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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제 민주주의 동학

합의제 민주주의 동학

: 한국민주주의의 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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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684쪽 | 153*224*35mm
ISBN13 9788968492518
ISBN10 896849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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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선학태
영국 뉴캐슬 대학원 정치학박사
서울대 대학원 교육학박사
서울 사대 졸업

전 전남대 교수
스위스 베른대학ㆍ스웨덴 스톡홀름 대학ㆍ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ㆍ핀란드 템페레 대학ㆍ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ㆍ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 초빙연구원

주요 저서
『사회적 합의제와 합의제 정치』
『한국민주주의의 뉴패러다임』
『사회협약정치의 역동성: 서유럽 정책협의와 갈등조정 시스템』
『민주주의와 상생정치: 서유럽 다수제 모델 vs 합의제 모델』
『갈등과 통합의 정치』
『한국정치경제론』
『분단과 통일: 외국 경험적 사례와 한국』(공저)
『자유주의는 진보적일 수 있는가』(공저)
『Democratic Consolidation and Labour Politics: Theoretical Framework』
『The Political Economy of Democratic Consolidation: Civil Society, Political Society, Economic Society, and State in South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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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왜 합의제 민주주의인가?

1. 자본주의-민주주의 간 공존
1) 시장경제-민주주의의 구조적 갈등관계
시장은 잔인하다. 시장이 박물관에 보내져야 할 ‘골동품’은 아니지만 누구도 ‘고삐 풀린 시장경제’(unbridled market economy)의 횡포와 변덕, 자기파괴성(self- destructiveness)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경쟁’ 원리에 따라 작동하며 ‘약육강식과 승자독식의 속성’이 지배한다. 그래서 평등의 원리에 따라 작동하는 민주주의와 충돌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소유한 부의 다과에 따라 상이한 영향력을 전제하는 ‘자본의 지배’와 불평등 사회를 수반하는 데 반해, 민주주의는 생산수단의 소유와 관계없이 1인 1표의 원칙에 기초한 ‘인민의 지배’와 평등사회를 추구한다. 또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관심은 경쟁ㆍ성장ㆍ효율성 가치에 두는 데 반해, 민주주의의 관심은 연대ㆍ분배ㆍ형평성에 맞춘다. 이런 까닭에 자본주의 시장경제-민주주의는 구조적으로 갈등과 긴장관계에 놓여 있다(Wolf 1988: 20-23; 선학태 2011: 18-20).
첫째,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시민들이 국가(민주정부)를 움직여서 이뤄지는 ‘정치적 자원배분’보다는 생산자원 소유주에 의한 ‘시장적 자원배분’을 선호한다. 시장적 자원배분 메커니즘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하여 경제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허구이다. 시장경쟁은 공공재의 공급결여, 외부효과(externalities), 규모수익체증(increasing returns to scale) 등을 발생시키는 불완전성으로 인하여 효율적 자원배분에 실패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불완전성은 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민주주의의 질적 발전을 방해한다.
둘째,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분배적 정의를 보장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내장하는 ‘경쟁과 자율조정 기제’는 경쟁력이 약한 개인과 집단과 기업에게 냉혹할 정도로 잔인하다. 경쟁에서 패배한 낙오자들에게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데 인색하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야기한다. 물질적 경제적 안전을 확보하지 못한 시민에게 민주주의가 보장하는 평등한 정치적 투표권은 큰 의미가 없다. 결국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따른 이익갈등으로 인해 공동체의 해체를 초래할 수 있는 자기파괴성을 내재하고 있어 평등사회를 지향하는 민주주의를 항시적으로 위협한다.
