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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멀리 있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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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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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1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487g | 153*224*30mm
ISBN13 9788932012629
ISBN10 893201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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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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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찾을 길이 없었다. 우리는 벌써 골짜기의 물줄기가 끊어져 어디론가 스미고 있는 곳까지 올라와 있었다. 그녀도 나무에 대한 미련은 버린 듯 싶었다. 아니, 애초에 그녀는 그 나무를 본 것과 다름없는 마음 자세였으므로 달리 이러쿵저러쿵할 무엇이 없었다. 나는 뒤돌아서서 우리가 올라온 길을 굽어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현기증처럼 다가오는 풍경 앞에 머리가 어질거렸다. 나는 하마터면 '아!'하고 소리칠 뻔했다. 그것은 올라오는 동안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광경이었다. 나는 펼쳐진 광경이 사실인가 싶어 손으로 눈을 비볐다. 그래도 그 광경은 더욱 또렷해만 질 뿐이었다.

처음에 나는 그것이 마치 무수한 뱀들처럼 보였따. 용문산의 그 많다는 뱀들이, 몸은 누렇고 대가리는 초록색인 무슨 뱀들이 떼지어 꿈틀거리며 솟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온통 초록으로 불타오르는 나무들의 행진이었다. 행진이 아니라 비산이었다. 그것을 평범하게 초롯빛 새싹들이 움트는 것쯤으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 그 새싹들은 초록의 불꽃이었다. 내 눈이 순간적으로 어떻게 되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 불꽃들은 활활 불타오르며 마치 이 세상에는 없는 어떤 우주적인 비밀 의식을 치르는 것만 같았다. 불타오르면서도 살아 있는 나무들은 높고 높은 천산 위 하늘을 날아 우주를 향해 생명의 빛을 뿜어대고 있었다. 천산 위 하늘, 설산 위 하늘, 수미산 위 하늘을 날아 그 나무들은 거대한 지팡이로 꽃혀 새로운 생명을 노래하는 듯했다.

"이제 그 사람을 향한 순례는 끝났어요."
그녀의 말을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듣고 있었다.
---pp.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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