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그리스 세계는 놀라울 정도의 번영을 이룩했다. 아테네는 번성하여 인구가 증가했고, 제국을 건설하여 부와 영광을 누렸다. 아테네의 젊은 민주정은 정치 참여, 기회, 정치권력을 시민단의 최하위 계층에까지 부여했으며, 그들의 새로운 정체(政體)는 다른 그리스 도시들에서도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그리스는 서양 문화의 원천이라고 여겨지는 그리스 문화를 태동시켰다. 그러나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인해서 이런 엄청난 번영과 성공의 시대가 종식되었다. 전쟁에 참여했던 사람들도 이것을 결정적인 전환점으로 인식했다. 그리고 그들의 생각처럼 이 전쟁은 이후 세계의 모습을 바꾸어놓았다.
번영을 누리던 도시국가들은 폐허가 되었고, 도시를 지키던 웅장한 성벽은 평지가 되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자유와 재산을 잃었고, 가족과 친구들까지도 빼앗겼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역사가 시작된 이래 유례없을 정도로 잔혹했다. 한 도시의 남자를 모두 죽이고 여자를 노예로 팔아버렸고, 심지어는 죄 없는 아이들을 살해하기도 했다. 또 폭력이 불길처럼 번져나가면서 문명화된 삶의 기반인 관행, 제도, 믿음, 규제가 붕괴됨으로써 사회는 그 근본에서부터 흔들렸다.
세계의 흐름을 단번에 역전시킨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비록 2,400년 이전에 끝이 났지만 이후 모든 시대의 독자들을 끊임없이 사로잡았다. 제1차 세계대전의 원인을 조명하기 위해서 이 전쟁을 이용한 저술가들도 있었다. 그러나 분석 도구로서 이 전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20세기 후반을 지배한 냉전기였다. 냉전기에 세계는 거대한 두 세력의 블록으로 나누어졌고, 강력한 지도국이 각 블록을 이끌었다. 아테네의 델로스 동맹과 스파르타의 펠로폰네소스 동맹이 그리스 세계를 나누어 통치했듯이 말이다. 또한 전쟁이 벌어지는 위기 상황에서는 언제나 영웅적인 인물이 등장한다. 아테네의 제1시민 페리클레스는 아테네 시민을 설득하여 자신의 정책을 지지하게 만든 카리스마의 소유자였다. 그는 10년 동안 전쟁을 이끌었으며, 전쟁의 성격을 규정했다. 평화의 지지자이자 온건주의자이며 자신의 이름이 담긴 평화조약을 이끌어낸 니키아스. 그의 적이자 성공을 위해서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알키비아데스. 신분적 한계를 뛰어넘어 자신의 야망을 실현시키는 불굴의 의지를 지닌 리산드로스. 이들은 모두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낳은 영웅들로서, 위기 상황에서 한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기원전 5세기에 벌어진 전쟁을 조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에게 그 전쟁을 가장 잘 전해준 사람은 전쟁의 동시대인이자 참가자였던 투키디데스였다. 그의 역사서는 역사서술의 걸작으로 존중되었고, 전쟁의 본성과 국제관계 및 대중심리에 대한 지혜로 칭송을 받았다. 하지만 투키디데스의 저서가 가진 분명한 단점은 전쟁이 마무리되기 7년 전에 문장이 끝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분쟁의 마지막에 대한 설명을 얻으려면 여러 저술가들에게 의존해야 한다. 투키디데스가 취급한 시기에 대해서도 현대의 독자가 그 시기의 군사적, 정치적, 사회적 복잡성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의미를 밝혀주는 설명이 필요하다. 다른 고대 저술가들의 책들과 지난 두 세기 동안 발굴되어 연구되어온 동시대의 비문들은 빈틈을 메워주었고, 때로는 투키디데스가 전하는 이야기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투키디데스의 그리스어 문장은 학자들 사이에서도 난해하기로 이름나 있어, 이런 어려운 역사서를 현대의 독자가 직접 읽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저자 도널드 케이건은 이미 학자들을 대상으로 4권의 책을 썼는데, 이 책은 그러한 학문적 성과에 바탕을 두고 일반 독자를 위해서 집필되었다. 따라서 저자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이야기를 일반 독자가 즐겨 읽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 전쟁을 연구하면서 추구했던 지혜를 그들이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케이건은 쉽고 흥미로운 서술로 고대로부터 전해진 교훈의 보물창고로 우리를 이끈다. 혼자 가면 미궁에 빠지기 쉬운 길이지만, 그의 안내를 받으면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모든 국면이 새롭게 이해된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인간의 특별한 비극으로서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읽을 만한 매력적인 이야기이다. 이것은 대제국의 흥망에 대해서, 매우 이질적인 두 사회와 삶의 방식 사이의 충돌에 대해서, 인간사에서 지성과 우연의 상호작용에 대해서, 사건의 과정을 결정하는 데 인민 대중은 물론 뛰어난 재능을 가진 개인의 역할도 중요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이 지연, 우연, 그리고 서로가 부과한 제한에 종속되어 있었던 것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해준다. 또한 인간이 전쟁, 역병, 내분으로 인한 엄청난 압력 속에서 취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서, 그리고 리더십의 가능성과 그 리더십의 작동이 직면하는 피할 수 없는 한계에 대해서 지혜의 원천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