셋째,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동일한 자유경쟁 원리에 기초하는 자유민주주의가 권력배분ㆍ구성 방식으로 채택하는 ‘시장적’ 권력배분은 근본적으로 51%의 시민이 49%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결정방식이다. 특히 다수파와 소수파가 고정되어 있을 때 심각한 사회갈등이 분출될 수 있다. 권력으로부터 영원히 소외되는 소수파는 정치적 좌절감과 박탈감을 갖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태는 평등한 사회를 추구하는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넷째, 사적 소유제를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는 권력자원(자금ㆍ조직ㆍ정보ㆍ홍보ㆍ인맥 등) 동원능력과 기회의 불평등을 초래한다. 따라서 이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정치참여의 기회를 침해한다. 정치적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활용되는 권력자원 동원 측면에서 자본가들은 절대적 우위에 있다. 그들은 재력의 힘을 동원하여 직접 의회에 진출하거나 자신의 이해를 관철해 주는 정치세력을 지지하며 정치인과 정부관료들로 하여금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에 봉사하도록 로비 또는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따라서 아무리 공정하고 민주적인 경쟁규칙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자유경쟁 메커니즘은 정치적으로 자본가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사회적 약자에게는 정치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이것은 ‘인민의 지배’에 기초하는 민주주의를 침해한다.
다섯째, 자본주의 시장경제 하에서 자본가들은 여러 채널을 통해 국가정책 결정ㆍ집행과정을 유리하게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들은 국가경영자들과 사적 유대(혼맥ㆍ학연 등)를 형성하고 이데올로기 기구(대학ㆍ연구소ㆍ언론 등)를 소유하거나 재정적 지원을 통해 친자본적ㆍ친시장적 세계관을 창출ㆍ확산함으로써 국가의 정책결정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보다 본질적 측면에서 자본가들은 생산과 투자를 결정하는 특권을 통해 국가재정, 정권유지ㆍ재창출, 노동을 포함한 모든 시민들의 경제생활(고용ㆍ소득ㆍ복지ㆍ소비 등)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힘(structural power)을 보유한다(Przeworski and Wallerstein 1988: 23-24). 만일 의회ㆍ정부가 반기업적ㆍ반시장적 정책ㆍ입법을 선택하는 경우 자본가들은 자본스트라이크(투자축소ㆍ철회, 자본이탈 등)를 감행할 수 있으며 이런 상황은 성장ㆍ고용 감소, 실업, 인플레이션 등 사회경제적 위기를 초래하여 정치인들의 권력 재창출을 불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국가와 사회는 자본가들이 선택한 자원배분 방식에 구조적으로 제약된다. 결국 자본의 구조적 힘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국가경영자들로 하여금 정부의 안정적 재정 확보나 시민들의 정치적 지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자본의 사업신뢰(business confidence)를 조성해 주는 방향에서 권력을 행사토록 한다. 그 까닭에 자본과 노동 간 자유시장적 경쟁은 노동대중에게 불리한 게임으로 만들 개연성이 높으며 평등을 지향하는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마지막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하에서 자본ㆍ국가에 대한 노동대중의 영향력도 만만치 않다. 노동대중운동은 정치지향적인 집단적 정체성을 갖고 파업ㆍ전투적 행동으로 국가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정치세력화를 통해 민주적으로 구성된 정권에 대한 퇴진운동을 전개할 수 있다. 나아가 노동대중은 글로벌화가 가속화되어 감에 따라 노동계급의 국제적 연대인 ‘아래로부터의 글로벌화’(globalization- from-below)를 구축함으로써 자본ㆍ국가에 의해 추진되는 ‘위로부터의 글로벌화’ (globalization-from-above)에 저항할 수 있다(Falk 2000: 50-55; Stevis and Boswell 2000: 154-161). 이처럼 노동대중은 자본축적을 주도하는 자본과 사회통합의 종국적 수호자인 국가를 위협한다(Therbon 1992: 28). 특히 계급 간 이익갈등은 단순히 경제적ㆍ사회적 차원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 차원, 국가영역으로까지 연장됨으로써 민주주의를 위협한다(Rothstein 1987: 303).
