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변덕스러운 마음_사랑에는 再發이란 것이 흔하다
갑작스런 막내딸 알리제의 출현으로 일상의 평안함에 위협을 받는 당신. 자신의 아파트를 옛 남자 친구 토마에게 넘기고 쓰레기봉투에 비닐 끈으로 묶은 짐을 들고 들어온 알리제는 만난 지 열흘 정도 된 브라질 출신 댄서 조아오와의 사랑 때문에 바로 그날까지 함께 살았던 토마와의 관계를 끝내려 한다. 말도 통하지 않는 조아오와 불같은 사랑에 빠진 막내딸은 당신이 토마의 애원과 협박에 지쳐가는 것은 개의치 않는다. 큰딸 쥐스틴의 말처럼 ‘알리제의 문제’에 괴로운 건 당신. 갑작스런 조아오 부모와의 만남을 앞두고 당신은 잠깐 브라질에서의 삶을 꿈꿔 본다. 교양 있고 돈 많은 조아오의 부모는 알리제가 백인이라서 아들과의 결혼을 허락할 수 없다며 조아오를 데리고 떠나 버린다. 조아오의 배신에 상심한 알리제는 사흘 동안 앓아눕는다. 그때 당신의 전화로 걸려온 질이라는 새로운 남자. 알리제는 신이 나서 재잘거린다. 이제 토마를 처리하는 건 당신 몫. 녀석이 집을 비운 사이 ‘급 출장, 열쇠 고침’을 불러 자물쇠를 바꿔 버린다. 사건 종료……. 다음 사건까지.
“그렇지만 말야, 프티 샤, 여자 애들은 곧잘 생각을 바꾼단다. 어떨 땐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바꾸지. 멋진 남자가 지나가면 더 그래.” (본문 26쪽)
“내게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다고요! 그걸 써 주기까지 했는걸요. 자기 피로요!!!”
저런 저런, 정신 연령이 열 살이구먼, 둘 다!
“이건 알아야 되네. 사랑이란 깨지기 쉬운 거라네.”
거들먹거리며 충고하는 당신. (본문 31쪽)
2장 릴리벨의 가출_나이 든 사랑과 타다 남은 재는 아무 계절에고 다시 타오른다
시어머니 릴리벨이 사라졌다. 주름살 제거 수술, 우아한 차림, 부풀린 머리로 65세로 보이는 75세의 릴리벨은 시설 좋은 실버타운에서 세월을 되돌리며 살고 있었다. 그 릴리벨이 사라진 것이다. 새벽 3시, 서재의 팩스가 들어오고 있다.
-얘들아, 내가 오늘 16시 45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퇴역 해군 소장 쥘 데 브륄리 씨와 결혼했단다. 우린 너무도 행복하다. 글피에 돌아가마. 애정을 담아서, 릴리벨.-
쥘 소장님 자식들과 한차례 전쟁을 치르고 난 후, 당신은 알리제와 함께 릴리벨의 환영식을 준비한다. 쥐스틴은 사위 제2호와 세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온다. 드디어 신혼부부 도착. 분위기 좋은 환영식은 쥘 소장 아들들의 출현으로 잠시 혼란을 겪으나 곧 사태가 수습되고 신혼부부는 행복해한다.
“나이가 들었다고 사랑도 못하는 거는 아니죠! 진정해요. 저는 오히려 쥘 소장님에게 연인들의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수여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본문 54쪽)
5장 아틸라의 열정_사랑에는 나이가 상관없는 법
어느 날인가부터 일곱 살짜리 막내 손자 아틸라가 심부름만 시키면 돈을 달라고 한다. 담임선생님 플뢰르 양과 결혼하기 위해서.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당신에게 아틸라의 운명 플뢰르 양이 전화를 건다. 아틸라가 약혼 선물로 준 루비 반지를 돌려주려고. 당신을 만난 플뢰르 양은 아틸라가 남자 친구의 오토바이 바퀴를 펑크 낸 적이 있다며 하소연한다. 머리가 아픈 당신. 결국 당신은 끙끙 앓아누운 아틸라에게 사랑은 맞서 싸워야 하는 거라며 11년 후에 결혼할 거라고 선언하라는 조언을 한다. 당신의 조언대로 아틸라는 플뢰르 양의 약혼자 라샤르와 남자 대 남자로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가 된다. 들뜬 아틸라의 열정도 점점 사라지고 평소대로 조용해진다.
