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12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15쪽 \| 330g \| 14821020mm
ISBN13	9788976829702
ISBN10	8976829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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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비판적 기술사학자로 유명한 데이비드 F. 노블은 현재 토론토 요크대학의 인문대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우리 시대의 맹신과도 같은 기술진보와 대학교육의 상업화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MIT에서 종신재직권을 받는 데 실패한 뒤, 스미소니언박물관에서 한때 큐레이터로 일했다. 그러나 자동화에 반대했던 러다이트들을 소재로 한 전시회를 열었다가 이곳에서도 쫓겨났고, 그 뒤 사이먼프레이저대학에서도 임용을 거부당했다.
교육운동가로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노블은 1983년 기업과 협력관계를 맺어 동료 교수들과 대중을 팔아넘기고 있는 대학 당국들에게 외부 압력을 가하는 ‘공익을 위한 전미대학연대’를 창설하기도 했는데, 특히 고등교육의 자동화가 가져올 폐해를 고발한 이 책 『디지털 졸업장 공장』으로 인해 노블은 북아메리카 전역의 대학재단이 가장 기피하는 인물이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요크대학 내부에서 대안미디어 운동인 퍼블릭엑세스 운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 저서들로는 미국 기술사와 기술사회학 분야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생산의 힘』(Forces of Production, 1984)과 『설계된 미국』(America by Design, 1977) 외에도 『약속의 땅을 넘어』(Beyond the Promised Land, 2005), 『기술이라는 종교』(The Religion of Tech-nology, 1997), 『민중 없는 진보』(Progress without People, 1993) 등이 있다.

역자 : 김명진

서울대학교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미국 기술사를 공부했고, 2006년 현재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하며, 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과학기술·환경·시민참여』(2002/공저), 『대중과 과학기술』(2001)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인체시장』(2006/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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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교육은 정보를 다운로드받는 행위로 축소될 수 없으며, 화면을 응시하는 수동적이고 고독한 행동은 더더욱 아닙니다. 교육은 상호주관적이고 사회적인 과정이며, 실제로 참여활동, 자발성, 그리고 학습과정의 공유라는 공동체적 경험을 그 속에 포함합니다. 우리는 인간적·사회적 실천으로서의 학습, 영혼과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모든 시민들이 민주주의 속에서 자격을 갖추도록 하는 그런 학습을 지원해줄 것을 촉구합니다 - 온라인교육에 반대하는 미국대학교수협회의 공개 서한 중에서

--- p.108-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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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의 새 시대? : 교육의 미래를 둘러싼 투쟁의 시작 1997년 미국에서는 ‘고등교육의 새 시대’가 도래했다는 선전과 함께 UCLA가 ‘교육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가을학기 시작 전까지 3,800개에 달하는 모든 교양강좌·과학강좌에 대해 의무적으로 컴퓨터 웹사이트를 만들도록 해 온라인강좌를 실시할 수 있는 최첨단 온라인대학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교육강화 계획은 미국의 주요 대학들 중 고등교육의 전달에서 컴퓨터 원격통신 기술의 사용을 ‘의무화’한 최초의 계획이었다. UCLA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계획으로 인해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에, 자신의 학습능력과 학습속도에 맞춰, 양질의 교육을, 일대일 대면교육으로 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컴퓨터 원격통신이라는 최첨단 기술이 비로소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이 새로운 형태의 고등교육은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에 따라 UCLA의 뒤를 이어 UC버클리, 노던일리노이대학, 로저스대학, 메릴랜드대학, 브리티쉬컬럼비아대학, 빅토리아대학, 시카고대학, 워싱턴대학, 위스콘신대학, 캔자스대학,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컬럼비아대학, 콜로라도대학,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플로리다대학 등이 이와 유사한 계획들을 발표했다. 