이런 논의의 맥락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는 구조적으로 공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웅변한다. 이런 관점에서 마르크스주의는 ‘양립할 수 없는 계급갈등론’을 제시한다. 즉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는 노동자의 이해인 임금과 자본가의 이해인 이윤이 양립할 수 없는 객관적 갈등관계를 초래함으로써 민주주의와 양립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2) 연합정치-노사정협치(協治) 연동: 경제효율성-사회형평성 선순환
그렇다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간에는 숙명적으로 공존과 양립이 불가능한 것인가? 2차 대전 이후 서유럽 민주주의의 핵심 과제는 어떻게 하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조화시키느냐 하는 문제였다. 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두 주체인 체제 도전세력으로서의 노동계급과 체제 수호세력으로서의 자본가 계급 사이에 계급타협이 어떤 조건에서 가능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계급타협의 이론적 인프라를 제공한 것은 케인즈주의적 복지국가였다(Sun 2001: 136-138). 케인즈주의적 복지국가는 시장실패(market failure)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의 유효수요 창출을 중시한다. 즉 국가가 완전고용과 복지제도의 확충이라는 이중적 프로그램을 집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 전반의 소득이 증대하고 특히 저소득층으로 소득을 재분배하여 구매력이 증가하면 투자와 생산이 자극되고 실업이 감소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국가개입을 통해 시장의 비효율성과 비윤리성을 시정하고자 했던 케인즈주의적 복지국가는 시장경제의 횡포와 변덕으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계급ㆍ계층갈등을 해소함으로써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간의 구조적 긴장과 갈등을 완화하는 틀로 자리매김 됐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화는 케인즈주의적 복지국가의 기반을 침식하고 위협하기 시작했다. 사실 1970년대 전반의 오일쇼크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케인즈주의적 복지국가의 아킬레스건을 때렸을 때 서유럽 국가들의 보수우파 정당들은 케인즈주의적 복지국가를 후퇴시키고 신자유주의로 경도되어 갔다. 이런 조짐은 글로벌 시장수요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는 생산전략의 하나인 포스트포드주의(다품종ㆍ고품질소량 생산방식)의 출현으로 가속화되었다. 포스트포드주의 생산패러다임은 케인즈주의적 복지국가를 슘페터적 근로복지국가(Schumpeterian workfare state)로의 전환을 재촉했다(Jessop 1994: 29). 슘페터적 근로복지국가는 공급측면의 개입을 통한 개방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산체제 및 노동시장 유연화에 치중한다. 이런 신자유주의적 상시 구조조정은 시장경제의 낙오자와 열패자 양산 등으로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이는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가 계급ㆍ계층 간에 사회경제적 이득과 비용을 차등적으로 배분하고 갈등을 증폭시켜 민주주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Katzenstein 2003: 25). 이러한 글로벌 시장화의 충격 앞에서 계급ㆍ계층갈등을 조정하고 공동이익(positive-sum)을 추구함으로써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간의 공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은 무엇인가?
지속가능한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시장경제를 통한 경제효율성’과 ‘민주적 참여를 통한 사회형평성’ 간의 조화를 요구한다. 이를 위해 2차 대전, 특히 글로벌화 이후 서유럽 민주주의의 관심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규율하는 ‘민주적 시장경제’, 즉 조정시장경제(coordinated market economy, CME)를 창출하는 데에 모아졌다. 조정시장경제는 시장경제가 만들어내는 사회경제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와 사회의 개입과 조정을 필요로 한다. 특히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는 실업, 비정규직, 근로빈곤층, 부와 소득의 양극화 등 ‘눈물의 계곡’(valley of tears)을 깊게 하고 있는데 이 경우 국가와 사회가 ‘전환의 비용’을 분담할 수 있는 시장의 정치적 조정메커니즘을 마련할 수 있을 때 시장경제는 지속가능하다. 시장의 정치적 조정기제란 조정시장경제의 제도화를 유인하는 민주적인 의사결정시스템을 지칭한다. 이는 시장의 실패자ㆍ낙오자를 보호하고 이를 통해서 사회갈등을 완화하여 사회통합을 달성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그렇다면 어떤 시장의 정치적 조정시스템이 창출돼야 하는가? 이익ㆍ사회집단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지향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결정의 라운드 테이블에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특히 시장경제에서 낙오되고 실패한 집단과 계층은 시장경쟁이 유발하는 불평등과 소외와 차별과 배제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에의 제도적 참여를 통해 자신들의 사회경제적 시민권이 보장되기를 갈망한다. 따라서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이 제도화돼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이해당사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동등(equal)하고 효과적(effective)으로 참여하는 것이 제도화될 때 이는 그들의 이해관계와 지향가치를 조율하는 시장의 정치조정기제로 작동한다(Topperwien 2004: 46-47). 이에 부합하는 정치제도는 무엇인가?
