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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범죄사

인류의 범죄사

: 인류의 시작부터 현대까지 방대한 범죄의 역사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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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0월 22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000쪽 | 1456g | 165*240*47mm
ISBN13 9791185430799
ISBN10 1185430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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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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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전소영
이화여대 법학과와 호주 매콰리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후 호주에 거주하며 현재 (주)바른번역 소속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언어의 진화》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 《김대리, 정신 차려》 《주변 사람을 일촌으로 만드는 사교의 기술》 《현장에서 바로 통하는 파워 비즈니스 협상》 《경제학이 숨겨온 6가지 거짓말》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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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인간 폭력의 심리학

1960년대 중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가 자신의 저서 《동기와 성격Motivation and Personality》(1954)을 내게 보내왔다. 나는 그 책의 4장 ‘인간 동기에 대한 이론A Theory of Human Motivation’에서 변화하는 패턴에 대한 포괄적인 해결책의 윤곽을 찾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장은 원래 1943년 학술지 〈심리학 리뷰Psychological Review〉에 처음 실렸고 전문 심리학자들 사이에서 고전으로 꼽혔으나, 어떤 이유에선지 일반 대중에게는 퍼져 나가지 못했다. 이 논문에서 매슬로는 인간의 동기가 ‘욕구의 단계’ 또는 가치 단계의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크게 네 개의 범주, 즉 생리적 욕구(기본적으로 음식), 안전의 욕구(기본적으로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 소속감과 애정의 욕구(뿌리에 대한 욕구, 타인이 원하는 존재가 되고픈 욕구), 존경의 욕구(타인의 호감과 존경을 받고 싶은 욕구)로 나뉜다. 매슬로는 이 네 단계를 넘어 다섯 번째 범주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바로 자아실현의 욕구로 그 자체로 즐겁기 때문에 알고 이해하고 창조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를 말한다.
계속 굶은 사람은 음식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고, 그에게 천국이란 많은 음식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음식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안전의 문제, 집, 말하자면 ‘영역’의 문제에 매달리게 된다(모든 뜨내기 노동자들은 은퇴하기 전에 장미꽃으로 둘러싸인 문이 달린 작은 시골집을 장만하는 것이 소원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성의 욕구가 절박해진다. 단순한 육체적 만족이 아니라 따뜻함, 든든함, ‘소속’의 욕구다. 그리고 이 단계의 욕구가 만족되면 다음 단계로 호감과 칭찬을 받고 싶은 욕구, 자존감과 이웃의 존경에 대한 욕구가 나타난다. 이 모든 욕구들이 만족되면 ‘자아실현’의 욕구가 자유로이 발달할 수 있다(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매슬로도 4단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범죄학의 두 번째 연구인 《살인 사건집A Casebook of Murder》을 저술하고 있던 나는 매슬로의 욕구 단계가 범죄의 역사적 시기와 비슷하게 대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범죄는 단순한 생존의 욕구, 매슬로의 1단계를 충족시키기 위해 저질러졌다. 예를 들어 에든버러의 시체 도둑인 버크와 헤어는 희생자를 질식시켜 살해한 후 시체당 약 7파운드에 의과대학에 팔아넘겼다. 19세기 중반이 되면 이 패턴은 변화한다. 산업혁명은 부를 증가시켰고, 사회적 지위가 있는 중산층 가정에서 벌어지는 ‘가정 내 살인’이 갑자기 가장 악명 높은 범죄로 등장했다. --- pp.30-31