심지어 주(州) 차원에서는 애리조나 주와 캘리포니아 주가 주 전체를 엮는 자체 가상대학 프로젝트를 발의했고, ‘스마트 주’를 표방한 서부의 주지사들은 컨소시엄을 맺어 모든 대학 캠퍼스들을 온라인교육 네트워크로 연결하려는 야심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보다 조금 앞선 1997년 봄, 캐나다에서 세 번째로 큰 대학인 요크대학의 전임 교수들은 ‘고등교육의 새 시대’를 알리는 바로 그 출발점에서 두 달간의 파업을 벌였다. 캐나다 역사상 교수들이 벌인 초유의 단체행동이자 대학에서 일어난 최장기 파업으로 기록된 이 사건은 UCLA의 것과 비슷한 최첨단 교육 기술을 도입하려는 요크대학 당국의 계획에 맞서 벌어진 것이었다. ‘고등교육의 새 시대’라는 장밋빛 전망이 제시한 약속을 거부한 요크대학 전임 교수들의 파업은 대학의 온라인화를 시도하는 미국 대학들의 교수들을 각성시켜 대학의 컴퓨터기반 상업화에 대해 새로운 경계 태세와 투쟁 정신으로 무장케 했다. 노블의 지적에 따르면, 1997년 북아메리카에서 일어난 이 두 가지 사건은 교육의 미래를 궁극적으로 결정할 투쟁의 전선이 어떻게 그어져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한편에는 대학 당국자들과 그들의 상업적 파트너들이 있고, 반대편에는 교육의 핵심 관계를 구성하는 교수들과 학생들이 있는 투쟁의 전선을. 그런데 도대체 왜 교수들과 학생들은 최첨단 기술이 가능하게 만든 고등교육의 새 시대를 거부한 것일까? 고등교육의 새 시대가 보여주는 전망은 그들에게도 좋은 것 아닌가?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던가? 상품화의 논리는 고등교육을 어떻게 망쳐놓는가? 『디지털 졸업장 공장』의 지은이 노블은 온라인교육이란 “기념비적인 규모의 사기극”이라고 단언한다. 고등교육의 새 시대라는 대학 당국들의 선전은 컴퓨터기반 교육의 진정한 동인(動因)을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노블은 온라인교육 열풍의 추동력을 끝까지 파헤쳐 보면 거기에는 기술이 아니라 고등교육의 상품화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첨단 컴퓨터 원격통신이라는 ‘기술’은 자신들이 저지르고 있는 고등교육의 상품화에 기술진보라는 표현이 가져다 주는 전통의 과감한 탈피, 혁신의 분위기, 혁명의 외양을 덧씌워 비판자들과 반대자들의 목소리를 침묵시키려는 휘황찬란한 수사일 뿐이라는 것이다. 고등교육의 상품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멀리는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주를 기점으로 우편교육 운동이 유행했던 1880년대 후반, 가깝게는 대학과 산업체와의 제휴가 붐을 이뤘던 1970년대 중반부터 이미 고등교육은 상품화의 길을 걸어왔다. 따라서 노블은 “최첨단 기술이 고등교육의 새 시대를 열어주는가?”가 아니라 “고등교육의 상품화가 양질의 저렴한 교육을 가능케 해주는가?”를 따져보자고 제안한다. 1) 교육학의 약속과 경제적 효율성은 모순관계에 있다 이에 대한 노블의 대답은 “아니오”이다. 노블은 수익창출을 궁극적 목표로 삼는 ‘상품화’ 자체의 논리를 통해 그 이유를 설명한다. 교육을 상품화하려면 교사와 학생의 대면이라는 근본적인 교육과정을 중단시킨 후 교육의 경험을 분해해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물화된 물품 내지 물품 패키지로 만들어야만 한다. 따라서 우선은 교육과정에 관여하는 사람들의 경험에서 각종 ‘강좌자료들’, 예컨대 강의개요, 강의, 과제물, 시험(이른바 ‘컨텐츠’) 등을 생산하고 목록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실제 교육과정이라는 원래의 맥락에서, 또한 생산자인 교사들로부터 분리된(소외된) 이 파편들을 강좌라는 상품으로 재조립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강좌의 실제 생산자들은 자신들이 만든 강좌자료에 대한 소유권과 통제력을 잃게 된다. 교육경험 자체가 이처럼 ‘기성품 강좌’(canned course)라는 상품으로 변해버리면 이제 그것은 싫든 좋든 상품생산 체제에 종속되어버린다. 그런데 상품생산 체제에 종속된다는 것은 수익창출을 목표로 삼아야 하기에 상품생산에 드는 비용을 낮추려는 관리자의 끊임없는 압박에 종속된다는 것과 같다. 결국 교사들은 작업속도의 가속화, 노동의 단순반복화, 노동규율과 관리감독의 강화, 자율성 축소, 직업 불안정 등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교사진의 ‘프롤레타리아트화’, 좀더 점잖게 말하면 ‘탈전문직화’를 가져오는 이 과정은 양질의 교육을 뒷받침하는 노동집약적 기반(교수 1인당 학생 수의 감소, 교수-학생 사이의 상호작용 등), 그리고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내고 구매할 의사를 보이는 양질의 결과물을 침식할 수밖에 없다고 노블은 말한다. 