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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 신부

이무기 신부

임찬란 | 르네 | 2015년 10월 2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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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0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436쪽 | 452g | 130*190*21mm
ISBN13 9791125597865
ISBN10 1125597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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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듭니까?”
“나한테 왜 이걸 주는 건데요?”
수정의 물음에 유사가 얼핏 고개를 기울였다.
“좋아할 것 같았으니까요.”
“제가요?”
“보통 좋아하지 않습니까?”
드라마에 나오는 상황 같다. 당신이 좋아할 줄 알았다며 화려하고 비싼 명품을 한가득 떠안기는 남자라니. 수정은 이도저도 아닌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런 구두는 별로 신어 본 적도 없고, 취향도 아니라고 말하면 이 남자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화를 낼까? 아무렇지 않아 할까? 다른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받았다면 또 모르겠으나 지금으로서는 앞에 놓인 선물이 조금도 반갑지 않다.
“제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사내가 보화를 안길 때 여인이 기뻐하는 건 자신이 상대에게 그 보화에 준하는 가치가 있다는 걸 느끼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유사가 수정의 발목을 잡았다. 강하게 쥔 건 아니나 발을 빼기 어렵다.
“아버지가 다른 여인에게 이런 걸 선물하실 때마다 괴로워하셨죠.”
한쪽 발이 올라갔다. 몸이 흔들린다. 수정이 유사의 어깨를 짚었다. 발을 감싸 쥐는 손길이 느껴진다. 발뒤꿈치부터 발가락까지. 맨발을 완전히 감싸고 어루만지는 손길 탓에 불현듯 귓불이 달아올랐다.
“발이 작군요.”
어쩌면 당신 손이 큰 걸지도 모른다고 대답하고 싶었으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수정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주춤거렸다. 유사의 어깨에 올린 손을 떼고 싶은데, 그럴 때마다 금세라도 넘어질 듯 몸이 흔들린다. 휘청거리면 겁이 나 다시 유사의 어깨를 더 세게 쥐게 되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전 아버지 같은 짓은 하지 않을 겁니다.”
“…….”
“당신이 나하고 혼인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당신은 내게 당신을 주기로 약속했습니다. 잘 따져 보면 알게 될 겁니다. 나쁜 거래는 아닙니다. 나와 혼인하면 일족이 가진 모든 것 또한 당신의 것이 됩니다. 부와 영화, 권력, 무엇이든……. 혼인한 이상 난 당신에게 충실할 겁니다. 만일 혼례를 치르고도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이곳에 머무르든 혹은 떠나든 당신의 뜻대로 해도 좋습니다.”
유사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하나같이 달콤하다. 듣고 있노라면 나쁜 거래가 아니라는 말에 수긍하고 싶어진다. 발을 만지는 유사의 손길은 정중했다. 수정의 발치를 응시하는 얼굴은 한순간 시선을 빼앗길 만큼 근사하다.
“그렇다면 왜 꼭 결혼을…….”
무슨 소린지 되물으려는 찰나 발가락이 구두에 빨려 들어가듯 감춰졌다. 구두는 헐렁했다. 간신히 발끝에 걸쳐져 덜걱거렸다. 유사는 구두 밑창을 받치며 발꿈치 뒤로 한참 남은 공간을 쳐다보았다.
“안 맞네요.”
“그러고 보니 사이즈 재는 걸 깜빡했습니다.”
수정이 쓰게 웃었다. 누구 선물을 사는 게 처음인 티가 난다.
“계속 이 방에 가둬 둘 건가요?”
“때가 될 때까지는.”
그 때라는 게 언제일까. 수정이 신발에서 조금씩 발을 빼냈다. 유사가 수정의 발목을 끌어 내렸다. 한쪽 다리로만 지탱하고 있던 균형이 무너졌다. 유사는 간단히 수정을 품에 안았다.
시야가 빙글 뒤집히더니 어느덧 유사의 무릎 위에 몸이 올라가 있다. 이 남자는 어지간히 이런 걸 좋아하는 모양이다. 사람을 억지로 흔들어서 품속에 가둬 버리는 일. 수정이 미간을 찡그리며 유사를 올려다보았다.
“그런 얼굴로 쳐다봐도 어쩔 수 없습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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