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요. 창창이가 좀 엉뚱하죠?” “조금이 아닙니다. 번개가 치면 하늘이 사진을 찍는 거라고 우기질 않나, 무지개를 하늘에 뜬 크레파스라고 하질 않나. 다문화 친구 이해하기 시간에는 까만 피부를 가진 친구 마음을 이해한다고 흙을 바르고 오는 녀석. 우리 몸의 70퍼센트가 물이라고 알려 줬더니 물이 넘칠까 봐 그런다며 체육 시간에 살금살금 걷는가 하면 지각을 하고도 시간 개념을 만든 위대한 과학자를 탓한다니까요.” 선생님은 목청을 높였다. 선생님, 진짜 너무한다. 내 눈에는 무지개가 크레파스로 보이는 걸 어쩌란 말인가? 색깔이 일곱 가지뿐이라서 불만이긴 하다. 내가 하느님이면 스물네 가지로 만들었을 텐데. “선생님은 과학부장이시니까 그런 호기심을 높이 평가해 줄 수도 있지 않나요? 창창이 꿈 중에 하나가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향해 오줌 싸는 건데 그건 평범한 아이들이 꿀 수 없는 거잖아요.” --- p.25~26
겨우 정신이 돌아왔을 때 손끝부터 발끝까지 짜릿한 전기가 느껴졌다. 저릿저릿한 손을 털며 일어선 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내 옆에 쓰러진 또 한 사람……. “선생님.” ……이 아니라 나였다. ‘뭐야?’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했다. 몇 번을 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얼른 거울을 돌아보았다. “악!” 나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 나왔다. 거울에 비친 건 내가 아니라 선생님이었다. 때맞춰 정신을 차린 선생님도 비명부터 질렀다. “이게 뭐야? 내가 왜 네가 된 거야?” “꿈인가 봐요.” “꿈?” 선생님은 자기 볼을 꼬집더니 또 소리를 질렀다. “꿈이 아니잖아.” --- p.36~37
“그게 뭐예요?” 반장 은송이가 고개를 빼들고 물었다. “숙제야. 반장이 상자를 들고 교실을 돌면 각자 한 장씩 뽑아. 다들 뽑은 번호에 해당하는 과목을 복습해 오는 거야.” 아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1’이 적힌 종이를 뽑은 아이도 있고 ‘2, 3, 4’를 뽑은 아이도 있었다. (중략) 다음 날 아이들은 처음으로 전부 숙제를 해 왔다. 선생님은 놀라 어쩔 줄을 몰랐다. 히힛, 역시 내 방식은 통한다니까. “다들 숙제를 해 온 기념으로 오늘 하루만 숙제 없다.” “와아!” 뜨거운 박수가 교실에 쏟아졌다. 무작정 숙제를 안 내던 날과는 다른 박수였다. 우리 선생님, 지금 당장 인기투표를 하면 꼴찌는 충분히 벗어날 분위기였다. “저 잘했죠?” 아이들이 모두 나가자 선생님에게 자랑을 했다. “뭐, 아주 나쁘진 않았다.”