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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1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26쪽 | 472g | 153*224*30mm
ISBN13 9788978912280
ISBN10 897891228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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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모결솔
남편, 두 딸과 청주에 살고 있다.

출간작
종이책: 『유원지의 강낭콩』『초록 날개를 단 연어』『블루로즈』『내게는 너무나 특별한 그녀』
이북: 『블루로즈』『유원지의 강낭콩』『사랑도 겨울잠을 잘까』(초록 날개를 단 연어)『금기된 사랑』『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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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술기운에 방을 잘못 찾아 들어왔나 봐요. 어제 기분이 좀 복잡해서 술을 너무…….”
공교롭게도 사과하는 그의 시선이 말리의 가슴에 계속 고정되어 있었다. 자신이 벌인 일 때문에 말리를 마주 볼 수 없었던 그가 의미 없이 무심코 한 행동이었지만 그게 또 말리의 콤플렉스를 자극했다.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말리가 사납게 쏘아붙였다.
“두 번만 복잡했다간 홀딱 벗고 스트립쇼를 했겠네요!”
윽박지르기 선수 말리 앞에서 무안해 쩔쩔매던 수탁이 다시 자충수 발언을 하고 말았다.
“문이 열려 있지만 않았다면, 잠겨 있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혹시 누구 기다리던 사람이라도…….”
“지금 어디다가 책임전가하려는 거예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요. 어떻게 책임질 거예요!”
“무, 무슨 책임이요?”
“정말 몰라서 물어요?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 거냐고요!”
말리의 앙칼진 목소리가 숙취로 깨질 것 같은 수탁의 머릿속을 마구 들쑤셨다. 그는 멀쩡하던 속까지 뒤집어지는 기분이었다. 불쑥 엉뚱한 반발심이 발동했다.
“술기운에 방을 잘못 찾아 들어올 수도 있는 거고, 609호를 906호로 착각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그게 무슨 책임질 일이라고 울고불고 난리 블루스까지…….”
수탁의 목이 자라처럼 건들거렸다. 지난 한 달여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불량한 모습이었다. 어쩜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 거지? 말리는 기가 막혔다. 내 절벽 가슴을 본 게 분명해. 그러니까 저렇게 돌변해서 조롱하는 거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의 입을 틀어막아야 해. 선제공격이 최선의 방어야! 말리는 시퍼런 눈으로 그를 노려보다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악을 썼다.
“지금 난리 블루스 안 추게 됐어요? 팀장님이야말로 태평 블루스 좀 작작 추세요! 남자하고 한 방에서 밤을 보낸 내 불명예는 어떡할 거냐고요!”
“그러게 왜 자세히 확인해보지도 않고 경솔하게 소리부터 꽥꽥 지르고 오두방정을 떱니까!”
뻔뻔함도 이 정도면 수준급이었다. 고분고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듯하던 그가 어느새 말리의 잘못으로 굳히기에 들어가고 있었다.
“원래 그렇게 뻔뻔한 사람이었어요? 뭐가 그렇게 당당해요? 아니, 자다 깨서 옆에 홀딱 벗은 남자가 누워 있는데 어떻게 침착하냐고요!”
“사실만 말하자고요. 분명히 난 홀딱 벗지 않았어요. 트렁크는 입고 있었다고요!”
말리가 흥분할수록 침착한 그만 더욱 돋보였다.
“난 아니었어요! 절대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고요!”
‘가만! 지금 내가 흥분할 상황 맞나? 이런 경우에는 원래 가해자가 흥분하는 법이잖아. 나는 피해자라고!’
“어떤 게 정상인데요? 최 대리가 홀딱 벗고 있었어요? 아니잖아요. 방 한 번 잘못 찾아들었다고 엉망 된 자기 옷차림까지 책임 지우는 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세상에 기막혀!”
“기막힌 건 바로 나라고요. 평소 일할 때처럼 깔끔하게 핵심을 말해 봐요. 빙빙 돌리기만 하고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아! 설마 내가 최 대리를 어떻게 했다는 거예요? 이런! 남녀가 한 방에서 잔다고 다 역사가 이루어지는 줄 압니까? 내가 여자라면 개나 소나 다 덤비는 줄 알아요?”
개? 소? 덤벼? 말리가 우물쭈물 허점을 보이는 순간을 그는 결코 놓치지 않았다. 그의 입술에 금방 여유만만한 미소가 번졌다.
“아무 일도 없었다고요!”
“어떻게 알아요!”
“뭐 그냥 아는 거죠. 그리고 난 술 들어가면 정신 같은 거 안 챙겨요. 그런 건 본인인 최 대리가 가장 잘 알 거 아닙니까!”
“몰라요! 나도 잠들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른다고요!”
천하의 카사노바처럼 유들거리던 수탁의 얼굴에 처음으로 긴장감이 설핏 스쳤다.
“흔적도…… 없어요?”
무슨 말이냐는 듯 말리가 눈을 치켜떴다.
“흔적 말이에요. 흔적 몰라요? 이제 내숭 좀 그만 떱시다!”
그건 말리도 모르는 일이었다. 술김에 더워서 스스로 풀어 젖힌 건지 아니면 수탁이 뭔가 작업하느라 그런 건지. 말리는 잠들면 세상이 뒤집어져도 몰랐다. 거기다가 술만 조금 첨가하면 아주 전신 마취 수준이었다.
“혈흔이라던가, 뭐 그런 흔적 같은 것도 없었냐고요! 젠장, 만약에 처녀라면!”
수탁이 말리의 결정적인 상처를 건드렸다. 10여 년 전, 말리는 전국적으로 유행처럼 번졌던 순결 서약까지 했었고, 그 많던 유혹과 위험을 이겨내고 행운까지 보호하사 어제까지도 분명히 처녀였다. 말리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과거시제로 또박또박 말했다.
“난 어젯밤까지도 분명히 처녀였다고요!”
“누구든 과거에는 다 처녀겠죠. 아무튼 빨리 확인해봐요!”
“뭘 어떻게 확인하라는 거예요!”
“나 참, 빨리 화장실 가서 보고 오라고요!”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사납게 마주쳤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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