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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이야기

여우 이야기

이형식 편역 | 궁리출판 | 2001년 08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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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454쪽 | 585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8804391
ISBN10 8988804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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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역자 : 이형식
서울대학교 사범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파리대학 불문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는 『마르셀 프루스트』『프루스트의 예술론』『프랑스 문학, 그 천년의 몽상』『현대문학 비평 방법론(공저)』『프루스트, 토마스만, 조이스(공저)』가 있고, 역서로는 『외상 죽음(쎌린느)』『미덕의 불운(싸드)』『사랑의 죄악(싸드)』『철부지 시절(조세 까바니)』『미소 띤 부조리(싸바띠에)』 등이 있다. 또한 자전적 소설 『그 먼 여름』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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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제부터 심심파적 삼아 르나르와 이장그랭이라는 자들이 누구이며, 또 그들이 어떻게 해서 이 세상에 오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할까 하노라. 언젠가 나는 낡은 고리짝 속에서 『오뀌프르』라 제(題)한 고서 한 권을 우연히 발견하였다. 그 책에서 나는 많은 것들을 비로소 알게 되었지만, 특히 르나르에 관해서 더욱 그러하였다. 그 새로이 알게 된 사실들에 대해 구태여 입을 다물 이유가 없으리니, 오히려 용기를 내어 그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함이 마땅하리라.
내가 그 이야기를 직접 읽은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나에게 그러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그 사람이 누구라 할지라도 나는 그를 술취한 사람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책에 기록된 것은 믿어야 하는 법이다. 또한 책을 좋아하지 않고 책에 기록된 것을 신뢰하지 않는 자를 치욕을 감수하며 죽어 마땅하리라.

(중략)

아담이 바닷물을 때려 그곳으로부터 짐승이 나올 때마다 그 짐승이 무엇이든 그들을 가까이 두어 길들였다. 그러나 이브의 손에 의해 생겨난 짐승들만은 도저히 길을 들일 수 없었으니, 그 짐승들은 물에서 나오자마자 깊은 숲 속으로 달려가 늑대와 합류하였다. 그리하여 아담의 손에 의해 생겨난 짐승들은 가축이 되었고, 이브의 손에 의해 생겨난 짐승들은 가축이 되었고, 이브의 손에 의해 생겨난 짐승들은 야수가 되었다. 여우 역시 다른 야수들처럼 그렇게 이 세상에 생겨난 것이다.
여우의 털은 르나르의 머리털처럼 적갈색이었고, 도둑놈 못지않게 꾀바르고 민첩하였다. 또한 몹시 교활하여 그에게 속아넘어가지 않는 짐승이 없었다. 그 여우란 놈은 간계의 달인이었던 르나르를 연상케 하는 바, 그리하여 간사한 술책과 속임수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르나르와 칭하게 되었다. 또한 르나르와 여우로 인하여 사람들이 간책과 속임수를 비로소 배우게 되었다.
--- pp.21-32
내 여러분에게 차라리 우스개 이야기를 들려드림이 나으리니, 제공께서 어떤 설교나 어느 성자의 전기에 귀를 기울일 분들이 아님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제공께서 간절히 원하시는 것은 오직 심심파적거리의 이야기이리니, 이제부터 조용히 들으시라. 마침 나에게 영감이 떠오르고, 나의 이야기 주머니 속에 저장되어 있는 이야기는 하나가 아니외다. 이제 여러분들은 족히 귀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는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외다. 사람들이 자주 나를 미친놈 취급하나, 내가 학교에서 얻어들은 바에 의하면, 지혜로운 말은 미친 자의 입에서 나온다고 하더이다. 이제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모략의 달인이 저지른 못된 짓 하나를 들려드릴까 하노라.

(중략)

“전능하시고 고결한 성령이신 아버지 하느님의 이름으로 말하건대, 생전에 행한 선의 무게가 충분한 경우 저울판 위에 올라앉으면 이곳까지 내려오며, 저지른 모든 악행은 고스란히 지상에 남게 된다오. 하지만 그 누구도 참회를 하지 않고는 이곳에 내려올 수 없나니, 내 그대에게 드리는 말씀은 모두 진실이외다. 그대는 지은 죄를 모두 고백하고 참회하셨는가?"
"성스럽고 거짓 없는 영혼으로, 이미 늙은 산토끼와 수염 난 염소에게 고백을 하였소."

......

조바심이 난 이장그랭은 꽁무니를 동쪽으로 둘러대고 머리를 서쪽으로 향한 채, 기도문을 목이 터져라 외워댄다.
--- pp.5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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