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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32쪽 | 642g | 153*223*30mm
ISBN13 9791156341062
ISBN10 11563410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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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모임을 처음 접하던 날은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봄을 마중하는 비였다.
준호 선배를 따라간 곳은 중세 유럽풍의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강남의 한 바였다. 레드와인을 쏙 빼닮은 조명이 안개처럼 퍼져 있는 그곳엔 이미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유영하듯 느릿한 동작을 섞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세화는?”
자리에 앉으면서 준호가 딱히 누구에게랄 것 없이 묻는다.
“좀 늦는다네.”
그중 남자가 준호의 말에 답했다. 준호는 그러냐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제야 생각이 났는지 멀뚱멀뚱 옆에 서 있는 지우에게 의자를 빼준다.
지우는 결례가 되지 않게 남자와 여자를 차례차례 훔쳐보았다. 푸른 사파리 점퍼에 심드렁한 표정의 남자는, 금테 안경 속의 눈을 자주 깜박거렸다. 여자는 한눈에 봐도 이목구비가 가늘고 시원한 것이 제법 눈길을 끄는 미모였다. 볼륨을 숨긴 검정 원피스도 라인을 드러내는 데는 인색하지 않았다.
“신참?” 남자가 곁눈질로 지우를 본다.
“그거야 여러분들 의사에 달렸지.”
귀에 익은 팝송이 바를 물먹은 천처럼 휘어 감고 있었다. ‘I can’t tell you why-’ 지우는 뇌 속에서 벌레가 스멀스멀 블루스를 추는 것 같은 간지럼 증을 느낀다.
준호는 대학 후배이자 증권맨이라고 지우를 소개했다. 그러자 남자가 돈 좀 만졌수, 하면서 농담을 건다.
“전 그런 부류에는 끼지도 못해요.”
“그러지 말고 좀 찍어 줘요. 개미가 달래 개미가 아니지만, 꽁짓돈 부푼 적이 한 번도 없어.”
멱살을 쥐어 잡혀도 모르는 건 모르는 거다. 그들만의 리그, 그들은 중생들이 악다구니 치며 살고 있는 지구 주위를 떠도는 인공위성과 같다.
웨이터가 얼음 바구니를 테이블에 내려놓는 바람에 잠시 대화가 끊겼다. 웨이터가 물러가자 남자가 익숙한 솜씨로 반쯤 남아 있는 위스키 마개를 따고 온더록스를 만든다.
“영화사를 운영하는 김형호 사장. 여기서는 최고령자지.”
“고삐리도 아닌데 나이는…….” 김형호라고 소개받은 남자가 입술을 쑥 내밀었다.
“최고령자라는 말이 듣기 좋지는 않은가 봐?” 김 사장을 힐긋 본 여자가 깔깔깔 웃는다.
“육체와 정신이 항상 같지는 않은 법이니까, 그 차이가 가장 큰 사람이란 말을 하고 싶었던 겁니다.”
“나잇값 못한다는 얘기네.”
김 사장이 짐짓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을 받자 모두 재미있다는 듯 웃어댔다.
“하여튼 김 사장님은 젊게 살아. 느와르와 스릴러를 혼합한 영화 한 편을 의욕적으로 준비 중이고, 대박 터지는 날 우리 모두를 와이키키 해변으로 초대할 분이기도 하지.”
여자가 와이키키를 위하여 한잔하자면서 잔을 들었다. 지우는 준호와 김 사장을 따라 잔을 들고 와이키키를 외치며 건배를 했다.
“다음은 묘령의 여인, 이은주. 돈도 많고 또 매력 덩어리야. 남자를 휘어잡는 자질도 천부적이지?”
“좀 그렇기는 해, 가진 거라곤 돈과 이 육감적인 육체뿐이니까.”
여자의 자화자찬에 김 사장이 심드렁한 얼굴을 풀고 살집에 안 어울리게 키득키득 웃는다.
“꿈이 많은 여자야. 사람을 즐겁게 해주고, 소유한 건물로 임대사업을 하고 있지. 지우보다는 한 살 많을걸?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 목돈이 생기면 우리를 위한 아늑한 전원주택을 제공하기로 했지.”
“와우, 꿈의 공간!”
이번엔 김 사장이 꿈의 공간을 위해서 건배를 하자고 제안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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