6장 질투심_질투심은 지옥처럼 가혹하며 그 격렬함은 세차게 타오르는 불꽃과 같다
온 집안이 질투라는 열병에 빠져 버렸다. 시작은 쥘 소장님. 릴리벨을 만나기 전 클라라라는 애인이 있었던 쥘 소장님은 여전히 주변에서 맴도는 클라라 때문에 릴리벨이 괴로워한다며 상담을 요청한다. 나이 드신 분들의 격렬하면서도 다정한 사랑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당신이다. 다음은 쥐스틴. 이혼한 지 8년이 지난 사위 1호 라울의 두 번째 아내 오딜이 임신을 했다는 말에 불같이 화를 낸다. 쥐스틴과 오딜의 갈등에 마음이 쓰인 당신은 알리제에게 질투심에 대해 이야기한다. 순간, 질의 인기에 노심초사하던 알리제는 눈물을 흘리며 질투의 괴로움을 하소연하고. 당신은 지난날 자신이 질투심에 빠졌던 사건들을 떠올린다. 질투 때문에 끝나 버린 첫사랑, 남자의 지난 연인에 대한 질투, 결혼한 지 38년이 되었지만 남자 곁에서 알짱거리는 여인에 대한 질투……. 질투의 열병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오! 핼쑥하고 창백한 얼굴의 우울한 질투심이여!(볼테르)
“다른 여자가 있대?”
“미쳤어? 그럼 내가 목을 비틀어 버린 다음에 변명하게 놔둘 거란 걸 그이도 잘 알고 있다고.”
“그럼 뭐 하러 걱정하는데?”
“그러게 엄마는 질투란 게 뭔지 모르는 거야.” (본문 144쪽)
7장 비밀_돈의 가치를 알고 싶으면 빌려 보라
부부 사이의 가장 큰 비밀은 바로 금전 문제이다. 쥐스틴과 알리제는 결코 당신에게 금전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쥐스틴은 사위 2호와 각자 명의의 계좌가 있고 공동 명의의 계좌가 있다는 정도밖에, 알리제는 그런 사소한 문제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며 남은 돈이 있는 쪽에서 지불한다는 정도밖에 이야기하지 않는다. 당신 친구들의 금전적 평온함은 남편이 너그러운가 아니면 인색한가에 달려 있다. 당신과 남자 사이에도 이상한 금전 관계가 얽혀 있다. 당신은 늙어서 돈이 없을까 봐 평생 전전긍긍해 왔으며, 가족이나 친구에게는 돈을 주면 주었지 빌려 주지는 않는다. 남자는 돈에 대해 통이 크면서도 쩨쩨하다. 진짜 모피 코트를 사 준 날 밤, 당신이 벽난로에 나무를 많이 넣었다고 호통을 친다. 38년 동안 똑같은 생활비를 건네주며 올려달라는 말에 콧방귀만 뀐다. 그러면서도 가끔 엉뚱하면서도 휘황찬란한 선물을 한다. 금전 문제는 어느 커플에게나 비밀스럽고 어려운 문제일지니…….
“당신, 38년 동안 파 한 단 값이 세 배는 뛴 것 몰라요?”
“……상관없어. 난 파가 싫어.”
“당신이 주는 돈으로는 생활할 수가 없어요.”
“어쩔 수 없지. 도저히 더 줄 수가 없어. 뻔한 내 월급에서는 무리야.” (본문 183쪽)
8장 경축일_낟알이 비둘기를 살찌우는 것처럼 잔치와 선물은 사랑을 살찌운다
생일, 자기와 같은 이름의 성자의 축일, 크리스마스, 어머니의 날, 아버지의 날, 할머니의 날, 연인의 날 등 경축일을 챙기는 일은 즐거움인 동시에 괴로움이다. 이래저래 열일곱 번의 축일을 치러 내야 하는 당신은 매번 죽을 맛이다. 이번 크리스마스 때에도 가족들 선물을 고르느라 지친 당신. 돈 쓰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각자에게 기쁜 선물을 고르는 것이 문제이다. 여기저기서 고른 열두 개나 되는 선물 봉투를 들고 퉁퉁 부은 발에서 신발을 벗겨 낸 당신은 아틸라의 선물을 잊어버린 걸 알고 울음을 터뜨린다. 결국 남자를 협박해 아틸라의 손목시계를 사오게 한 당신은 이번도 무사히 경축일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사랑을 표시해야 한다. 축하 잔치와 선물들로. (본문 190쪽)
9장 남자 친구, 여자 친구_그녀들이므로, 당신이니까…… 그들이므로, 그이니까……
