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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의 알파벳

바보의 알파벳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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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12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82쪽 | 485g | 128*195*30mm
ISBN13 9788932907123
ISBN10 8932907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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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트로가 웃음 지었다. 「재미있는데요. 그런데 왜 바보의 알파벳이라고 해요? 제가 듣기엔 아주 그럴듯한데.」
「그냥 그렇게 제목을 붙인 거야. 바보스러워서가 아니라 재미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단다. 초보자의 알파벳이나 혼자만의 알파벳이라고 하는 것들도 다 비슷한 거야. 누구든 자기만의 알파벳 노래를 만들 수 있어.」
「그렇군요.」 피에트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창밖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전쟁 중에 북아프리카에 파견되었을 때, 우리 소대에 패짓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 말이 자기는 한 번도 요크셔 밖을 벗어나 본 적이 없었대. 그런데 그는 장소마다 붙여진 이름들, 그러니까 지명이 재미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어. 그러면서 자기가 죽기 전에 알파벳의 각 문자로 시작되는 곳에서 하룻밤씩 묵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더구나.」
「그래서 그렇게 했어요?」
「아마 그렇게는 못 했을 거다. 요크셔에는 X, Y, Z 같은 문자로 시작하는 곳이 별로 없거든.」
--- pp.66~67
편지를 다시 들여다본 그는 마침내 마음이 닫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본 것은 더 이상 자신의 삶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삶이었다. 이 우주에서 그들이 각자 따라가던 외로운 궤도가 어느 한 시점에서 서로 겹쳐졌었지만, 이제 그의 작은 세계의 중력은 바뀌어 있었다. 이제 그가 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한 여인, 아직도 좋아하지만 다시 만나기를 바라지는 않는 여인일 뿐이었다. 그녀는 떠나간 것이다.
--- p.318
홍콩에 갔을 때, 그는 바다 건너 중국을 응시하면서 살아생전 그곳에 갈 일은 절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호텔에 돌아온 뒤, 중국 지도를 들여다보면서 국경선 너머로 보았던 그 원시적이고 아름다운 나라를 가만히 음미해 보았다. 내륙 깊숙한 곳에는 셴양Xianyang이라고 불리는, 적어도 영어로 음역하면 그렇게 불리는 도시가 있었다. 그 도시는 그의 마음속에 들어와, 그가 가보지 못할 모든 장소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는 어렴풋이 기억나는 그 정사와, 치유의 생명이 생겨났던 그 시간과 장소에 마음속으로 셴양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 p.337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제2차 세계 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이탈리아, 주인공 피에트로의 아버지 레이먼드 러셀은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한 가정집에 머물게 되면서 프란체스카란 아름다운 여인을 만난다. 그들은 전쟁이 끝난 후 결혼식을 올리고 영국에서 가정을 꾸린다. 그러나 쇠약한 프란체스카는 아들 피에트로가 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세상을 떠나고 피에트로는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 후 피에트로는 자신이 반은 영국인, 반은 이탈리아인이라고 생각하며 어느 곳에도 마음을 붙이지 못한다. 중학교에서 로라라는 발랄한 미국인 동급생을 좋아하게 되지만 이 첫사랑은 깊은 상처만 남긴 채 끝나 버린다. 마음 붙일 곳을 모른 채 이런저런 곳을 떠돌아다니며 일하던 피에트로는 사진작가가 되어 여행안내서에 싣기 위한 사진을 찍으러 세계 곳곳을 여행하게 된다. 이런 여행을 통해 그는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이 사랑했던,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또 자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기분 좋은 소설은 위트와 유머, 감수성, 매력, 이해로 가득하다. 얼핏 우연적으로 보이는 사건들은 조금씩 궁금증을 자아내다가 마지막에 가서 서로 완전히 들어맞는다.
더 스코츠맨
이 아름답고 가슴 따뜻한 소설은 뿌리를 잃은 한 남자가 사랑과 자기 자리를 찾아 떠난 여행담으로 펼쳐지며, 그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 매우 독특하다.
옵서버
이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전개되지만, 문학적인 자의식이 번뜩이는 까닭에, 작가 나름대로 생각이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믿게 된다. 지적이고 철학적인 소설이 이렇게 쉽고 흡인력 강하게 씌어졌다는 것은 놀랍다. 이 책에서 폭스는 여느 위대한 모더니스트만큼이나 과감한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현대 작가들의 최전선에 확실해 자리매김했으며, 아울러 그는 독자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편안한 공모 관계를 즐기는 방법을 안다는 드문 장점까지 가지고 있다……. <바보의 알파벳>은 폴 서로Paul Theroux와 콜린 반스Colin Barnes의 중간쯤에 놓여 있으며 줄리안 반스Julian Barnes의 세련미까지 갖추고 있다. 이 책이야말로 진정 탁월한 작품으로서, 예리함과 당당함, 진지한 사고를 통해 탄생한 것이다. 올해의 소설 후보 목록에서 이 책을 만나게 되기를 기대하며,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가장 인상적이면서 가장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올해의 소설로 추천한다.
리터러리 리뷰
시배스천 폭스의 세 번째이자 가장 방대한 소설인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분 좋은>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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