지배성은 생물학자와 동물학자가 큰 관심을 기울이는 주제인데, 지배적인 동물 또는 지배적인 인간의 비율이 놀라울 정도로 일정해 보이기 때문이다. 버나드 쇼는 언젠가 탐험가 스탠리에게 그가 아파 쓰러지면 탐험대를 대신 지휘할 수 있는 남자들이 몇 명이나 될지 물었다. 스탠리는 즉시 “20명 중 한 사람꼴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건 정확한 수치입니까, 아니면 어림잡은 수치입니까”라고 쇼가 물었더니 “정확한 수치죠”라고 말했다. 생물학 연구 역시 이것이 사실임을 확인해주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동물 집단이든 정확히 5퍼센트, 즉 스무 개체 중 한 개체가 지배적인 리더의 자질을 갖는다. 한국전쟁 동안 중공군은 미군 포로 중 지배적인 5퍼센트를 분리시켜 별도의 수용소에 두면 나머지 95퍼센트는 탈출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 점은 모든 인간에게 ‘영웅주의’ ‘최고’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베커의 주장을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하는 사실이다. 최고에 대한 갈망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최고가 아님을 받아들이는 상당히 안정된 사회와 양립하기 어려워 보인다. 베커의 주장대로 성장하면서 자신이 최고라는 느낌을 상실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유치원에서 자녀를 10분 이상 기다려본 사람이라면 대다수의 아이들 역시 자신이 ‘최고’가 아님을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지배적인 5퍼센트’는 성인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적용된다.
이제 사회의 측면에서 보자. 5퍼센트는 엄청나게 큰 수다. 가령 1980년대 영국에서 인구의 5퍼센트라면 300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사회에 300만 명의 ‘리더’를 위한 자리는 없다. 이 말은 5퍼센트 중 많은 수의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어떤 식으로든 ‘특별함’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들은 지배적이지 않은 나머지 사람들과 구별되지 않는 지위로 평생을 보낼 것이다.
(소작인과 귀족, 부자와 빈자로 나뉘는) 계급 구조가 강한 사회에서 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지배적인 농부나 노동자는 마을의 대장장이나 교회 성가대의 리더로 만족할 것이다. 대저택의 영주가 되기를 기대하지도 않고, 대저택의 영주가 자신보다 덜 지배적이더라도 불쾌해하지 않는다. 그러나 노동자 계층 출신의 소년이 대중의 아이돌이 되고 텔레비전에서 매일 지도자들을 보는 사회에서 상황은 대체로 덜 안정적이다. 지배적인 5퍼센트 가운데 ‘평범한’ 사람들은 왜 자신은 부자가 아니고 유명하지 않은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는 자신이 ‘최고’가 아니라는 사실에 분노와 좌절을 느끼고, 팔꿈치로 사람들을 밀어젖히면서 앞쪽으로 나아가는 변칙적인 방법을 기꺼이 고려한다. 이것은 점점 높아지는 범죄와 폭력의 강도에 대해 매우 많은 면을 설명해준다.
또한 우리는 이 지배적인 개인 중 얼마나 많은 수가 독선가로 변해가는지 알 수 있다. 총 학생 수 500명인 학교에서는 약 25명의 지배적인 학생이 최고가 되기 위해 분투한다. 이 중 일부는 훌륭한 운동선수, 우수한 학자, 뛰어난 논쟁가 등이 될 재능을 갖추고 있다(그리고 물론 지배적이지 않은 집단에서도 상을 받을 만큼 재능을 갖춘 학생들이 있다). 그러나 지배적인 학생 중에는 재능을 갖지 못한 아이들도 필연적으로 있기 마련이다. 어떤 아이들은 정말 멍청할 수도 있다. 그런 아이는 어떻게 최고가 되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물론 그는 자신의 지배성을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표출하려 할 것이다. 외모가 출중하거나 매력이 있으면 여학생들의 흠모에 만족할 수 있다. 교사들에게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특정한 재능, 가령 음악을 듣는 귀, 선천적으로 뛰어난 관찰 능력, 생생한 상상력 등이 있으면 자신만의 세계 속에 살면서 고독한 ‘아웃사이더’가 될 수 있다(그런 개인들은 훗날 슈베르트, 다윈, 발자크와 같은 인물로 클 수 있다). 그렇지만 최고가 되기 위한 지름길을 선택해서 약한 학생을 못살게 굴거나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하거나 비행청소년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재능 없는 ‘아웃사이더’의 주된 문제는 결국 세상이 자신을 불공평하게 대한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대개 자기연민에 빠진다. 자기연민과 부당함을 느끼면 쉽게 상처를 받고 불안정해진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최대의 적이며, 이 사실은 그냥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그의 기분은 공격적이거나 부루퉁하거나 둘 중 하나고, 두 기분 모두 그를 기꺼이 도와주려는 사람들을 쫓아내버린다. 그가 어느 정도 매력이나 지능을 갖추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만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조만간 불만과 자기연민이 튀어 나오고 결국 불신과 거부로 이어진다.
그들이 지닌 문제의 핵심은 자기규율의 문제다. 지배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조바심을 낸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활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조바심은 지름길을 찾도록 만든다. --- pp.107-109

