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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문장들

그림과 문장들

리뷰 총점9.5 리뷰 23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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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에세이 top2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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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624g | 152*215*20mm
ISBN13 9788997023356
ISBN10 899702335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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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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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문장들 022
그림_루이스 조플링, [청과 백]
문장_“난 결코, 램지 부인이 될 수 없지만 나 자신일 수는 있겠지요.” -버지니아 울프, 《등대로》

두 귀부인을 그린 이 그림에서, ‘램지 부인’이 떠올랐다.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에서 램지 부인은 최고의 아내, 어머니이며 최고의 숙녀다. 내일 등대로 갈 수 있을 거라는 말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램지 부인은 등대에 가지 못한다. 여자들은 램지 부인이거나, 램지 부인이 못 되거나 결국 그렇게 살게 된다. 그런데 두 여자 중 누가 램지 부인일까?


그림과 문장들 032
에드바르 뭉크, [태양]
우리가 우리의 역할을 자각할 때, 아무리 하찮은 역할일지 몰라도 그 역할을 깨달을 때, 그때에만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그때에만 우리는 평화롭게 살고 평화롭게 죽을 수 있다. 왜냐하면 삶에 의미를 주는 것은 죽음에도 의미를 주니까. -생텍쥐페리, 《인간의 대지》

생텍쥐페리는 백작 가문에서 태어나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 그럼에도 그가 원한 것은 비행과 모험이었다. 그는 비행 정지 명령을 어기고 정찰을 떠났고, 어린 시절 고향을 보기 위해 항로를 이탈한 뒤 사라졌다. 야간 비행 중 마을의 불빛을 바라보며 우리는 서로 맺어지기 위해 꼭 노력해야 한다고, 들판 여기저기에서 타오르는 저 불빛들 중 몇몇과 소통하기 위해 애써야만 한다고 말했던 그가 마지막으로 본 불빛이 고향이었으면 한다.


그림과 문장들 033
모리츠 폰 슈빈트, [아침시간]
세상으로부터의 첫 선물은 하나의 쉴 공간이며, 그 다음으로는 평평한 탁자와 침대가 선물로 주어진다.
가장 행복한 사람에게는 침대를 함께 나눌 누군가가 주어질 것이다.
-존 버거,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1년에도 몇 번씩 출장을 위해 공항으로 향한다. 운이 좋을 때에는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평범한 날에는 이코노미 클래스를 탄다. 불편한 자세로 앉아서 열몇 시간을 비행할 때마다 ‘왜 사람은 나무가 아닌가’ 생각한다. 인간은 나무처럼 서서 잘 수 없다. 세상의 선물 중 하나가 우리가 누워서 잘 수 있는 침대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침대를 함께 쓸 누군가가 존재하는 행운이 모두에게 있길.


그림과 문장들 036
앙리 쥘 장 조프루아, [교실, 공부하는 아이들]
우리의 ‘공부 못하는 학생들’은 학교에 결코 홀로 오지 않는다. 교실에 들어서는 것은 한 개의 양파다.
수치스러운 과거와 위협적인 현재와 선고받은 미래라는 바탕 위에 축적된 슬픔, 두려움, 걱정, 원한, 분노, 채워지지 않는 부러움, 광포한 포기, 이 모든 게 켜를 이루고 있는 양파.
-다니엘 페낙, 《학교의 슬픔》

그림 속 아이들의 모습이 즐거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우리에게 학교가 밝고 신나는 곳만은 아니었던 것처럼. 후에 프랑스의 교육자이자 작가로 존경받은 다니엘 페낙이지만, 학생 시절에는 열등생이었다고 한다. … 선생과 학생, 학교에 대해 써내려간 그의 글은, 그래서 솔직하고 따뜻하다. 공부 못하는 학생을 ‘양파’에 비유한 한 페이지는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다. 공부 못하는 학생이 아니어도, 학생이라면 누구나 자기만의 고민과 어려움이 있다. 우리는 모두 한 개의 양파였던 것이다.


그림과 문장들 072
페르메이르,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우리의 생에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기욤 뮈소, 《센트럴 파크》

그 자체로 완벽한 순간이 있다. ‘순간’이기에 곧 사라지고야 마는. 소녀가 화가의 모델이 된 순간은 아마도 그녀 인생에서 찰나에 지나지 않았을 테지만,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상상이 이 그림을 영원하게 만들었다.


그림과 문장들 083
우타가와 히로시게, [프랑스 여인, 그녀의 아이와 개]
나의 서재에는 수천수만 권의 책이 꽂혀 있다. 그러나 언제나 나에게 있어 진짜 책은 딱 한 권이다.
이 한 권의 책, 원형의 책, 영원히 다 읽지 못하는 책, 그것이 나의 어머니다.
-이어령,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앞의 그림을 보고 두 사람의 관계를 추측할 수 있을까? 스승과 제자 같기도 하고, 지체 높은 사람과 시종 같기도 하다. 검은 개를 타고 어른인 쪽을 바라보는 소년의 눈은 사랑과 선망으로 가득 차 있다.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일까? 이 그림은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프랑스 여인, 그녀의 아이와 개〉다. 어머니와 아들이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의 코가 닮아 있다. 이어령은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에서 어머니를 책, 나들이, 뒤주, 금계랍, 귤, 바다의 여섯 가지에 비유한다. 여섯 가지 중 가장 아름다운 비유를 옮겼다. 어머니는 수수께끼로 가득한 책이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지은이를 알아 온 지난 몇 년간 그의 글은 내 독서의 중요한 길잡이였다. 그런 내게도 이 책을 읽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림이 고요히 마음에 여백을 만들고 토양을 갈면, 문장은 거기에 부드럽게 뿌리 내린다. 마치 길에서 스쳐 지나간 사람에게 뒤늦게 홀딱 반해 버리는 것처럼, 나는 아직 읽지도 않은 책들과 사랑에 빠졌다.
정우열 (올드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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