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있게, 사랑하는 친구. 나는 아질산아밀 주사약을 침대에서 떨어진 곳으로 옮겨 놓았다네. 자비로운 신의 손에 나 자신을 맡기기로 했네. 그 분이 벌하시든, 아니면 자비를 베푸실 지 곧 알게 되겠지! 우리는 다시는 함께 사냥을 하지 못할 걸세, 여보게. 우리의 첫 번째 사냥은 이곳이었지 - 그리고 우리의 마지막 사냥도......정말로 좋은 시절이었어. 그렇다네, 정말 좋은 시절이었지. 이상 줄이네. 에르큘 포아로.
--- p.332
자네도 알 수 있겠나, 헤이스팅스, 그러한 발견이 얼마나 감각적인 능력을 키울 수 있는지를? 스티븐 노튼 -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면서도 경멸했던 그는 남들로 하여금그들이 원치않은 행동을 하도록 만들 수 있었고 - 혹은(이쪽을 주목하게) 그들이 하고 싶지 않던 생각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잇었을 걸세. 나는 그가 이러한 취미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모습을 눈앞에 그려볼 수 있다네...그리고 조금씩 발전되어서 간접적으로 포악함을 경험하게 되는 병적인 단계에 이르게 되지. 그 포악함은 그가 육체적인 힘이 부족했기 때문에 결핍되었던 것이고, 이러한 결핍 때문에 그는 조롱을 받았던 것이네.
그렇다네, 그의 취미는 점점 자라나서 나중에는 하나의 열정으로, 없어서는 안될 지경에 이르기까지 되었다네!그것은 일종의 마약이었지, 헤이스팅스 - 아편이나 코카인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갈망하게 되는 마약이었다네. 천성적으로는 친절하고 정이많은 사람인 노튼은 은밀한 사디스트였지. 그는 고통, 즉 정신적인 자학감을 즐겼다네.
--- p.261
''여보게, 자네는 내가 편지를 보낸 곳의 주소를 보고 수상쩍다고 여기지는 않는가? 그것은 옛 기억들을 되살리지 않나? 그래, 나는 이곳에 있따네. 스타일즈 저택에 말일세. 한번 생각해보게나, 이곳은 이제 여관으로 불리고 있지. 자네 같은 영국 토박이의 나이 든 퇴역 대령이 경영하고 있다네. 그 사람 부인은 장사수단은 좋지만, 워낙에 입심이 사나워서 그 가엾은 대령이 꽤나 쩔쩔매고 있다네. 만일 내가 그 친구처지였다면, 나는 그녀에게 도끼를 들이댔을 걸세!
신문에서 이 집의 광고를 보고는 호기심이 생겨, 이 나라에서 내가 처음으로 맘 편히 지냈던 이곳으로 다시 한 번 찾아왔네. 왜, 내 나이쯤 되는 사람들은 과거를 되살리며 즐기잖는가.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게나, 나는 이곳에서 어떤 신사를 만났지. 누군가하면, 바로 자네 딸을 데리고 있는 사람의 친구라네. (이 문장은 마치 프랑스어 연습을 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나, 응?)
즉각적으로 나는 한 가지 계획을 세웠다네. 그 사람이 이번 여름을 이곳에서 함께 보내자고 하며 프랭클린 부부를 불러왔다네. 이번에는 내가 자네를 초청할 차례야. 우리 모두 한 가족처럼 함께 지내기로 하세. 대단히 재미있을 걸세, 그러니 나의 친애하는 헤이스팅스, 서둘러서 오게. 빠른 시일 내에 이곳에 도착하도록 하게나. 나는 자네를 위해서 욕실이 딸린 방을 하나 잡아두었다네. (자네도 이해하겠지만, 이곳은 이제 현대화 되었다네. 우리가 아끼던 옛 '스타일즈'가 말일세.) 그리고 아주 싸게 가격을 정하려고 루트렐 대령 부인과 좀 실랑이를 벌였지. 프랭클린 부부와 자네의 매력적인 딸 주디스가 이곳에서 며칠째 묵고 있다네. 모든게 정돈되어 있고,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지. 곧 만나세. 자네의 변함없는 친구, 에르큘 포와로.''
--- pp.9-10
내가 말했다.
'어째 좀 이상한데요. 이 집 사람들이 그 친구를 깨우는 걸 잊었다고 생각합니까?'
'이상하군요. 혹시 어디 아픈 것은 아니겠지. 올라가서 살펴봅시다.'
우리는 함께 올라갔다. 다소 둔하게 생긴 하녀 하나가 복도에 있었다. 어찌된 일이냐고 물어 보니, 그녀는 노튼의 방을 노크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노라고 했다. 그녀가 한두 번밖에 노크를 하지 않았으나, 그가 듣지 못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의 문은 잠겨 있었다. 어떤 불길한 예감이 나를 엄습해 왔다. 나는 크게 문을 두드리며,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큰소리로 불렀다.
'노튼-노튼, 일어나시오!'
그리고 다시 더욱 커진 불안감을 가지고 소리쳤다.
'일어나시오....!'
--- p.280
나의 가엾은 친구. 나는 그에게서 많은 세월들을 읽을 수가 있었다. 이제 여러분에게 그가 변한 모습을 알려주고자 한다. 관절염으로 다리를 저는 그는 휠체어에 몸을 간신히 의지하고 있었다. 한때 뚱뚱했던 몸집은 홀쪽해져서, 이제는 마르고 조그만 사내가 되어 버렸다. 얼굴은 온통 주름살이 잡혀 있었다. 콧수염과 머리는 정말이지 아직도 칠흑색이지만,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그에겐 그런 말을 해서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것이 바로 실수라면 실수였다. 머리를 염색한 것 자체가 애처롭게 보이는 나이가 된 것이다.
포와로의 머리가 그토록 새카만 것이 염색약 덕분이라는 사실을 듣고 놀랐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꾸미고 있다는 사실조차 완연히 드러났고, 그것도 기껏해야 가발을 쓰고 어린애들처럼 윗입술을 꾸미고 있는 정도였다. 오직 그의 눈만이 예전처럼 예리하게 반짝이고 있었고 지금도 역시-그래, 의심할 것도 없이-감정에 젖어 포근해져 있었다.
--- p.20-21
그러하이, 정말로 훌륭한 솜씨였어! 그리고 그런 문제들에 대한 당신의 반응은 신속하고도 완전한 것이었다네! 자네는 반응했지. 마음 속으로 살인을 결심하게 되었던 것이라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헤이스팅스, 자네에게는 아직도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는 두뇌를 가지고 있는 친구가 있었다네. 아니, 두뇌 뿐만이 아니었지!
나는 자네가 지나치게 남을 믿는 천성을 지녔기 대문에 아직도 진실에 이르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러한 말을 시작함으로 해서 자네와 이야기를 나누었네. 자네는 남이 말하는 것을 그대로 믿지.자네는 내가 말하는 것도 믿었다네...... 하지만 진실을 발견하기란 자네에게도 무척 쉬운 일이었다네. 나는 조르즈를 내보냈다네-무엇 때문이었을까? 그 대신에 경험도 적고 분명히 똑똑하지 않은 사람으로 대체했지-왜 그래야 했을까? 나는 의사의 보호를 받지 않았네- 나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 지나치리만큼 신경을 쓰던 내가 - 아마 나는 어느 누구의 권유도 마다했을 걸세 - 그런 내가 무슨 이유로 그랬을까?
--- p.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