아시리아인의 시대로부터 나치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역사는 가혹하고 효율적인 인간들이 결국 실패하고 마는 사례로 가득하다. 범죄의 핵심을 다룰 때는 왜 그런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범죄자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몰래 훔치거나 강제로 빼앗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매듭을 풀기가 어려울 때 그가 느끼는 첫 충동은 칼을 꺼내 끊어버리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이 방법은 대개 성공한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일은 꼬이기 시작한다. 칼 팬즈램과 같은 범죄자의 경우 그 이유는 명백하다. 아시리아, 훈 족, 반달 족과 같은 국가의 경우 더 복잡할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똑같은 이유다. 범죄적 폭력의 근본 문제는 그것이 사회에 끼치는 해악에 있지 않다(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하긴 하지만 말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범죄는 언제나 똑같이 범죄자의 목적 달성을 좌절시킨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기본적으로 계산 착오라 할 수 있다. 범죄는 본질적으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좌뇌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좌뇌는 목적 달성 외에는 어떠한 가치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찌 된 일인지 목적은 과정 속에서 상실된다.
역사가 아널드 토인비를 매료시킨 것이 바로 이 모순이었다. 그는 1912년 5월의 어느 저녁에 그 모순을 깨닫게 된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토인비는 스파르타 평원을 내려다보는 미스트라Mistra3의 버려진 성채에서 그날을 보냈다. 600년 동안 미스트라는 번성한 도시였으나 1821년 어느 날 아침에 야만적인 한 무리의 침략자들이 주민들을 학살하고 그곳을 폐허로 만들었다. 완벽히 무의미한 학살과 파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던 토인비는 ‘인간사에 분명하게 드러나는 소름 끼치는 죄의식’과 ‘인류의 범죄와 어리석음의 잔인한 수수께끼’에 압도당했다. 왜 인간은 파괴를 위한 파괴 그 자체에서 기쁨을 얻는 유일한 동물일까? 바로 이것이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Study of History》 8,000여 쪽을 관통하는 질문이다. --- p.196

