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르의 테튬족은 이와 정반대의 관점을 보여준다. 이세상은 남성이 유령의 세계는 여성이 지배한다. 그러므로 남성과 여성이 함께 존재할 지라도 유령이 출현하면 언제든지 그들은 여성이다.
아프리카에서 여성들은 '남자가 될 때까지 나는 그 마을에서 살았다.'라고 말한다. 그 말은 곧 폐경을 뜻하는 다른 표현이다. 삶(혹은 죽음)의 여정에서 수차례에 걸쳐 성별을 바꾸어 체험하는 것은 전통문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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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된 적절한 예는 1944년 수면제 과다로 사망한 멕시코의 여배우 루페 베레즈의 죽음을 들 수 있다. 그녀는 멋진 가운을 입고 온통 꽃으로 장식된 침실에서 향기 그윽한 촛불을 켠 채 기도하듯 양 손을 경건하게 모으고 편안히 자리에 누웠다. 그러나 수면제의 과다 복용으로 구토가 일어나자 그녀는 황급히 화장실로 비틀거리며 걸어가 쓰러졌다. 다음날 아침 하녀는 벌거벗은 채 엉덩이를 하늘로 향하고 머리는 변기통에 처박혀 오물 속에서 무릎을 꿇고 돌처럼 싸늘하게 죽어 있는 그녀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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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탕한 행동이나 희극적인 행동은 장례식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광란의 행동, 무언극, 욕설을 퍼붓고 배설물을 던지는 소극, 할머니 혹은 죽은 자와 관계하려는 해괴망칙한 행동, 매춘, 폭음과 폭식은 장례에서 빠질 수 없는 광경들이다.
죽음의 영향력을 무시하고 모욕함으로써 사람을 화나게 하려는 행위에 비유하려는 나큐사 부족의 관습은 공통된 주제를 담고 있다. 그 부족들은 죽은 자와 유족을 끈질기게 모욕하고 화나게 하는 임무를 띤 소위 '장례 친구'다. 이런 풍습은 아프리카와 그 이외의 지역에서도 볼 수 있으며 그런 역할은 주로 이종사촌이나 고종사촌, 사돈, 의형제, 동년배 등 직접적인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들이 맡는다. 그들은 상호간의 재산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고 상대의 배우자를 괴롭히거나 모친을 서로 욕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의 임무는 진지하다. 그런 사람을 가리며 '조킹 파트너joking partner'라고 부른다. 우리는 흔히 '원시인'들은 죽음 뒤에도 그들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돌본다고 상상학 우리들도 그들의 예를 따랐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자기 자신의 죽음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것은 극히 의심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죽은 자신의 몸과 섹스를 하거나 그 몸을 먹는 경우는 마녀들이나 하는 짓거리라고 흔히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죽은 자를 다루려면 중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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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시신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동남아 지역의 장례 절차에는 통상적으로 시신을 우선 부패하도록 한다. 예를 들면 태국의 왕실 장례는 시신을 용기에 넣어 밀폐한 후 7,8개월간 보존한다. 시신이 부패하면서 생기는 액체는 매일 제거한다. 단단한 잔재는 화장되어 재가 되며 신전에 모셔진다. 그리고 불타고 남은 덩어리 속에서 수집되는 사리는 신성한 유물이 된다. 시신의 발효과 처리는 다른 엄숙한 장례 과정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정화작업으로 볼 수 있다.
장례 과정을 여러 단계로 나눈 것은 좀더 광범위한 삶의 영역에서 죽음을 보려는 의도로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서아프리카의 여러 종족이 단지를 육신의 모델로 삼듯이, 카메룬의 도와요 부족들은 삶의 여정의 각 부분을 수수와 연관시킨다. 결혼할 때 신랑은 종자 수수를 신부의 아버지에게 주고 아기가 태어나면 수수를 발아시킨다. 그리고 죽었을 때 맥아가 된 수수를 원료로 하여 맥주를 만든다. 그들은 발효된 맥주 찌꺼기를 조상신에게 바친다. 죽은 여자가 사용했던 물항아리에서 맥주가 발효하면서 부글부글 끓어올라오는 것은 그녀의 혼이 그 속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유사한 술의 혼령, 유령같은 혼령의 모델이 영국의 풍습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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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세력을 지닌 메리나 집단은 인간과 땅이 단일체라는 사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들 문화에서 산 자의 주거는 초라하지만 죽은 자를 위한 무덤은 돌과 시멘트로 화려하게 짓는다. 죽음은 영원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반드시 자기와 같은 부류의 사람과 결혼해야 하고, 객지에서 죽어가고 있는 사람은 매장을 위해 반드시 출생지로 모셔와야 한다. 파마디하나라고 부르는 축제에서 사람들은 시신을 꺼내 함께 춤도 추고, 말도 걸고, 가능하면 시신을 데리고 마을을 돌면서 최근의 변모된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준 뒤 무덤 속으로 넣기 전에 시신을 다시 포장한다.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그들은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춘다. 그러한 축제 행사 때는 주로 '통을 굴려라'라는 노래를 부른다. 하나됨을 이루기 위해 시신들의 뼈를 갈아 서로 섞는 것을 강조한다. 죽어서 어느 무덤에 실제로 묻히고 싶은지 선택하는 것은 자유지만 자신이 원하는 무덤 집단에 매장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사회적 신분과 경비를 고려한 후 확실한 약속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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