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반도는 새롭게 등장한 사이버공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명사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19세기 조선은 구미주도의 근대공간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위정척사, 문명개화, 그리고 동도서기간의 갈등을 성공적으로 극복하지 못하고 근대국가 건설에 실패하였다. 19세기의 역사적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21세기 한반도는 사이버공간에 대한 예찬론, 무용론, 그리고 선택적 활용론의 혼란 속에서 바람직한 대응양식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바람직한 대응영식 모색의 첫걸음은 사이버공간의 실체 파악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편자는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대학원의 1999년 1학기 강의인 「문명의 국제정치학Ⅳ: 사이버공간의 국제정치학」에서 학생들과 함께 사이버공간의 대표적 세계정치 관련 사이트들을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21세기 세계정치 관련 사이트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서 우리는 세계정치종합, 국가기관·공문서, 신문·잡지, 군사·안보, 번영·발전, 기술·정보·지식, 환경·생태균형, 인권·여성·교육, 지구조종(global governance)의 10개 항목을 우선 선정했다. 다음으로, 세계정치종합의 대표적 사이트들의 도움을 받아 각 항목별로 전세계 최우수 사이트들을 선정하고 해설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준비된 기초자료를 바탕으로 편자는 베스트사이트를 소개하기 위한 초고를 마련했다.
다음 단계로서, 편자는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출신 젊은 박사들과 함께 공부하는 모임인 <사이버세계정치연구회>의 회원들과 함께 각자 전공분야에 따라 초고를 재검토하고 새롭게 고쳐서 개정고를 마련했다. 마지막으로, 편자는 김정훈 석사, 배영자 박사, 김상배 박사의 도움을 받으면서 개정고를 다시 한번 손질하여 현재 모습의 원고를 준비했다.
사이버공간의 베스트 세계정치 사이트들을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절실하게 느낀 것은 예상을 넘는 정보의 쓰레기가 도처에 산재해 있다는 것이며, 종시에 예상치 못한 지식의 보고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정보의 쓰레기만 강조하는 사이버공간 무용론이나 지식의 보고만 강조하는 사이버공간 예찬론은 사이버공간의 일면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인터넷을 매개로 한 정보의 바다에서 어떻게 쓰레기와 보고를 가려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일단 찾아낸 보고를 최대한 활용하는 정치사회세력과 활용하지 못하는 정치사회 세력 간에는 현저한 지식력의 차이를 보이게 될 것이다. 이러한 지식력은 기존의 군사력, 경제력과 함께 21세기 국력의 핵심을 이루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실공간의 중심 정치사회 세력들과 주변정치 사회세력들은 사이버공간의 지식력을 우선 장악하려는 적극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현실공간은 사이버공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동시에 사이버공간은 21세기의 현실공간구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상호작용 속에서 현실적으로 중요한 사이버공간의 질서형성을 위한 주요 정치사회 세력들간의 복합조종도 활발하게 추진되기 시작했다.
21세기 복합공간의 세계정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한반도는 21세기 세계질서의 중심세력으로 부상하기는 불가능하다. 사태의 심각석과 절박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정치학 및 국제정치학계의 사이버공간 이해수준은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정치학계의 사이버공간 논의는 예찬론의 외계인과 무용론의 원시인의 대화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편자는 서울대 외교학과의 20대 연구자, 그리고 30대 연구자들과 공동작업해 온 내용을 국내정치학 및 국제정치학계의 집단지식으로 만들기 위해 일단 출판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사이버공간의 변화 속도는 명실상부하게 혁명적이기 때문에, 책이 출판되는 순간에 이미 개정의 운명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 해제가 세계 제일의 수준으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독자들의 끊임없는 지적과 충고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다.
---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