2부 범죄사 개관

여기에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이 있다. 깨달음에 대한 갈망, 구원이나 내면의 지혜에 대한 갈망이 문명화된 세계의 서로 전혀 상관없는 독립된 장소에서 대략 같은 시대(기원전 5세기)에 확산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리스의 소크라테스,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 이스라엘의 예레미야, 중국의 공자·노자·묵자, 인도의 붓다·마하비라(자이나교의 창시자)·비야사(《마하바라타Mahabharata》의 전설상의 저자) 들이 모두 비슷한 시대의 현자들이다. 마치 인류가 위대한 사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 일종의 텔레파시에 의해 그 사상이 널리 확산된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다. 이 스승들 모두의 공통점은 기본적인 사실을 인식했다는 데 있다. 이는 우리의 욕망이 본능적으로 (음식, 섹스, 쾌락, 안전과 같은) 육체적 만족을 모색하지만, 욕망은 물리적 세계에 의해서는 결코 완전히 충족될 수 없다는 것이다. 육체적 욕망은 항상 그 뒤에 더 많은 것, 더 깊은 무엇인가에 대한 이상한 갈망을 남긴다. 인간은 알코올중독자처럼 끊임없는 갈증에 의해 움직이지만 그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는 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소크라테스는 그것을 지식에 대한 갈망, 붓다는 영원에 대한 갈망, 유대의 예언자들은 신에 대한 갈망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모든 믿음에는 공통적으로 그 갈망이 내면의 평화, 내면세계에 이르는 길을 찾고 싶은 욕망이며, 물질세계에 열중하는 것은 일종의 혼동에서 오는 결과라는 통찰이 자리한다.
로마인에게는 이러한 통찰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어마어마한 활기는 자기통제, 자기규율에서 가장 크게 표출되었다. 그들에게는 지혜나 영원을 향한 신비스러운 갈망이라는 진화적 욕구가 없었다. 고대의 모든 민족들처럼 그들 역시 강한 종교적 믿음을 지녔지만 제물 바치기와 신탁과 징조에 대한 믿음처럼 미신의 형태로 표현되었다. 이러한 행위는 종교와 거의 관련 없어 보인다. 악마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 가슴에 십자를 긋는 행동이 기독교와 상관없는 것처럼 말이다.
신비적 형태든 진화적 형태든, 종교적 욕구는 좌뇌 의식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인간의 시도로 볼 수 있다. 인류는 모든 동물 중 유일하게 세부적인 것에 집중할 수 있기 위해 이러한 분할된 형태의 의식을 발달시켰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이었다면 신경쇠약에 걸리게 만들었을 문제와 복잡함에 대처하는 법을 익혀야 했다. 그러나 이 능력에는 긴장, 두통, 안달, 함정에 빠진 듯한 느낌이라는 무거운 벌이 따랐다. --- pp.259-260

