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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묻힌 도시의 연인

파묻힌 도시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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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0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372g | 138*203*15mm
ISBN13 9791157401222
ISBN10 115740122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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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이번에도 그 기분 좋은 향기를 맡게 해주면서 말했다. ‘여신들의 중요한 곳에 다시 발라야 돼.’ 그러면서 포르투나타의 가슴과 음부를 슬쩍 쓰다듬으며 ‘여기하고, 여기’라고 말했다. 포르투나타는 새어 나오는 비명을 삼키려다 쥐새끼 같은 소리를 냈다. 뜨겁고 깃털처럼 간지러운 남자의 손이 이번에는 포르투나타의 발등부터 다리를 훑으며 천천히 올라왔다. ‘그리고 여기부터 여기까지.’ 그녀는 꿈결처럼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남자의 손은 허벅지를 지나더니 사타구니에서 정확히 멈췄다. 포르투나타는 오줌을 지릴 뻔했다.
--- p.15쪽)

사람들은 비명의 출처를 찾아 주위를 둘러보다가 주악당 맞은편의 벽을 등지고서 죽어가는 남자를 발견했다. 살인은 방금 전에 일어난 것 같았다. 그러나 남자의 목에서 흘러내린 피는 갈색의 투니카 앞자락을 거의 물들이고 있었다. 선혈이 낭자한 비극적인 성화처럼 보였다. 주악당에서 나온 사람들은 물론이고, 폴리비우스도 그 장면을 보고는 고개를 저으며 돌아섰다. 프론토는 벽화의 그림처럼 죽어가는 남자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어릴 때부터 보아온 낯익은 얼굴이었다.
--- p.63

베루스는 한참을 써놓고서 다시 읽어보았다. 자신에게서 한 발짝은커녕 한 뼘도 떨어지지 못한 글이었다. 신에게 자기를 바쳤다느니, 당신의 음성이 나를 어딘가로 보내는데 거기가 도무지 어딘지 알 수 없다느니, 나이도 분간할 수 없는 당신의 얼굴이나 어떤 장애물도 뛰어넘을 수 있는 신념으로 넘친다느니, 온통 자신의 격정 안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 편지는 오전이 다 지나서야 끝이 났는데, 결국은 달랑 두 줄만 남게 되었다.
--- p.90

두 사람은 서로에게 미쳐갔다. 에우마키아는 종종 그에게 안긴 채 중얼거렸다. 미친다는 게 이런 맛인 줄 알았다면 진작 미쳤을 거라고. 『사랑의 기술』이 그 두 사람의 사랑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거기에는 사랑의 묘약이나 최음제를 비롯해서 남녀가 서로를 유혹하는 방법까지 상세히 기술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고양이처럼 사랑했다. 서로를 유혹하고 유혹당하면서 죽음의 시간을 유예시켰다. 발정이 난 동물 특유의 암내를 풍기면서 사방을 헤매고 다녔으며, 장소를 구애받지 않고 사랑을 나누었다. 이그니스는 가끔 투정을 부렸다. ‘당신은 남자 몸을 너무 잘 알아.’ 그러면 에우마키아는 그를 어르고 달래면서 신전의 사제처럼 말했다. ‘많이 아는 것보다는, 잘 아는 게 좋지요.’ --- p.116

그 순간 베루스는 플로시아에게서 불어오는 사랑과 불행으로부터 그 어디에도 숨을 곳이 없음을 깨달았다. 거부할 수 없는 그녀의 말은, 그에게 희망이고 재난이며 또한 목표가 되었다. 그는 병적인 매력을 풍기면서 죽음을 마주하기로 결심했다.
--- p.168

플로시아의 말도 귀에 들리지 않는지 스테파누스는 연신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고는 다시 외쳤다.
“그놈의 피를 모래 위에 뿌려서, 폼페이 시민을 절정에 오르게 해줄 거야!”
“재능을 탕진하면, 신들도 등을 돌리는 법이랍니다.”
그러나 스테파누스는 뭔가에 홀린 듯 집을 뛰쳐나갔다. 스테파누스가 나간 뒤 플로시아는 폼페이 지도를 바라보았다.
“물고기, 물고기 눈알이라고?”
--- p.232

베루스의 허벅지와 옆구리에서 끈적끈적한 피가 흘러나왔다. 베루스의 피를 본 관중들은 엄지를 목으로 가져가면서 죽이라고 외쳐댔다.
“죽여라, 죽여!”
“빨리 끝내라고!”
그때 관중석에 있던 플로시아는 베루스 옆에 붙어 있는 카론 신(저승으로 가는 나룻배의 사공)을 보았다. 그 신의 그림자는 옛 약혼자의 어깨 위에서도 본 적이 있었다. 더 이상은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몸종에게 의지해서 겨우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 p.249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폼페이 유적 전시장의 굳어 버린 인간상들
그들이 왜 그 자리에 그 모습 남았는가 하는 그 상상이 최고로 발휘된 소설

서기 79년 여름, 폼페이 전역을 잠식한 살해 현장들. 아무런 단서도 공통점도 없는 살인 행각은 여름이 깊어갈수록 점점 더 도시를 죄어온다. 시의 권력자들이 손을 놓은 가운데 무차별한 죽음은 쾌락처럼 번지고, 도시는 알 수 없는 열기에 휩싸인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 주인의 은혜로 노예에서 자유민이 된 열여덟 청년 베루스가 있다. 세탁장에 오줌을 나르는 일을 시계처럼 되풀이하던 그는 어느 날, 야비한 스테파누스의 세탁장에서 일하는 플로시아를 보고 반해버린다. 하지만 노예인 줄로 알았던 그녀의 진짜 신분은 감히 넘볼 수 없는 벽이 되고, 이미 사랑에 빠진 심장은 그를 참담한 고통에 빠뜨린다. 해소할 수 없는 갈망에 허우적대던 베루스. 결국 그는 플로시아에게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검투사가 될 것을 결심한다. 파국의 순간까지 펼쳐지는 살인자와 연인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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