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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생

은밀한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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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484쪽 | 706g | 153*224*30mm
ISBN13 9788932012636
ISBN10 893201263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남자들에게 있어서는, 냉대받는 수치스러움, 거절에 대한 두려움, 벗을 몸의 빈약함, 성기의 외관상의 무례함, 그 상태에 대한 불안, 무기력에 대한 공포,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할까봐 생기는 근심, 그들이 느끼는 이런 것들이 사랑의 본질을 이룬다. 어떤 여자들은 이런 수치감을 사랑하고, 이런 두려움을 사라지게 하며, 이 나체에 감동하고, 이 공포에 동참하고, 남자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동시에 그들을 지나친 성급함, 치근대기, 때로는 난폭함으로부터 미리 보호하는 이런 근심의 여왕 같은 존재가 된다. 여자들은 눈을 감는다. 그리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 공모, 생물학적이지도 혈통적이지도 않은 최초의 눈을 감아주기 (내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에 접근한다.
--- p.324
나는 불편하지만 독립적이고 복잡하지만 은밀한 삶을 더 좋아했다. 나는 훈장들을 거부했고, 음악회에, 연극에, 오페라에, 영화에, 공식 모임에, 환영회 따위의 의례에 별 이유 없이 받는 초대들은 그로 인해 받게 될 부담과 시간 소비를 모면하기 위해서 피했으며, 주말과 저녁 시간들을 사회적인 '기브 앤 테이크'에 묶인다는 이유로 의무들을 회피했다. 가장 사소한 훈장도 위계 질서에 편입되어 품행이 사회의 감시 -- 감시가 내면적이라 할지라도 -- 에 예속된다. 유명세는, 그것을 사용하게 되면, 생활 전체를 거울에, 자신을 끔찍하게 포획하는 데 내주게 된다. (......) 대중이란 허구이며, 그 허구에 의해 사회가 규범화되고, 허구 자체의 전형 속에 갇혀버리며, 차츰 그 전형이 사회 위로 솟아오른다.

삶은 사적일 경우에만 생동감으로 넘치고, (......) 모든 모국어들, 구어들, 인간 상호간의 언어들을 다소간 등지지 않은 사생활이란 없다.

행복이 제기하는 문제의 당혹스러움은 행복을 원하는 사람들이 소수,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쁨을 내색하지 않고 홀로 기쁨 속에 머무르기보다는, 자신의 불행한 이야기들을 늘어 놓고, 그렇게 해서 타인의 관심을 끌기를 훨씬 더 좋아한다.

노쇠는 마멸이 아니다. 노쇠란 자신을 사라하기 시작하는 권태다. 더 이상 놀라지 않고 감탄하지 않는 사람은 늙은 것이다. 노쇠란 죽는 순간까지 경멸해야 할 기능 정지의 상태이다. 이 기능 정지는 고갈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된다. 우리가 탄식해야 할 것은 고갈뿐이다. 당사자에 대한 집단의 제지는 앞질러 내면화된 이 기능 정지다. 집단적 삶은 우리를 태어남에서 멀어지게 한다. 지나친 사회적 삶은 우리를 너무 일찍 늙어버리게 한다.

외국인처럼 살 작정을 한 사람이라면 외국에서처럼 살아야 한다: 즉 아무것도 이해하지 말 것,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되지도 말 것. 살고 있는 곳에서 침묵할 것, 몸짓을 하고 곧 몸짓도 하지 말 것. 미소를 짓고 곧 미소도 짓지 말 것. 아바 롱진은 이런 태도를 '타향살이(xeniteia)', 즉 이방인의 이질성 속에서인 것처럼 살아가는 현상이라 불렀다.
---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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