이것이야말로 이 단계의 인류 진화에서 핵심적인 문제였다. 인류는 마지막 기차가 떠난 후 플랫폼에 남겨진 승객처럼 물질세계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다. 본능적으로 그는 어떤 곳으로 가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떤 곳으로 가려는 내면의 충동이 그를 지구상에서 가장 고도로 진화된 동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큰 모순 중 하나를 낳았다. 아널드 토인비가 《역사의 연구》에서 탐구한 모순이기도 하다. 즉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항’할 때 최상의 능력을 발휘하고, 성공하여 긴장을 풀면 최악의 상태가 된다. 헤로도토스가 전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몇몇 페르시아인들이 키루스 왕을 찾아가 이제 정복자가 되었으니 더 편안하고 쾌적한 땅으로 이주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키루스는 “쾌적한 땅은 약한 사람을 낳는다”라고 대답했다. 토인비는 한 장 전체(1권, 31~73쪽)를 할애해 어려운 환경과 쉬운 환경의 차이를 검토하고 어려운 환경이 위대함을, 쉬운 환경이 나약함을 낳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중국의 경우 툭하면 얼거나 범람하거나 늪이 되어버리는 황허 강보다는 양쯔 강이 문명의 조건 면에서 더 유리했다. 그러나 중국의 문명은 양쯔 강이 아닌 황허 강에서 탄생했다. 남아메리카의 경우 스페인인들이 발파라이소(Valparaiso, ‘천국 계곡’이라는 뜻)라 부른 더 쾌적한 지역이 아닌 가혹한 북방의 사막에서 안데스 문명이 탄생했다. 아티카와 보이오티아, 로마와 카푸아, 비잔티움과 칼케돈, 브란덴부르크와 라인란트, 심지어 영국의 블랙컨트리와 홈카운티까지 토인비는 계속해서 예를 들어가며 ‘혹독한 환경’의 나라들이 창의적인 인간을 만든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것은 물론 인간에게만 보이는 현상은 아니다. 포도주 애호가라면 세계에서 가장 좋은 포도주는 포도가 역경에 맞서야 하는 지방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안다. 보르도 지방의 포도는 깊은 자갈층을 파고들어야 하고, 샴페인 지방의 포도는 추위와 싸워야 한다. (프랑스의 론 계곡이나 이탈리아 또는 북아프리카처럼) 좋은 토양과 날씨를 갖춘 곳에서 나오는 포도주는 강렬하지만 개성이 결여되어 있다. 식물도 동물처럼 대부분 ‘기계적’이다.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정체도 유발하는, 깊이 각인된 습성들의 덩어리다. 습성은 필요한 정도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도록 만든다. 인간은 ‘어떤 곳으로 가려는’, 앞으로 나아가려는 충동을 경험하는 지구상의 유일한 동물이다. 대부분의 동물들이 습성의 제약을 받는 반면, 인간은 습성 그리고 뇌의 제약을 받는다. 인간은 외부 문제에 대처하느라 ‘바로 앞에 닥친 일에만 집중하는 눈’을 과도하게 발달시켰다. 그래서 이 문제들이 해결되어 사라질 때마다 진정되면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된다.
분명 인간이 발달시켜야 하는 것은 내면의 눈이다. 단순히 앞에 닥친 일만 보는 눈이 아닌 목적을 향한 눈 말이다. 인간이 어떤 장기적 목표 의식을 갖고 움직일 때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자명하다. 그와 반대로 목표 의식이 없는 인간이 ‘산산조각이 나는’ 것 역시 확실하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은퇴하자마자 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상의 목표들, 즉 육체와 감정의 만족을 유지하는 일은 너무도 작고 단편적이라 우리 안에서 최상의 능력을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그후로 그들은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사실 평범한 삶으로 가는 공식이다. 진정으로 만족스러운 삶은 모든 것에 우선하는, 목적으로 향하는 커다란 다리에 의해 이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본능적으로 느낀다. 이 본능적인 인식이 암흑시대 초기에 세계를 천천히 변화시키고 있었다. --- pp.343-344

기독교 신학자들은 범죄 성향을 발달시키는, 구속되지 않은 자아의 이런 자연스러운 성향을 ‘원죄’라 불렀다. 그들은 거기에서 인간의 본성에 어떤 근본적인 약점(또는 병)이 있다는 증거를 보았다. 또한 그것은 교회의 권위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앞에서 ‘분할 의식’, 즉 인간이 좌뇌의 에고에 쉽게 갇히게 되는 경향으로 문제를 더 간단히 설명할 수 있음을 보았다. 또한 역사 속에 나타나는 엄청나게 많은 잔혹 행위, 가령 로마인의 잔인함은 사디즘의 발로가 아니라 과도하게 발달한 목적의식 때문이라는 사실도 살펴보았다. 중국의 만리장성과 대운하를 건설한 황제들처럼 그들은 목적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개인을 파리처럼 하찮게 취급했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중세시대 말까지 기록된 범죄가 이상하게 비개인적으로 보이는 이유를 설명한다. 노상강도는 도살업자가 소를 죽이듯 지나가는 사람들을 살해한다. 그것은 생계 수단이다. 강도들은 잡히면 처형당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들의 행위를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연대기 편자들이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범죄들은 반역, 음모, 위조화폐 주조처럼 권위에 대항하는 범죄였다. 하층계급에서 일어나는 범죄는 쥐나 벼룩의 움직임처럼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르네상스시대에 이르러 이 경향은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주의는 교육받은 계층과 교회에만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강간, 살인, 강도를 저지른 성직자 돈 니콜로 데 펠라가티의 범죄(478쪽 참조)와 같은 사건이 일어날 수 있었다. 그는 그저 교황의 선례를 따랐을 뿐이었다. --- pp.530-531