시장경제, 특히 글로벌 시장의 압력과 충격은 국내 정치제도에 여과된다. 어떤 국가가 그러한 압력과 충격을 정상적으로 조정하고 흡수할 수 있는가 여부는 그 나라의 정치제도가 어떻게 설계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다(Crepaz 2002: 184; Alesina and Glaeser 2007: 제4장). 정치제도란 선택과 결정을 내리는 권력의 배분에 관한 규칙과 규범이고 이를 운영하는 과정과 절차를 의미한다. 구조와 정치행위자의 긴장관계는 정치제도를 통해 해소된다. 이러한 정치제도는 분배, 복지(재분배) 등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변화 경로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변수이다(Iversen and Sockice 2009: 452). 그런데 레이파트(A. Lijphart) 학파에 의하면 민주주의 정치제도는 다수제(majoritarian) 모델과 합의제(consensual) 모델로 분류된다. 합의제 모델의 첫 정치제도적 인과 메커니즘인 비례대표 선거제도는 다당제에 따른 정당 간 의사결정권 분점인 연합정치(coalition politics)와 노사정 간 의사결정권 분점인 협의정치(conceratation politics) 사이의 인과적 연계를 유인한다(Keman and Pennings 1995: 273-274; Lijphart 2012: 170-173). 합의제 민주주의의 본질은 실질적 정책콘텐츠 그 자체보다는 그것이 창출되는 프로세스에 있다(Crepaz and Birchfield 2000: 209).
이러한 의미에서 이 저서는 합의제 정치적 의사결정 제도의 양대 축인 연합정치-노사정협의정치 간 연동이 민주주의-자본주의시장경제의 공존과정을 매개하는 주요 제도적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가정한다. 환언하면 합의제 민주주의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구조적 모순인 경제효율성(경제자유화ㆍ성장)-사회형평성(경제민주화ㆍ복지) 사이의 상충관계(trade-off between economic efficiency and social equity)를 선순환 관계로 전환하는 기제를 내장하고 있다는 가정이다. 이 가정이야말로 합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이론적, 경험적 연구를 개척하는 동기유발의 지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이 저서는 합의제 민주주의의 연합정치-노사정협의정치가 이론적으로 어떻게 연동되었으며 서유럽 게르만(Germanic)ㆍ노르딕(Nordic) 국가들의 합의제 민주주의가 글로벌화 이후 임금-노동탈규제-일자리-복지-훈련교육 등 복지-노동시장 재편의 정책조합을 창출(형성)ㆍ제도화하는 정치적 프로세스에서 어떻게 작동했는가를 분석ㆍ검증하는 데 목적을 둔다.

2. 한국민주주의의 민주화
1) 한국민주주의 패러독스
현재 한국민주주의는 정치적으로 ‘87년체제’, 경제적으로 ‘97년체제’ 속에서 작동하고 있다. 87년체제는 정치적 자유주의세력이 반자본주의-반미주의를 지향했던 급진적 진보세력 및 스튜던트파워ㆍ시민적 저항세력과 함께 1987년 반독재 민주화항쟁을 분기점으로 정치적 민주주의를 복원하는데서 출발했다. 97년체제는 1997년 외환금융위기를 계기로 한국경제가 글로벌 시장에 보다 깊숙이 편입ㆍ강제되는 가운데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한국민주주의는 적어도 자유권, 참정권 및 국가권력 행사에 대한 통제 등 정치적 민주주의에서 미국 민주주의와 비교하여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진전되고 있다. 서유럽 민주주의의 발전 경로에 비추어 보건대, 정치적 차원의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그 파급효과는 사회경제적 콘텐츠를 실현하는 사회경제적 민주화로 이어진다. 정치적 민주주의가 강화되면서 사회경제적 시민권이 확대되는 경로를 밟은 것이다. 역으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진전이 기반이 돼서 정치적 민주주의가 더욱 정교화ㆍ공고화되는 트랙을 경유했다. 이러한 순환구조를 통해 서유럽 민주주의는 사회균열ㆍ갈등을 조정ㆍ관리했다. 지금 한국민주주의에 정치적 민주주의-사회경제적 민주주의 간 상호보완적 순환구조가 존재하고 있는가? 그리고 한국민주주의가 우리 사회에 상존하는 균열과 갈등을 정상적으로 관리ㆍ조정하고 있는가?