즉, 교육학의 약속과 경제적 효율성은 모순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노블은 온라인교육의 전신(前身) 격인 우편교육과 온라인교육의 공통점을 비교하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우편교육은 산업활동이 점점 더 과학에 기반을 두고 기계화되어감에 따라 직업훈련과 전문훈련의 수요가 높아져 가던 1880년대 후반, 이 ‘유망한 신종 수입원’에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처음 시작된 후 40여 년이 지난 1926년대 말경 300여 개의 우편학교를 통해 연간 7천만 달러의 수입(이는 당시 미국의 모든 칼리지와 대학의 수입을 합친 액수의 1.5배에 달하는 수치였다)을 거두며 승승장구하던 우편교육은 그 성공 뒤에 감춰진 그늘이 폭로되면서 붕괴하기 시작했다. 왜? 2) 우편교육과 온라인교육의 파국적인 공통점 우편교육의 몰락을 가져온 원인은 우편교육의 성장을 일궈냈던 바로 그것, 즉 교육의 상품화를 통한 수익에 대한 기대였다. 우편교육의 핵심은 우편학교 소속 직원들이 학교 내7에서, 혹은 외부 ‘전문가들’과 용역 계약을 맺어 저작권이 붙은 강좌들을 개발한 다음, 이를 자체적으로 혹은 계약제 강사들을 시켜 우편으로 제공하는 데 있었다. 그런데 우편학교의 주창자들은 자신들의 이 새로운 방법에 드는 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높으며, 수익을 내려면 노동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이 고비용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일 먼저 취해진 조치는 교사들의 노동조건을 약화시킨 것이다. 즉, 저임금의 과잉노동을 강요했으며, 과제물당 혹은 시험당 얼마 하는 식의 성과급제를 도입한 것이다. 교사들이 쥐꼬리만한 보수에 과중한 업무를 맡아야 하고, 아무런 흥미도 느낄 수 없는 허드렛일로 전락한 우편교육 강좌를 기피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에 따라 교사진은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지지만 생계 유지를 위해 공장 같은 조건에서 일하는 것조차 감수하는 나이든 여성들로 채워지게 됐다. 그렇지만 이 방법만으로는 수익창출이라는 목표를 안정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우편학교 당국들은 파행적인 수법에 손을 대고 말았다. 일단 이들은 증가하는 행정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등록생 수를 끌어올리는 무리한 판촉계획을 짰고(이에 따라 판촉 직원의 수는 교육담당 직원보다 네 배에서 여섯 배, 어떤 경우에는 20~30배가 높았다), 이를 위해 등록생의 입학자격 요건과 학점취득 기준을 완화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등록생들에게 수업료를 전액 또는 그 중의 상당액을 선불로 받았으며, 중도에 학업을 그만둔 사람들에게는 수업료를 환불해 주지 않는 정책을 펴기까지 했다. 노블은 온라인교육도 우편교육의 이런 문제점, 즉 형편없는 교육의 질, 과잉노동에 따른 교사들의 기계적인 업무수행, 교사들의 저임금과 낮은 지위, 대단히 높은 중도 탈락율, 각종 파행 등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노블의 경고에 따르면 온라인교육은 우편교육보다 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우선 우편강좌에 들어가는 간접비도 비쌌지만, 온라인강좌를 위한 물리적 하부구조 마련에 들어가는 비용은 그것을 열 배 이상 상회한다. 그런데 이 비용은 온라인교육의 수혜자로 상정된 학생들(그리고 그들의 부모)이 낸 수업료에서 충당된다. 요컨대 학생들은 더 많은 돈을 내고 더 질 낮은 교육을 받는 셈이다. 교육 자체에 대한 새로운 반성이 필요하다 이것은 비단 북아메리카 대학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년 8월 29일 교육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국내 17개 사이버대학 운영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이버대학들은 신·편입학 학생들을 초과 모집했고, 교사(校舍)확보 기준이나 교원자격 요건을 지키지 않았다. 일부 사이버대학들은 알선 브로커를 통해 등록생을 모집하고, 출석이 확인되지 않거나 시험에 응시하지 않거나 과제를 제출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도 학점을 수여했다. 심지어는 법인부담 경비를 학생수업료로 충당하거나, 교비를 이사장 친인척의 개인계좌로 빼돌리는 등의 회계비리까지 서슴지 않은 사이버대학들도 적발됐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교육부는 이 모든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을 고등교육의 상업화에서 찾기보다는 법률상의 미비점에서 찾았다. 