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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병의 편지

이등병의 편지

강수민 등저 | 샘터 | 2001년 07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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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54쪽 | 396g | 153*224*20mm
ISBN13 9788946413344
ISBN10 894641334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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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목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여러분, 여기에 오면 전부 전방에 배치 받는 줄 알고 걱정 많이 하셨죠? 그러나 여러분, 안심하세요. 여기는 전방이 아닙니다.'
102보충대에 오면 모두 전방지역으로 가는 줄로만 알았던 훈련병들의 얼굴에는 마치 파도와 같이 밀려오는 하나님의 영광을 경험한 듯 화사한 미소가 감돌았다.
'야! 우리도 잘하면 후방으로 빠질 수 있나 봐. 다행이다.'
'제발, 후방으로 갔으면...'
그러나, 이어지는 목사님의 한마디는 우리의 간절한 바람을 무참히 깨버렸다.
'여러분, 걱정 마세요. 여기는 절대 전방이 아닙니다. 최전방입니다.'
'최전방'이란 말에 액센트를 넣지만 않으셨어도 우리는 그렇게 우울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때의 참담한 기분이란...
--- pp.17-18
난 일년 하고도 반 년 만에 어머니의 편지를 다시 읽었다. 손바닥으로 두 눈을 가렸지만, 그 사이로 어느새 멈출 수 없는 사랑이 흘렀다. 아들 영봉아, 엄마야. 답장이 늦어져서 미안하구나. 언제나 막내, 어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씩씩한 군인이 된 너의 모습을 보니 얼마나 기쁜지 몰라. 휴가 나왔을 때 엄마가 바빠서 맛있는 음식도 못 해주고 미안하구나. 엄마는 지금 걱정이 너무 많아서 가슴이 아파. 그래도 널 바라보면서 열심히 살고 있단다.

사랑하는 영봉아. 너는 씩씩한 남자니까 잘 할 거야. 너의 편지 받고 엄마는 울었단다. 소리없이 울 만큼 엄마의 가슴도 아팠단다. 학교에 다니는 너의 친구들을 보면서 안타깝고 힘들었어. 너는 얼마나 더했을까! 봉아.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있어. 안녕!

나는 군대 오기 전 대학 진학이 아닌 취업을 택했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하늘의 운 또한 따르질 않았다. 3개월치 월급도 못 받고 쫓겨났는가 하면, 다음 회사에서는 월급 전날 억울하게 도둑으로 몰리기도 했다. 취업해서 어머니께 힘이 되고 학비 마련한다는 것은 허망한 꿈일 뿐이었다. 그렇게 난 군대에 갔다.

고3 시절 내가 어머니께 진학이 아닌 취업을 선택한다고 말씀 드렸을 때 어머니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나는 어머니께서 어렵게 말씀하시기 전에 내가 먼저 고백하는 게 어머니의 부담을 덜어드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말을 한 것은 나의 실수였다. 어머니가 보낸 두 장의 편지. 이등병 시절 나는 화장실 벽을 치며 울었다. 지금 군대에 있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과, 어머니의 마음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울고 말았던 것이다. 병장이 된 나는 다시 한번 다짐한다. "어머니, 건강하게 제대하서 어머니의 기쁨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사랑합니다."
--- pp.7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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