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무슨 일을 하든, 아무 일도 하지 않든 스무 살은 곧 지나간다. 스무 살의 하늘과 스무 살의 바람과 스무 살의 눈빛은 우리를 세월 속으로 밀어넣고 저희끼리만 저만치 등뒤에 남는 것이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보다도 더 빨리 우리 기억 속에서 마르는 스무 살이 지나가고 나면,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 ---「스무 살」중에서
나이가 든다는 건, 변하느냐 변하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변한 자신을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의 문제였다. ---「마지막 롤러코스터」중에서
아름답게 죽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살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뒈져버린 도플갱어」중에서
사랑은 아주 추상적인 것이라고 믿겠지만, 그건 사실적인 행위들의 총합이다. ---「구국의 꽃, 성승경」중에서
웬일인지 학교 다닐 때, 내 주위에는 죽는 사람들이 참 많았어. 건물에서 뛰어내려서 죽은 친구도 있고, 군대 가서 자살한 녀석도 있고. 걔네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지. 치사한 자식들. 죽는 건 너무 쉬워. 살아남는 게 훨씬 더 어려운 거야. 그런데 그때 그 길을 다 내려간 뒤에야 죽는 게 훨씬 더 어렵다는 걸 알겠더라. 살아남는 건 생각보다 쉬웠어. 먼저 죽은 사람에게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서 예의를 표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 ---「죽지 않는 인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