즉, 사이버대학의 설립과 운영 자체가 일반대학과는 달리 고등교육법이 아니라 평생교육법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부의 지도·감독 수단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 9월 22일 공식적으로 내놓은 대안이 평생교육법에 규정되어 있는 ‘원격대학 형태의 평생교육시설’을 고등교육법의 관할에 두고, 원격대학의 설립 운영자 범위를 학교법인으로 한정하는 식으로 사립학교법을 개정한다는 법률적 해결책이었다. 그렇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교육부의 법률적 해결책은 노블이 지적하는 우편교육과 온라인교육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떠올리게 만든다. 노블에 따르면, 오늘날 온라인교육으로 대변되는 고등교육의 상품화는 핵심 대학 캠퍼스들과 원격교육 프로그램을 분리해 주던 방화벽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우편교육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즉, 우편교육과 온라인교육이 일차적으로 비집고 들어간 것은 공개강좌(즉, 주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강좌)라는 점에서 똑같지만, 온라인교육은 이를 넘어 대학의 정규강좌에까지 침투해 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것이다. 우편교육이든 온라인교육이든 기존의 원격교육은 대학들에게 ‘유망한 신종 수입원’일 뿐이었다. 즉, 대학은 겉으로나마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다른 곳에 잠시 눈을 돌렸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온라인교육은 컴퓨터 원격통신이라는 최첨단 기술에 의지해 대학 당국들로 하여금 대학 자체를 영리목적 기관이자 교육상품의 시장으로 만들도록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대학들은 네트워크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컨텐츠’ 등을 판매하는 애플, IBM, 벨, 마이크로소프트, 사이먼앤슈스터, 프렌티스-홀 같은 교육관련 업체들과 제휴하는 것을 넘어서 온라인 원격교육 회사를 자체적으로 설립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컬럼비아대학의 패텀과 뉴욕대학의 NYU온라인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므로 아직 그 실효성이 엄밀히 밝혀지지 않은 원격교육을 고등교육으로 승격시키는 교육부의 이번 법률적 해결책은 그 취지와는 다르게 대학 캠퍼스들과 원격교육 프로그램을 분리해 주던 방화벽을 ‘알아서’ 무너뜨림으로써, 대학 자체를 영리목적 기관이자 교육상품의 시장으로 만들려는 대학 안과 밖의 움직임을 법률적으로 승인해 주는 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법률적 해결책에 대한 광범위하고 공개적인 토론과 더불어, 교육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일 것이다. 노블이 지적하듯이, 교육은 훈련과 엄격히 구분되어야 한다. 훈련은 실생활에 대한 적용과 실제 작동을 염두에 두고 고안된 일련의 기능을 훈련받는 사람에게 가르침으로써 다른 누군가의 목적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은 그 본질상 지식과 자아의 완전한 통합, 즉 자기-지식(self-knowledge)의 획득을 목표로 삼는다. 교육에서 대인(interpersonal) 관계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인 관계는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개인과 집단이 상호인정과 확인에 근거해 각자의 정체성을 형성시킬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란 이런 대인 관계를 북돋워 학생들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 발전시켜나가는 존재이지 단순한 상품생산자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소크라테스가 컨텐츠 제공자는 아니지 않았는가?”라는 미국대학교수협회의 반성은 우리에게도 중요하지 않을까? 1990년대 말 북아메리카의 유수 대학들을 휩쓸던 온라인교육 논쟁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며 온라인교육 열풍을 가라앉히는 데 기여한 이 책 『디지털 졸업장 공장』은 국내에서도 서서히 불붙기 시작한 온라인교육 관련 논의를 진전시키고, ‘대학의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 아래 한동안 모두들 잊고 있었던 교육 본연의 임무와 역할 자체를 근본적으로 되새겨볼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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