 뒤에도 차 중위는 랑의 사랑을 얻기 위해 자원해서 월남 정부군의 정보 고문단으로 남는다. 그러나 정보 회의에 참석하러 가던 중에 타고 가던 헬기가 추락, 하반신 불구가 되는 불운의 장교. 그때부터 랑은 우정으로 그를 따스하게 감싸주지만 끝내 자살하고 만다.
응웬 반 지안(Nguyen Van Gian) 남, 52세, 월남 공화국 외무성 고위 관리.
파리에서 유학을 했지만 정작 아세아 국가에 정통, 주 한국 대사관에서 오래 근무했다. 민족 해방전선 게릴라에게 아내와 아들을 잃고 딸 랑과 단 둘이 살고 있다. 국가의 멸망은 점점 눈앞에 다가오고, 유일한 혈육인 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아버지로서 눈물겨운 결심을 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