그런데 신자유주의는 시장에 개입하는 국가가 만병의 근원이고 반대로 시장의 자율적 작동이 만병의 통치약으로 인식하는 독트린이다. 그것은 민주화를 자본의 자유보장, 세금감축, 균형예산, 탈규제를 통한 시장기능 활성화, 민영화, 노동시장 유연화, 복지서비스 재상품화, 정치 다운사이징 등 자본친화적 가치를 존중한다. 나아가 신자유주의는 정치를 비효율성의 근원으로 보고 시장의 효율성 원리를 정치적 영역에도 적용하기를 선호하며 ‘고비용 저효율 정치구조’의 철폐를 강조하는 정치개혁 담론을 주창한다. 그렇지만 신자유주의의 시장근본주의는 ‘승자독식의 경제사회’를 만들어내며 시장경쟁의 승자-패자 간 격차를 확대시킴으로써 사회통합을 약화시키고 사회적 균열과 갈등을 초래한다. 결국 신자유주의는 시장을 규율하고 분배의 형평과 사회복지를 증진하는 정치와 민주주의의 역할과 긴장관계에 있다.
민주주의는 사회의 다양한 이익과 요구를 조정하여 사회통합을 실현하는 체제이다. 일차적으로 그것은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쟁이 만들어내는 불평등과 차별과 소외, 그리고 그로 인한 갈등과 대립을 정치의 메커니즘으로 완화하고 조정하여 사회를 통합하는 기제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주의를 진정으로 열망하는 사람들은 시장경쟁의 낙오자ㆍ열패자, 즉 실업과 고용불안과 소득감소에 떨고 있는 집단과 계층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시장의 횡포와 변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항상 ‘시장의 회초리’에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그들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국회-정부가 시장경쟁이 유발하는 불평등과 차별과 소외를 완화하고 서민층ㆍ중산층 등 보통사람들에게 일자리ㆍ교육ㆍ의료ㆍ주택 등 삶의 조건을 개선해 주기를 기대하고 요구한다. 그들은 그러한 기대와 요구를 갖고 투표에 참여한다. 그렇다면 한국민주주의는 그들의 기대와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고 있는가?
97년체제가 신자유주의적 가치, 즉 시장경쟁, 시장자율성, 효율성, 경쟁력 등을 사회 전체의 지배적 가치로 확산시키는 가운데 김대중ㆍ노무현 민주정부에서 현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이념적 성향에 관계없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그 결과 우리 사회에 빈부격차, 고용불안정, 실업,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량배출과 차별, 소득불평등, 사회해체 등 ‘눈물의 계곡’이 속절없이 깊어만 가고 있다. 이런 고통은 한국민주주의의 버팀목이 되었던 중산층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유연화로 중산층은 크게 축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신빈곤층으로 추락하여 그들의 경제적 안정이 무너지고 있다. 한마디로 97년체제 하의 사회경제적 양극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물론 사회경제적 양극화는 비단 97년체제에서만 유래된 것은 아니다. 그것은 개발독재의 유산인 노동ㆍ서민 배제적 재벌중심의 성장일변도 체제가 고착화된 한국 사회경제구조에 대한 개혁을 동반하지 않은 채 정치적 민주화만 일방적으로 진행된 87년체제에서 이미 잉태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하지만 97년체제를 관리ㆍ조정해야 하는 한국민주주의 하에서 노동자와 서민과 중산층의 사회경제적 삶의 질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되어야 하는가?