3부 대량살인의 시대

19세기 후반에 갑자기 성범죄가 출현한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소설 읽기라는 새로운 습관에 의해 길러진) 상상력과 빅토리아시대의 고상한 체하기 관습으로 인한 좌절감의 결합으로부터 나온 산물이었다. 섹스는 더이상 클리랜드와 보즈웰이 생각하던 현실적인 취미 활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곰곰이 생각하고 혼자 흡족하게 미소 짓게 만드는 대상이 되어버렸다. 19세기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는 섹스에 죄의 느낌이 없다면 지루하고 무의미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가 하려던 말은 섹스가 상상의 도가니 속에서 사악한 동시에 맛있는 것으로 변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크라프트에빙과 해블록 엘리스5 같은 새로운 ‘성과학자’의 작품에서 다양한 종류의 페티시즘, 즉 여성의 신발, 코르셋, 속바지, 앞치마, 심지어 가랑이 부분만 봐도 성적으로 흥분되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성욕의 엄청난 압력은 이 대상들에 성적 ‘마법’을 불어넣었다. 해블록 엘리스도 언젠가 어머니가 리젠트파크에서 소변 보는 모습을 본 후 평생 ‘황금빛 강’에 대한 시적인 글을 썼고 정부들에게 자기 앞에서 오줌을 누도록 설득했다.
이 모든 것은 (빅토리아 여왕이 사망한) 1901년 무렵 빅토리아시대의 고상한 체하기 관습이 이미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는데도 성범죄 문제는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해준다. 섹스가 공개적인 토론 주제가 되면서 구시대의 음울한 ‘금단’의 의미는 점차 퇴색해갔고 그 결과 (리퍼와 바셰의 범죄 같은) 폭력적인 성범죄가 점점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디포와 클리랜드의 현실적인 성적 태도로 돌아가는 일은 없었다. 좋든 나쁘든 섹스는 인간의 상상력에 점령당한 것이다.
이는 물론 섹스가 약간 비현실적으로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셰익스피어는 줄리엣을 이상화했지만 인간으로서 그녀가 어떠했는지는 정확히 알았다. 그러나 디킨스, 새커리, 윌키 콜린스의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에게는 현실적 차원 자체가 결여되어 있다. 조드 ‘교수Professor Joad’6는 여자들의 허리 아래가 딱딱한 물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여자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빅토리아시대의 소설가들은 여주인공들이 허리 아래가 딱딱한 물체인 것 같은 인상을 준다(그러니 ‘월터’가 여주인공들에게 자기 사촌들 같은 성기가 있다고 상상할 수 없었던 것도 당연하다). 따라서 새로운 성적 솔직함(그리고 프로이트 교수의 불온한 이론들)은 에드워드시대 사람들의 낭만주의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들은 스스로 경악했다고 말하면서도 계속해서 유혹과 간통에 열광적인 관심을 보였다.
곧 신문사 경영자들(가령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은 섹스 기사가 잘 팔린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대중은 모든 이혼 스캔들의 자세한 내용을 읽게 되었다. 간통과 결부된 살인 사건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1904년 미국에서 그해의 큰 화제는 플로로도라Florodora 걸 중 한 명인 낸 패터슨에 대한 재판이었다. 그녀는 연인이 자신을 떠난다고 하자 마차 안에서 그를 총으로 쏘았다(그녀는 그의 죽음이 자살이라고 주장했다). 1906년 언론은 건축가 스탠퍼드 화이트의 살인 사건을 ‘세기의 범죄’로 꼽았다. 화이트는 해리소라는 돈 많은 난봉꾼의 총에 맞아 죽었다. 해리는 자신의 아내(역시 플로로도라 걸 출신)가 화이트의 정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런 범행을 저질렀다. 두 사건 모두 극히 진부한 치정 사건이었지만 간통과 성적 매력이라는 필요한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심지어 성적 매력조차 필수적이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섹스였다.
--- pp.668-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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