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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렛 루에스의 아름다운 날들

에버렛 루에스의 아름다운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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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50쪽 | 529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3756558
ISBN10 8983756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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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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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에버렛 루에스
1914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오클랜드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예술가인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아 목판화를 그리고, 시를 쓰는 재주가 남달랐다. 1933년 아버지의 권유에 못 이겨 UCLA대학에 입학했지만 한 학기만 다니고 그만두었다. 거짓으로 가득찬 인간들과 도시가 싫어, 진실한 삶을 찾아 자연으로 떠난 에버렛 루에스. 결국 그는 1934년 스무 살의 나이에 인적이 드물고 쓸쓸한 사막에서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그의 신화는 지금껏 자연주의자들과 방황하는 청소년들에 의해 전해 내려오고 있다. 2000년에는 그를 추모하는 영화 『영원히 사라진 에버렛 루에스』가 만들어져 다시금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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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다. 삶의 아름다움에 충만감을 느낀다. 모든 것이 황금빛의 꿈이다. 신비롭고 감미로운 바람이 내 살결을 애무해 주고, 따뜻한 완벽한 색들이 내 눈을 즐겁게 해준다. 시간이 이대로 멈춰 버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결처럼 부드러운 안개가 내 영혼을 채우고, 미루나무 잎새가 살랑대는 소리가 내 감각을 일깨운다. 모든 것이 아름답고 완벽하다. 초월적인 아름다움과 완벽함이 내게 조용한 즐거움을 안겨주고, 내 세계를 한없는 사랑으로 채워준다. 이제 나는 외롭지 않다. 아름다움과 평화로움! 어디에서나 이 둘이 나를 반겨준다. 밤이면 희미한 별빛에 창백하게 변한 화강암 절벽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별이 뿌려진 하늘, 어둠이 무서워 파르르 떠는 듯한 하늘까지 올라간다.
이 아름다운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다. 하얀 별들로 수놓아진 하늘까지 치솟은 소나무들, 계곡을 따라 노래하며 흘러가는 강물…. 그래, 나도 마음속으로 노래를 하리라! 야생의 땅이 읊조리는 노래를 따라 부르리라!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 내 사랑을 꿈꾸리라!
--- p.152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내 삶의 여정을 대강 생각해보았다. 일단 그랜드캐년에 갈 것이다. 그리고 겨울에는 미국의 남쪽을 여행할 예정이다. 아리조나 남부의 선인장 농장에서 일을 한 후 뉴 멕시코, 로키산맥 국립공원, 옐로우스톤을 지나 빙하가 있는 북쪽으로 갈 작정이다. 물론 여행을 하다 보면 그 순서나 지역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지금 분명한 사실은 어쨌거나 앞으로 1~2년 동안은 예술과 씨름하면서 광활한 땅에서 지낼 생각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과 벗삼아 세월을 보내다보면 도시가 그리워질까? 옛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다시 도시로 달려갈 수 있을까? 그때쯤이면 지금보다 훨씬 형편이 나아져서 커다란 그림을 마음놓고 그릴 수 있을까?
그럴 듯한 작업실, 나만을 위한 널찍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을까? 과거에 그렸던 그림들을 다시 손질하면서, 수채물감과 유체물감을 가지고 새로운 그림을 지금보다 훨씬 더 멋드러지게 그려낼 수 있을까?
틀림없이 그렇게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해 본다.
내 예술에서 혁명적인 발전과 변화가 있으리라 믿는 것이다.