앞서 지적했듯이 정치적 민주주의는 계속 진전되고 있다. 비록 이명박ㆍ박근혜 보수정부에 들어서서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시민의 자유권ㆍ참정권ㆍ국가권력통제권 등 정치적 민주주의는 “강물이 때론 돌부리에 부딪쳐 돌아가도 결국 바다로 흐르듯이” 진화하고 풍요로지고 있다. 그런데도 사회경제적 차원에선 민주주의의 가치와 규범에 반하는 불평등과 차별과 소외와 배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97년체제는 비정규직배출ㆍ중소기업한계화ㆍ영세자영업ㆍ근로빈곤층ㆍ실업ㆍ교육양극화ㆍ생태파괴ㆍ저출산고령화 등 새로운 사회경제적 이슈들로 인한 사회의 위험과 긴장, 분열과 갈등을 유발하는 ‘냉혈 자본주의’(cruel capitalism)로 전락하고 있다. 정치적 민주주의의 진전이 사회의 공공성ㆍ형평성 강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지체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작금 한국민주주의의 현주소이다. 정치적 시민권의 진전과, 일자리ㆍ고용안정ㆍ교육ㆍ소득분배ㆍ복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사회경제적 시민권의 역진 사이에 커다란 ‘단절의 강’이 도도히 흐르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는 역주행하고 있다. 바로 여기에 한국민주주의 패러독스가 자리 잡고 있다. 말하자면 한국민주주의는 정치적 민주주의와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가 서로 반비례 경로를 밟아 가고 있는 형국이다(최장집 2006: 20). 결국 신자유주의 시장경제가 만들어내는 불평등ㆍ차별ㆍ소외ㆍ배제는 투표를 비롯한 완전한 정치적 권리의 행사를 무의미하게 한다.
민주주의란 정치적 참여의 제도화를 통해 불평등과 차별과 소외를 시정하고 보통 사람들의 사회경제적 삶을 개선시켜 주는 체제이다. 그럼에도 GDP 규모의 세계 12위, 교역량 세계 10위권 안팎의 OECD 가맹국가라는 사실에 걸맞지 않게 한국사회의 노동과 서민과 중산층이 특히 배분ㆍ복지에서 보편적 시민권을 여전히 부여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한국민주주의의 아킬레스건이다. 한국의 사회보장 지출이 OECD 가맹국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사실이 그것을 웅변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민주주의는 핵심적인 생산자 집단인 노동을 기업의 정당한 파트너로 인정해야 하는 사회통합적 문제의식에 둔감하다. 결과적으로 민주화 이후 30여 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민주주의는 사회경제적 측면의 민주적 개혁에 무기력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를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집단과 계층이 삶의 현장에서 몸부림치며 가장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은 한국민주주의의 커다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역대 정부들은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면서도 노동자와 서민과 중산층의 사회경제적 권익을 높이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김대중 정부는 시장실패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생산적 복지정책’을 집행했다. 진보정부를 자처했던 노무현 정부도 사회경제적 양극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 문제에 본격적으로 태클을 걸기 위한 여러 해법을 제시했다. 보수정부인 박근혜 정부까지도 대통령 후보 시절 화려한 복지국가를 주창하여 실제로 공보육을 확대했고 기초연금을 위한 하위 70%의 노인에게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기초연금법개정안을 실행했다. 그러나 역대 정부의 복지정책들이 신자유주의 정책의 사회경제적 충격과 희생을 치유하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이다. 비유컨대 “위암 환자에게 소화제를 처방하는 수준”이다. 박근혜 정부는 후보 시절의 그 화려했던 복지공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무엇보다 김대중ㆍ노무현 진보정부는 서민과 중산층의 정부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과거 군사독재 정권들보다 더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심화시킴으로써 당초 의도와는 전혀 무관하게 가장 반노동적ㆍ반서민적ㆍ반중산층적인 정부가 되었다는 평가를 비켜가지 못했다. 이제 실업과 소득감소와 고용불안에 떨고 있는 노동과 서민과 중산층은 “누구를 위한 국회ㆍ정부이고 무엇을 위한 민주주의냐” 회의하고 분노하고 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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