당신이 첫눈에 반해 남자의 인생에 들어섰을 때, 남자 친구들은 위선적인 웃음을 지으며 당신을 귀찮은 침입자로 낙인찍으려 했다. 위선에는 위선으로. 당신 역시 남자의 친구들을 위해 근사한 포커 파티를 차려 준다. 쥐스틴이 태어나고 얼마 후, 포커 파티는 다른 친구의 집으로 옮겨진다. 남자의 친구들이 하나 둘 여자와 살게 되면서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마음에 안 드는 여자와 결혼한 친구와 서서히 멀어지는 것을 시작으로 말이다. 남자 역시 당신 친구들을 좋아하지만은 않는다. 당신은 당신의 친구들-어릴 적 친구, 슈퍼우먼, 그냥 친구, 속내 친구-과 여전히 교유하지만 모두와 같은 정도는 아니다. 각자의 환경과 처지에 따라 만남의 정도와 질이 다르다. 문제는 당신의 친구와 남자의 친구가 커플이 되는 경우. 그 불똥이 당신에게까지 미친다. 부부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친구 부부의 싸움만큼 위험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가 커플로 자리를 잡으면 각자 자기의 친구들을 함께 짐 속에 꾸려 오게 마련이다. 그 짐 속의 내용물을 섞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본문 216쪽)
10장 당신의 화를 돋우는 남자의 단점들_결점이 없는 말을 타려는 사람은 걸어서 가야 한다
남자는 잠에서 깨어나며 엄청난 하품 소리를 내지른다. 당신이 침대로 아침식사를 가져다주어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비발디의 트럼펫 독주곡을 최대한 크게 틀어 놓는다. 자기 물건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출근하던 남자는 집을 나서려는 순간 당신의 존재가 떠올라 저녁때 보자는 말을 던지고 쾅 문을 닫고 나가 버린다. 이 사랑스러운 남자에게도 가벼운 결점이 있다. 자존심이 세다, 거짓말쟁이다, 무뚝뚝하다, 화를 잘 낸다. 부부 싸움을 하면 당신이 옳을 때마저도 용서를 빌어야 하는 것은 당신이다. 시간이 흘러 당신은 양보하는 법을 배운다. 절대로 남자에게 하지 않는 말들이 생긴다. 그렇게 서로에게 익숙해진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 : 남자가 ‘부끄럽지도 않아! 이런 바보 같은 걸 텔레비전에서 쳐다보고 있다니!’라며 테니스 경기로 채널을 돌릴 때도 아무 말 하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 : 당신이 구두약 사는 것을 깜박했다는 핑계로 비싼 화장 크림으로 자기 구두를 반짝반짝 닦을 때도 그냥 꾹 참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 : 당신의 장바구니를 뒤지며 ‘속옷 가게 차릴 거야?’라고 비아냥거려도 대꾸하지 않는다. (본문 279쪽)
11장 쥐스틴의 결혼식_재혼이란 경험에 대한 희망의 승리이다
말이 없는 사위 2호는 쥐스틴과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 한다. 그러나 첫 남편과의 결혼 생활에 질려 버린 쥐스틴은 절대 반대이다. 어느 가족 식사 때 사위 2호가 결혼식 이야기를 꺼낸다. 결혼 준비만 자신이 안 한다면 하겠다는 쥐스틴의 말에 모든 일은 당신이 떠맡게 된다. 결혼식 장소 선정부터 말다툼이 일어난다. 결혼식 음식, 음악, 초대 손님 명단, 웨딩드레스, 결혼 행진곡, 결혼식 복장, 청첩장, 비디오 제작, 사진 촬영, 자리 배치, 결혼반지, 증인, 결혼 선물, 케이크……. 드디어 결혼식 날. 사돈어른이 늦은 참석으로 시청에서의 결혼식을 아슬아슬 마치고 파리 근처의 한 성에서 성대한 파티를 갖는다. 물론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나 당신의 마음을 졸이게 한 것은 당연한 일이고. 결혼식 다음 날, 마침내 일은 터진다. 누구도 신혼여행을 준비하지 않은 거다. 사돈어른의 호기로 쥐스틴과 사위 2호뿐만 아니라 아이들까지 모두 서프라이즈 신혼여행을 떠난다. 이로써 당신도 임무 완수.
출국 수속을 하러 들어가며 큰딸이 당신에게 부케를 던지며 소리친다.
“엄마, 아빠,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모두가 합창한다.
남자와 팔짱을 끼고 비행기가 이륙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속삭인다.
“너무 행복해서 눈물조차 안 나올 지경이에요.”
“나는 눈물이 나와, 파산이야!” (본문 3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