도시에서 잠시 머문 후에는 해외 여행을 떠나고 싶다. 지나치게 문명화된 유럽은 그다지 마음에 끌리지 않는다. 오히려 문명화되지 않은 남태평양의 섬들을 찾아가보고 싶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별다른 매력이 없을 듯하다. 알래스카는 너무 춥고, 멕시코는 너무 척박하다. 그러나 에콰도르는 흥미진진한 땅일 듯하다. 눈에 덮인 화산과 정글을 비롯해서 다양한 자연이 공존하는 땅이기 때문이다. 길을 잘 몰라 문제가 있겠지만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는가!
비록 짧은 삶을 살았지만 나는 흥미롭고 창의적으로 살았다는 느낌이다. 물론 철학적 사색과 미학적 관조가 성숙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경험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모든 것을 시도해볼 작정이다. 내 자신의 능력과 인내심을 최대한 실험해보려는 것이다. 삶이란 어차피 실험의 장이 아니던가. 도전하지 않으면 무엇을 성취할 수 있겠는가. 이 육체가 쓸데없는 것들로 멍들기 전에 나는 떠날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야생의 땅을 찾아서….
그리고 다시는 도시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 p.73-74
아들아, 아들아
어딘가에서 네 눈동자가 아름다움을 찾아 빛나고 있겠지./어딘가에서 네 영혼은 뜻을 함께 하는 영혼들과 살고 있겠지./외로움에 잠긴 길을 따라 어둡고 가파른 계곡을 따라/너는 지친 발을 끌며 끝없이 걸었겠지./ 얼굴을 스치는 사막의 바람을 뚫으며 하루를 걷고 날이 저물쯤 인디언의 호건에 몸을 의탁했겠지./하늘로 올라가듯 구불대는 길을 따라 너는 굳세게 걸었겠지./별의 신비와 여명의 신비로움을 찾아서./폭풍에 맞서 우뚝 선 나무들과 길가에 늘어진 꽃들이 네 친구였겠지./살며시 울리는 당나귀의 방울소리와 거대한 화강암들이 네가 읊조린 노래 가락과 시를 기억해주겠지./그래 네 생각들이 저 구름을 뚫고 이 엄마에게로 전해지는 듯하구나.
<어머니의 추모시>
--- p.247
높은 소나무 위로 세찬 바람이 불고 있다. 달은 사막의 지평선에서 방금 떠올랐다. 소나무 가지 사이로, 밤하늘을 지나가는 옅은 구름 사이로 별들이 반짝이고 있다.
소나무 가시들이 수북이 떨어진 숲은 나에게 폭신한 침대가 되어준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미루나무와 하얀 전나무 아래로 조그만 샘물이 있다. 낮에는 각양각색의 나비들이 떼를 지어 날아다닌다. 어디에서나 친구처럼 나를 껴안아 주는 바위에 기대어 마음껏 꿈을 꾼다.
내 당나귀들, 기나긴 사막의 여행에서 내 친구가 되어주는 그들에게 연민을 갖지 않기란 어렵다. 그들은 우스꽝스럽게 생겼지만 정겨운 창조물이다. 좁은 산길에서 엉뚱한 고집을 부릴 때마다 나는 그들을 재촉하지만 그들은 야생화를 입에 물고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러면 도무지 미워할 수가 없다. 며칠 전에도 나는 그들의 엉뚱한 짓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사막에서 밤을 지새려 내가 천막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녀석들은 버려진 호건을 향해 무작정 달려갔다. 그리고 두 녀석은 안으로 들어가 씨름을 하는지 콧바람 소리가 들리고 호건이 들썩대기 시작했다. 드넓은 사막을 놓아 두고 녀석들은 비좁은 호건을 잠자리로 택한 것이었다.
오만한 인간들은 이 땅의 모든 것이 그들을 위해 만들어지고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이상과 상상에 딱 들어맞는 땅을 찾기란 너무도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인간들은 인위적인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리 이상을 만족시켜줄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삶을 살면서 꿈을 꾼다. 그러나 언제나 꿈은 새로운 꿈을 낳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만족스러웠던 공간도 점점 지루해져 간다. 그러면 인간들은 새로운 공간, 즉 건축물을 짓는다. 예술적 창조라 미화하면서…. 게다가 우리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의 과정이라 주장하고, 때로는 미학의 완성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그 완성은 여전히 미완성일 뿐이다.
모든 것이 아름답고 때묻지 않은 곳! 우리가 상상으로 꿈꾸는 곳은 언제나 자연에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규칙과 문명이라는 굴레에 얽매어 자연 속의 이상향을 찾아나서지 못한다.
지금 나는 자연 속에 있다. 너무도 소중한 자연이다.
그러나 내 것이 아니다. 내 뒤를 이어 여기를 찾아올 누군가도 나처럼 아름다움을 즐길 권리가 있다.
따라서 나는 이곳을 떠날 때 어떤 흔적도 남겨놓지 않을 것이다.
--- pp.209-210
길이 아닌 길을 걸었다. 산을 넘는 여핸은 어제나 즐겁다. 내 발길이 닿는 곳이 바로 길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길을 만들어가며 예스칼란테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며칠을 머문 후 강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갈 생각이다. 야생의 흔적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땅을 찾아서...
--- p.230
공간을 휘젓는 바람 속에 미친 듯이 소용돌이치면서
내 영혼은 먼 바다를 향해 내달려가리라.
자욱한 안개와 갈기갈기 찢어진 구름에서 뛰쳐나와
내 영혼은 광란의 노래를 부르리라.
자유롭기 때문에!

저 멀리 제멋대로 꿈틀대는 전나무와 소나무 너머로
톱날처럼 들쭉날쭉하게 눈이 덮힌 산꼭대기 너머로
내 영혼은 솟구쳐 오르고
공기를 찢어내듯 맹렬한 속도로 쑥돌을 뚫고 지나고
바위산을 휘둘러 감으며 산산조각내리라!

갈라진 절벽에서 뿜어내는 불꽃을 신들이 뒤쫓듯이
내 영혼은 저 아래의 호수를 향해 힘차게 뛰어내리리라.
은빛 물거품을 흔적으로 남기고,
타오르는 열정을 식히기 위해서!

그리고 맹렬한 힘으로 솟구쳐 오르리라
거대한 물기둥을 안고 저 하늘에 닿도록.
번뜩이는 빛을 온몸에 싣고
태양을 향해 화살처럼 날아가리라.
내 영혼의 찬연함으로 햇살을 흔들어놓고
내 영혼은 너울대는 저 거대한 바다를 향해
직선으로 한없이 떨어져 내리리라.
산사태와도 같은 커다란 물보라를 일으키면서!

갈매기가 그림자를 던지며 파도를 스쳐갈 때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만족한 미소를 던질 내 영혼을,
간단없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조수처럼
홀로 바다의 흐름을 즐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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